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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음과 나쁨

사회가 발전해 간다는 뜻은 달리 말해 삶이 점점 더 복잡해져 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복잡해질수록 알아야 할 정보도 많아진다. 날씨와 관련해서도 옛날에는 덥다거나 춥다거나 하며 문장으로 표현했지만 점점 복잡한 세상이 되면서 각종 수치와 측정 단위를 사용하게 된다.

일정한 현상을 정밀하게 객관화하는 말은 숫자만한 것이 없다. 기온과 체온은 숫자로 몇 도인지를 백분위로 표현한다. 그리고 습도는 백분율로, 바람의 속도는 초당 몇 미터, 비가 올 확률은 몇 퍼센트, 기압은 몇 ‘헥토파스칼’ 등등 양적인 정보를 보여주는 단위가 대단히 많다.

그뿐인가? 길거리의 소음이 심하니 시끄러움을 표시하는 단위 ‘데시벨’도 알아야 한다. 요즘은 빛이 너무 밝아서 공해를 일으킨단다. 빛의 밝기는 ‘럭스’를 쓰는데 몇 럭스 이상이 우리 눈에 해로운지 잘 모르겠다. 오존의 농도는 ‘피피엠’이라는 무척 낯선 단위가 사용된다. 우리가 알고 지내야 할 숫자와 단위가 너무 많다. 게다가 이제 와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우리를 예민하게 만든다. 미세먼지의 크기도 ‘마이크로미터’라는 낯선 단위를 쓰지만 다행히 시민들한테 경고하는 경우는 ‘좋음’과 ‘나쁨’이라는 편안한 단어를 쓴다.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평어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에게는 숫자보다 평어가 더 편하다. 양적인 의미보다 질적인 의미가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에게는 양적인 정보와 질적인 정보 다 필요하겠지만 보통사람한테는 질적인 정보만 있어도 충분하다. 소음도 차라리 ‘시끄러움’과 ‘조용함’, 너무 심하면 ‘귀 아픔’ 정도로 표시해주는 게 훨씬 유용하지 않을까. 오존 농도 역시 ‘외출 가능’ ‘외출 조심’, 이렇게 표기해준다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얼마나 편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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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외국어 교육

현재 공교육의 교과목 가운데 하나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제2외국어’ 과목이다. 우리의 교육과정에서는 ‘영어’만이 가장 중요한 외국어로 대접받고 있다. 제2외국어는 입시 반영 비율도 보잘것없다. 해당 전공 영역에서는 행여 수험생들한테 선택을 더 받아볼까 해서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난이도를 낮추고 있다. 무의미한 자해 행위일 뿐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국어 더하기 둘’이라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자신의 국어에다가 같은 유럽연합 회원국 언어 둘을 선택하게 하는 정책 설계이다. 그 까닭은 영어의 독점을 피하기 위해서다. 만일 국어에다 외국어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면 유럽인들도 별수 없이 영어만 택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외국어 학습을 장려하기 위해서, 그리고 ‘유럽 언어들’의 공멸을 막기 위해서, 두 개의 외국어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우리는 제1외국어 교육을 다양화했다는 것이 영어, 실용영어, 영어독해와 작문 등이다. 무조건 영어 하나만 배우라는 강제 조항이나 다름없다. 시장이 세계화되듯 교육도 함께 세계화되면서 이젠 어린 시절을 중국어권이나 일본어권에서 보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들이 자연스럽게 배운 외국어를 지워버리고 또 다른 외국어인 영어만을 학습하게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에 나간 학부모들은 억지로 비싼 수업료를 내면서 따로 영어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도 한다. 이제는 제1외국어도 학습자가 여러 언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할 때가 된 것 같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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