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3.07 00:50

피랍되다

조회 수 9350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피랍되다

우리는 매우 많은 한자말을 쓴다. 그러나 한자말이라고 해서 반드시 한자로 적을 필요는 없다.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이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한자병용을 주장하는 이들일지라도 ‘학교, 비행기, 세탁소, 미장원, 극장’ 같은 낱말까지 꼭 한자로 적어야 한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자말 중에는 한문 어순으로 된 말이 있다. ‘살인’(殺人) 같은 말이다. ‘살’이 동사이고 ‘인’이 목적어다. 우리말과는 어순이 다르다.

“북한 선원들이 탄 선박이 피랍된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 선원들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사건을 다룬 신문기사의 한 구절이다. 기사에 쓰인 ‘피랍’(被拉)도 한문 어순으로 된 낱말이다. ‘납치되다’라는 뜻의 피동어로서 역시 우리말과는 어순이 다르다. ‘피랍’ 자체가 피동어인데, 거기에 ‘되다’라는 피동접미사를 붙이면 이중피동이 된다. 이중피동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방사선에 피폭되다”와 같은 말은 이중피동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이중피동을 쓰는 것이 편하다. 이중피동을 피한답시고 ‘피랍된’을 ‘피랍한’으로 하면 우리의 일상 언어생활과 동떨어진다. 그러나 ‘피랍된’도 아니고 ‘피랍한’도 아닌 ‘납치된’이라는 좋은 말이 있다. ‘납치된’이라고 하면 눈에도, 귀에도 훨씬 빨리 들어온다. 다만 제목에 쓸 때는 접미사를 빼버리고 ‘피랍’으로 써야 하는데, 이때 ‘납치’를 쓰면 주객이 바뀌어 버린다. 그러나 이때도 한 글자만 더 붙여 ‘납치돼’로 하면 해결된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535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190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7060
3238 하느님, 하나님 바람의종 2010.03.22 9639
3237 하노라고, 하느라고 바람의종 2010.04.13 10819
3236 하냥 file 바람의종 2010.03.23 12360
3235 하꼬방 바람의종 2011.11.30 14320
3234 필자 바람의종 2009.09.24 8297
3233 필요한 사람?/최인호 바람의종 2007.04.28 8179
3232 핀과 핀트 바람의종 2008.09.25 8822
3231 피죽새 바람의종 2009.06.12 9489
3230 피자집, 맥줏집 바람의종 2009.05.20 9705
3229 피로연 바람의종 2010.07.09 12995
3228 피로 회복 바람의종 2007.12.23 10100
3227 피로 회복 바람의종 2008.08.27 5572
» 피랍되다 바람의종 2010.03.07 9350
3225 피랍되다 바람의종 2012.12.21 24007
3224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1047
3223 피동문의 범람 바람의종 2010.07.13 9624
3222 피난과 피란 바람의종 2008.04.24 9798
3221 피난, 피란 바람의종 2009.04.13 10189
3220 플래카드 바람의종 2009.07.27 7847
3219 프로듀사 風文 2023.05.30 1513
3218 프로 바람의종 2008.11.22 5817
3217 프레임 설정 風文 2022.02.06 187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