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02.28 11:07

태어나다

조회 수 9384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태어나다

건국신화에는 시조가 알에서 왔다는 난생설화가 많다. 둥근 알을 태양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태양은 곧 하늘이니 건국 시조는 하늘에서 알을 빌려 내려온 것이라 믿었던 시대의 일이다.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 신라의 박혁거세, 가야의 김수로왕 등이 난생설화의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유화는 그 알을 따뜻하게 덮어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내아이 하나가 알을 깨고 나왔다’(고주몽),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 백마가 낳은 알에서 출생했다’(박혁거세), ‘6개의 알에서 남자아이들이 태어났는데, 제일 먼저 사람으로 변한 것이 수로였고…’(김수로왕), <위키피디아>에 나온 설명이다. 모두 알에서 비롯했는데 ‘(알을) 깨고’, ‘(알에서) 출생’, ‘(알에서) 태어나’ 세상에 나온 것이다. 표현의 차이만 있는 것일까.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과 관련한 제보를 받았다. “‘갓 태어난 새끼는 털이 없는 맨몸에 온도 조절 능력이 없어서…’처럼 ‘펭귄이 태어났다’는 표현은 바르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태어나다’는 ‘사람이나 동물이 형태를 갖추어 어미의 태(胎)로부터 세상에 나오다’(표준국어대사전)라는 뜻이니 난생동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해산’, ‘태어남’과 한뜻인 ‘출생’도 마찬가지이다. ‘태어나다’는 이처럼 어미와 태로 연결된 젖먹이동물(포유동물)에만 쓸 수 있는 표현이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동물이나 사람이(사람이나 동물이) 꼴을 갖추어 세상에 나오다’(우리말큰사전·연세한국어사전)처럼 ‘태어나다’ 뜻풀이에 ‘어미의 태’를 적시하지 않은 사전이 여럿이다. ‘태’(胎)를 ‘태어나다’의 어원으로 볼 근거도 확실하지 않다. 다행히 국립국어원은 “‘태어나다’가 비유적인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점을 고려해 의미의 뜻풀이 추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펭귄은 물론 닭과 공룡, 개구리도 태어날 수 있는 길이 하루속히 열리기 바란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1412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293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8May
    by 바람의종
    2010/05/08 by 바람의종
    Views 12405 

    통합키로, 참석키로

  5. No Image 30Mar
    by 바람의종
    2007/03/30 by 바람의종
    Views 7058 

    통틀어

  6. No Image 03Sep
    by 바람의종
    2008/09/03 by 바람의종
    Views 11545 

    통째/통채

  7. No Image 17Apr
    by 바람의종
    2008/04/17 by 바람의종
    Views 11177 

    통장을 부르다

  8. No Image 21Dec
    by 바람의종
    2012/12/21 by 바람의종
    Views 21050 

    통음

  9. No Image 28Jan
    by 風文
    2022/01/28 by 風文
    Views 727 

    통속어 활용법

  10. 톨마

  11. No Image 16Dec
    by 바람의종
    2007/12/16 by 바람의종
    Views 6589 

    토족말 지킴이 챙고츠

  12. No Image 31May
    by 바람의종
    2009/05/31 by 바람의종
    Views 5999 

    토씨의 사용

  13. No Image 06May
    by 바람의종
    2010/05/06 by 바람의종
    Views 8236 

    토씨 하나 잘못 쓰면

  14.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13603 

    토를 달다

  15. No Image 22Oct
    by 바람의종
    2008/10/22 by 바람의종
    Views 7898 

    토끼

  16. No Image 08Nov
    by 바람의종
    2007/11/08 by 바람의종
    Views 6176 

    터키말과 튀르크어파

  17. No Image 11Nov
    by 바람의종
    2008/11/11 by 바람의종
    Views 6955 

    터울

  18. No Image 28Apr
    by 바람의종
    2008/04/28 by 바람의종
    Views 7635 

    터물·더믈

  19. No Image 13Apr
    by 바람의종
    2010/04/13 by 바람의종
    Views 10432 

    터무니없다

  20. No Image 31Jan
    by 바람의종
    2008/01/31 by 바람의종
    Views 11339 

    터무니가 없다

  21. No Image 15Aug
    by 바람의종
    2010/08/15 by 바람의종
    Views 14420 

    택도 없다.

  22. No Image 31Jan
    by 바람의종
    2008/01/31 by 바람의종
    Views 10377 

    태풍의 눈

  23. No Image 28Feb
    by 바람의종
    2012/02/28 by 바람의종
    Views 9384 

    태어나다

  24. No Image 21Jan
    by 바람의종
    2008/01/21 by 바람의종
    Views 7246 

    태백산과 아사달

  25. No Image 29Jan
    by 風文
    2022/01/29 by 風文
    Views 679 

    태극 전사들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