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01 19:46

‘돌미’와 ‘살미’

조회 수 783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돌미’와 ‘살미’

서울 금천구 독산동이나 김포시 양촌면의 석산은 모두 ‘돌미’라 불리던 지역이었다. ‘돌미’에 들어 있는 ‘미’는 ‘산’을 뜻하는 ‘뫼’가 변한 말이다. 이처럼 산을 나타내는 말이 ‘미’로 변화한 땅이름은 매우 많다. 달이 뜨는 산을 뜻하는 ‘월출산’이나 ‘월악산’은 ‘달나미’, 또는 ‘달미’로 불린다.


그런데 ‘미’가 붙은 땅이름이라고 하여 모두 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충북 중원(충주)의 ‘살미’는 산과는 관련이 없다. 여기에 붙은 ‘미’는 ‘들판’을 뜻하는  ‘가 변화한 말이다.  ‘ 는 〈훈몽자회〉에도 나오는데, 한자 ‘야’(野)를 ‘ 야’로 풀이하였다. 또한 〈두시언해〉에도 ‘누른 흙  두듥엔 하늘 닭이 춤추놋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뫼’와   ‘는 소리가 비슷해서 모두 ‘미’로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말을 동음이의어라 부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상의 언어생활에서는 동음이의어가 생겨날 경우, 뜻을 변별하기 위해 어느 한 낱말은 다른 말로 대체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계절’을 뜻하는 ‘녀름’이 머릿소리규칙에 따라 ‘여름’으로 변화하면, 본디 있던 ‘여름’은 ‘열매’로 바뀐다. 그런데 땅이름에 나타나는 동음이의어는 이처럼 자유로운 변화를 보이지 못한다. 충북 제천에서는 ‘살미’를 ‘미산’이라 부르는데, 이 땅이름은 ‘쌀이 산처럼 쌓였다’는 전설보다는 ‘미’의 동음이의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334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016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4780
3278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867
3277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風文 2024.01.09 735
3276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風文 2022.09.24 829
3275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風文 2023.10.13 998
3274 ‘경우’ 덜쓰기/최인호 바람의종 2007.04.25 6743
3273 ‘고마미지’와 ‘강진’ 바람의종 2008.04.08 7855
3272 ‘곧은밸’과 ‘면비교육’ 바람의종 2010.04.26 10155
3271 ‘괴담’ 되돌려주기 風文 2023.11.01 1009
3270 ‘그러지 좀 마라’ 바람의종 2010.02.07 7679
3269 ‘기쁘다’와 ‘즐겁다’ 바람의종 2007.09.29 11721
3268 ‘긴장’과 ‘비난수’ 바람의종 2010.03.30 17722
3267 ‘김치’와 ‘지’ 바람의종 2007.09.22 6767
3266 ‘꾹돈’과 ‘모대기다’ 바람의종 2010.05.09 13385
3265 ‘끄물끄물’ ‘꾸물꾸물’ 風文 2024.02.21 572
3264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風文 2022.07.07 844
3263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605
3262 ‘넓다´와 ‘밟다´의 발음 바람의종 2010.08.15 22539
3261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793
3260 ‘달 건너 소식’과 ‘마세’ 바람의종 2010.05.31 10634
3259 ‘당신의 무관심이 …’ 바람의종 2008.04.02 6406
3258 ‘대틀’과 ‘손세’ 바람의종 2010.05.28 13532
3257 ‘도와센터’ ‘몰던카’ 風文 2024.01.16 70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