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세’와 ‘푸르지오’
‘이고세’와 ‘푸르지오’
우리 집 근처엔 ‘이고세’라는 음식점과 ‘푸르지오’라는 아파트가 있다. 이들은 각각 상호와 상품명에 우리말을 활용한 것으로서 아주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둘 다 약간의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이고세’는 ‘이 곳에’를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을 상호로 쓴 것이다.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말을 한글 맞춤법에 따르지 않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 둘 간에는 출발 지점이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빠르게 적기 위해서 그런 데 반해, ‘이고세’는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견과류 관련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머거본’이라는 상호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먹어 본’을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머거본’을 그 상호로 쓴 것이다.
다음으로 ‘푸르지오’는 한글 표기상으론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푸르지오’의 영문 표기가 ‘Prugio’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또한 얼마간 문제가 있다. ‘푸르지오’가 우리말의 형용사 ‘푸르-’를 활용한 것이라면 그 영문 표기는 ‘Pureujio’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ureujio’라 하지 않고 ‘Prugio’라 한 것은 군말할 필요도 없이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상호, 상품명 등에 우리말을 활용하는 것은 크게 환영 받을 만한 일이다. 현재보다 훨씬 더 우리말을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상호, 상품명 등의 대부분이 외국어로 도배돼 있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이고세’, ‘푸르지오’ 등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들 또한 외국어로 가장되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35181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1683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196511 |
3344 | 가던 길 그냥 가든가 | 風文 | 2024.02.21 | 710 |
3343 | 3인칭은 없다, 문자와 일본정신 | 風文 | 2022.07.21 | 712 |
3342 |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 風文 | 2022.08.05 | 712 |
3341 | ‘폭팔’과 ‘망말’ | 風文 | 2024.01.04 | 712 |
3340 |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 風文 | 2022.06.21 | 713 |
3339 | 금수저 흙수저 | 風文 | 2024.02.08 | 713 |
3338 |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 風文 | 2022.09.01 | 714 |
3337 | 몰래 요동치는 말 | 風文 | 2023.11.22 | 717 |
3336 | 올바른 명칭 | 風文 | 2022.01.09 | 718 |
3335 | 순직 | 風文 | 2022.02.01 | 719 |
3334 | 권력의 용어 | 風文 | 2022.02.10 | 720 |
3333 |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 風文 | 2022.06.20 | 723 |
3332 |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 風文 | 2022.08.29 | 724 |
3331 |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 風文 | 2022.07.25 | 726 |
3330 | 역사와 욕망 | 風文 | 2022.02.11 | 727 |
3329 | 개헌을 한다면 | 風文 | 2021.10.31 | 729 |
3328 |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 風文 | 2022.07.12 | 729 |
3327 | 말과 공감 능력 | 風文 | 2022.01.26 | 730 |
3326 | ‘파바’와 ‘롯리’ | 風文 | 2023.06.16 | 730 |
3325 | 딱 그 한마디 | 風文 | 2021.09.06 | 733 |
3324 |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 風文 | 2022.06.23 | 733 |
3323 |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 風文 | 2022.07.06 | 7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