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5.08 09:44

‘수놈’과 ‘숫놈’

조회 수 36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놈’과 ‘숫놈’

‘수놈’과 ‘숫놈’을 사이에 두고 아나운서실에서 격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맞춤법 표기는 수놈으로 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숫놈[숟놈→순놈]이라고 발음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수소(황소)’도 마찬가지였다. ‘수소’는 어색하게 느껴지고 ‘숫소’가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나운서들은 원칙과 현실 발음 사이에서 고민할 때가 많이 있다.

현행 맞춤법 규정은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하기로 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숫놈’을 버리고 ‘수놈’이 표준어가 되었다. ‘숫소’가 아니라 ‘수소’, ‘숫꿩’이 아니라 ‘수꿩’, ‘수나사’, ‘수은행나무’가 된 것이다.

모두가 ‘수-’로 통일됐다면 쉽겠다. 그런데 다음의 경우는 ‘수-’ 뒤의 거센 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암수’의 ‘수’가 ‘숳’에서 왔기 때문에 그 흔적이 남아 굳어진 것들이다. 수컷, 수캉아지, 수캐,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평아리, 수퇘지가 그것이다. 암컷을 이르는 접두사 ‘암’의 경우도 이에 준해 암컷, 암캉아지, 암캐, 암키와, 암탉, 암탕나귀, 암평아리, 암퇘지를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수’ 뒤의 거센 소리가 굳어진 것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의 문제는 기준이 모호하다. ‘개미’나 ‘거미’ ‘벌’의 경우 ‘수캐미’ ‘수커미’ ‘수펄’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도 많지만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맞춤법 규정은 ‘수개미’ ‘수거미’ ‘수벌’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숫-’을 인정하는 것은 ‘숫양’ ‘숫염소’ ‘숫쥐’ 뿐이다.

그래도 ‘수놈’ ‘수소’는 어색하다.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수놈’이라 쓰지만 ‘숫놈’[순놈]이라 읽는다. ‘수소’라 쓰고 ‘숫소’[숟쏘]라고 읽는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5738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7368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new
    by 風文
    2024/05/31 by 風文
    Views 9 

    “산따” “고기떡” “왈렌끼”

  5. No Image new
    by 風文
    2024/05/31 by 風文
    Views 18 

    “사겨라” “바꼈어요”

  6. No Image 29May
    by 風文
    2024/05/29 by 風文
    Views 25 

    ‘Seong-jin Cho’ ‘Dong Hyek Lim’ ‘Sunwook Kim’

  7. No Image 29May
    by 風文
    2024/05/29 by 風文
    Views 52 

    어이없다

  8. No Image 10May
    by 風文
    2024/05/10 by 風文
    Views 305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9. No Image 10May
    by 風文
    2024/05/10 by 風文
    Views 314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10.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367 

    ‘수놈’과 ‘숫놈’

  11.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420 

    서거, 별세, 타계

  12. No Image 03Sep
    by 風文
    2021/09/03 by 風文
    Views 587 

    잡담의 가치

  13.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611 

    말의 권모술수

  14.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625 

    공공 재산, 전화

  15.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643 

    무제한 발언권

  16. No Image 10Sep
    by 風文
    2021/09/10 by 風文
    Views 660 

    법률과 애국

  17.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664 

    정치인들의 말

  18.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666 

    군인의 말투

  19.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667 

    또 다른 공용어

  20.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687 

    악담의 악순환

  21.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688 

    상투적인 반성

  22.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732 

    언어적 주도력

  23. No Image 05May
    by 風文
    2020/05/05 by 風文
    Views 739 

    아무 - 누구

  24.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748 

    어버이들

  25. No Image 05Sep
    by 風文
    2021/09/05 by 風文
    Views 771 

    선교와 압박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