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03 03:14

물과 땅이름

조회 수 7805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물과 땅이름

물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이나 생명과 다름이 없다. 땅을 기름지게 하고, 곡식을 자라게 하며, 늘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는 바탕이 물이다. 흔히 종교 행사로 치르는 ‘세례’ 또한 인간의 죄를 씻어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균여전>의 ‘항순중생가’에도 ‘대비 물로 적시어 이울지(시들지) 아니하겠더라’라는 시구가 나온다.

땅이름에 물과 관련된 것은 매우 많다. ‘물’의 옛말은  였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수성군’(매홀군), ‘매소홀현’(미추홀), ‘수곡성현’(매탄홀), ‘이천현’(이진매현)에 포함된 ‘매’(買)는 모두 ‘물’을 표기한 보기들이다. 그런데 이 낱말의 음은 산을 나타내는 ‘뫼’와 유사하며, 들을 나타내는   와 같다.

여기에서 우리는 ‘물’을 뜻하는  가, 산이나 들의 ‘뫼’와   처럼 ‘미’로 변화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그런데 이 낱말은 ‘미’로 변화하지 않고, ‘믈’을 거쳐 ‘물’로 변화한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해답은 언어 변화의 기능 부담과 관련지어 풀이할 수 있다. 달리 말해, 하나의 낱말 형태가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담당할 경우, 서로 다른 꼴로 나타내는 것이 효율적이므로, ‘산’과 ‘들’, 그리고 ‘물’을 모두 ‘미’로 일컫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와는 달리 ‘나리’에서 온 ‘내’는 오랫동안 땅이름에 남는다. 예를 들어 ‘모래내’, ‘연신내’, ‘오목내’처럼, 물줄기를 뜻하는 ‘내’는 오늘날에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땅이름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867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555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0291
3278 마니산과 머리 바람의종 2008.01.28 8459
3277 색깔이름 바람의종 2008.01.29 21506
3276 비갈망 바람의종 2008.01.29 8258
3275 날래다와 빠르다 바람의종 2008.01.29 7145
3274 개불알꽃 바람의종 2008.01.30 8977
3273 한뫼-노고산 바람의종 2008.01.30 9967
3272 중앙아시아 언어들 바람의종 2008.01.30 9076
3271 아시저녁·아시잠 바람의종 2008.01.31 7300
3270 까닭과 때문 바람의종 2008.01.31 6759
3269 으악새 바람의종 2008.01.31 9654
3268 별내와 비달홀 바람의종 2008.02.01 8596
3267 아랍말과 히브리말 바람의종 2008.02.01 7226
3266 무릎노리 바람의종 2008.02.01 8535
3265 올림과 드림 바람의종 2008.02.01 7299
3264 ‘돌미’와 ‘살미’ 바람의종 2008.02.01 7817
3263 아프리카의 언어들 바람의종 2008.02.02 8700
3262 괴다와 사랑하다 바람의종 2008.02.02 9539
3261 뚱딴지 바람의종 2008.02.02 7913
» 물과 땅이름 바람의종 2008.02.03 7805
3259 라틴말의 후예 바람의종 2008.02.03 6754
3258 가닥덕대 바람의종 2008.02.03 7150
3257 마개와 뚜껑 바람의종 2008.02.04 801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