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고세’와 ‘푸르지오’

우리 집 근처엔 ‘이고세’라는 음식점과 ‘푸르지오’라는 아파트가 있다. 이들은 각각 상호와 상품명에 우리말을 활용한 것으로서 아주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둘 다 약간의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이고세’는 ‘이 곳에’를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을 상호로 쓴 것이다.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말을 한글 맞춤법에 따르지 않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 둘 간에는 출발 지점이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빠르게 적기 위해서 그런 데 반해, ‘이고세’는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견과류 관련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머거본’이라는 상호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먹어 본’을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머거본’을 그 상호로 쓴 것이다.

다음으로 ‘푸르지오’는 한글 표기상으론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푸르지오’의 영문 표기가 ‘Prugio’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또한 얼마간 문제가 있다. ‘푸르지오’가 우리말의 형용사 ‘푸르-’를 활용한 것이라면 그 영문 표기는 ‘Pureujio’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ureujio’라 하지 않고 ‘Prugio’라 한 것은 군말할 필요도 없이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상호, 상품명 등에 우리말을 활용하는 것은 크게 환영 받을 만한 일이다. 현재보다 훨씬 더 우리말을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상호, 상품명 등의 대부분이 외국어로 도배돼 있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이고세’, ‘푸르지오’ 등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들 또한 외국어로 가장되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522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173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6574
3344 ‘폭팔’과 ‘망말’ 風文 2024.01.04 712
3343 인종 구분 風文 2022.05.09 713
3342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713
3341 가던 길 그냥 가든가 風文 2024.02.21 713
3340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風文 2022.09.01 714
3339 금수저 흙수저 風文 2024.02.08 715
3338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716
3337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717
3336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718
3335 순직 風文 2022.02.01 719
3334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720
3333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風文 2022.06.20 723
3332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726
3331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727
3330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728
3329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729
3328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729
3327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730
3326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732
3325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733
3324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733
3323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73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