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4 06:59

예천과 물맛

조회 수 8401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예천과 물맛

땅이름은 특정 지역의 환경을 반영하여 만들어질 때가 많다. 그 가운데는 술과 관련된 것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경북에 가면 ‘예천’(醴泉)이란 곳이 있다. 예천의 ‘예’(醴)는 단술을 뜻한다. 예천은 본디 신라의 수주현(水酒縣)이었는데, 경덕왕 때 예천군으로 고쳤다. ‘수주현’이나 ‘예천’은 둘 다 ‘술’과 관련이 있다. 땅이름에 ‘술’이 들어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땅이름을 연구했던 김윤학 교수는 이러한 원리를 ‘유연성’에서 찾는다. 유연성을 고려한다면, 술과 관련된 땅이름은 대체로 물과 깊은 관련을 맺는다.

예천이라는 땅이름에 단술을 뜻하는 한자 ‘예’를 쓴 것은 이 지역의 물맛이 단술 맛과 같다는 뜻이었다. 흥미로운 점은〈산해경〉에 나오는 ‘봉황 설화’다. 이를 보면 발해 북쪽 땅 한곳에 붉은 동굴이 뚫린 산이 있는데, 그 산 꼭대기에는 금과 옥이 많고 붉은 물이 흘러나오는 곳이 있다. 이 물은 남쪽 발해로 흘러드는데 그곳에 큰 새가 있으니, 모양은 닭과 같고 오색찬란한 새로, 그 이름을 봉황이라 한다고 했다. “봉황은 신령스러운 새이니 수컷을 봉이라 하고, 암컷을 황이라 한다. 봉황의 성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으며,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시경〉기록에, 봉황은 예천의 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하였다. 술맛 같은 예천의 물. 그러나 오늘날은 예천만이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든 봉황이 마시는 물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23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05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0845
132 며느리밥풀 바람의종 2008.01.19 5697
131 말과 글 바람의종 2008.01.19 3862
130 윽박 바람의종 2008.01.18 9931
129 성별 문법 바람의종 2008.01.18 6595
128 압록강과 마자수 바람의종 2008.01.18 6588
127 나무노래 바람의종 2008.01.17 7331
126 굴레와 멍에 바람의종 2008.01.17 7349
125 물혹 바람의종 2008.01.16 5492
124 미래시제 바람의종 2008.01.16 7340
123 여우골과 어린이말 바람의종 2008.01.16 6424
122 쇠뜨기 바람의종 2008.01.15 6902
121 그치다와 마치다 바람의종 2008.01.15 7124
120 쓸어올리다 바람의종 2008.01.15 8460
119 과거시제 바람의종 2008.01.14 7860
» 예천과 물맛 바람의종 2008.01.14 8401
117 열쇠 바람의종 2008.01.14 7629
116 가와 끝 바람의종 2008.01.13 6458
115 맞부닥치다 바람의종 2008.01.13 7164
114 말높이기 바람의종 2008.01.13 6050
113 서울 바람의종 2008.01.12 6176
112 고양이 바람의종 2008.01.12 7645
111 울과 담 바람의종 2008.01.12 731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