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9 11:16

며느리밥풀

조회 수 5706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며느리밥풀

오래 전에 이현세 만화〈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를 보았을 때, 그런 이름이 정말 있나 싶어서 찾아봤다. 그리고 빨간 꽃잎 위에 볼록하게 솟아오른 하얀 밥풀무늬를 보고 적이 놀랐다.

풀꽃이름 중에는 누가 죽어서 그 자리에 난 것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많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마음씨 착한 며느리가 제사상에 올릴 메를 짓다가 쌀알 두 톨을 떨어뜨렸다. 흙이 묻은 쌀알로 메를 지으면 불경스러울 것 같고, 그렇다고 쌀을 버리기에는 죄스러워하다 혀에 올려놓는 순간 시어머니가 이를 보고 제사에 올릴 메쌀을 먼저 입에 댔다고 호되게 꾸짖었다. 며느리는 뒷동산 소나무 가지에 목을 맸는데, 그 혀 위에 쌀알 두 톨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고 한다. 빼어문 혀와 밥풀이 연상되는 꽃을 보고 왜 가장 먼저 며느리를 떠올렸을까?

전통 사회에서 며느리가 과연 어떤 존재였는지를 드러내는 흔히 보이는 보기로 ‘며느리밑씻개’나 ‘며느리배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며느리밑씻개’는 잎과 줄기에 잔가시가 있어 따끔따끔한 들풀인데, 별로 필요는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우니 며느리 밑씻개로나 쓰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며느리배꼽’은 턱잎과 열매가 어우러진 모양이 배꼽처럼 생겼는데, 아들이나 딸 배꼽은 귀엽게 느껴지지만, 며느리 배꼽은 민망하고 하찮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담겼을 터이다.

풀이름 하나에도 옛 어른들의 삶과 얼이 배어 있음을 강조하지만, 사람 차별이 스민 이런 전통은 짚고 넘어가야 할 성싶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49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38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1120
154 말꽃과 삶꽃 바람의종 2008.01.28 6697
153 깍지다리 바람의종 2008.01.28 6887
152 삼촌 바람의종 2008.01.27 7846
151 달개비 바람의종 2008.01.27 8979
150 개차산과 죽산 바람의종 2008.01.27 8720
149 뽑다와 캐다 바람의종 2008.01.26 8047
148 자욱길 바람의종 2008.01.26 11442
147 형제자매 바람의종 2008.01.26 11001
146 듬실과 버드실 바람의종 2008.01.25 7419
145 개양귀비 바람의종 2008.01.25 7107
144 차례와 뜨레 바람의종 2008.01.25 7910
143 이마귀 바람의종 2008.01.24 9018
142 사촌 바람의종 2008.01.24 10053
141 황새울과 큰새 바람의종 2008.01.24 10883
140 너도밤나무 바람의종 2008.01.22 6554
139 소젖 바람의종 2008.01.22 6195
138 인사말 바람의종 2008.01.22 8672
137 태백산과 아사달 바람의종 2008.01.21 7214
136 달맞이꽃 바람의종 2008.01.20 6124
135 부리다와 시키다 바람의종 2008.01.20 8064
134 말차례 바람의종 2008.01.20 487001
133 안시성과 아골관 바람의종 2008.01.19 648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