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2.01 09:39

말의 세대 차

조회 수 86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말의 세대 차

말의 세대 차를 걱정하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못 알아듣겠다.’ ‘이러다가 소통이 안 될까봐 걱정이다.’ ‘세대 차를 줄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걱정도 팔자다. 노력하지 말라. 가끔은 뭘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세대 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허황되고 부질없다. 세대 차가 없는 말의 세계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노화 저지’(안티에이징)가 시대적 과제라지만, 가는 세월 그 누가 잡을 수가 있겠나.

기성세대는 버릇처럼 젊은이들의 말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줄임말이나 신조어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기만 한 건 아니다. 새로운 말은 세대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만들어진다. 누가 쓰느냐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뿐이다. 공식어나 격식체를 쓰는 공간에서도 줄임말이나 신조어를 빈번하게 쓴다. 그런데 정치에 무심한 사람에게는 ‘외통위, 법사위, 과기정통부, 윤핵관’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사업에 무심하면 ‘예타 면제’란 말을 모른다. 입시에 무심하면 ‘학종, 사배자, 지균’이 뭔지 모른다. 시골 농부는 ‘법카’를 모른다(알아 뭐 할꼬). 어떤 사람들에겐 못 알아듣는 말인데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이 공간을 차지한 사람들에게 친숙한 말이면 ‘모두가 쓰는 말’로 가정한다. 그 공간 밖에 있는 사람들의 말만 불온시한다. 편파적이다.

우리는 모든 장소와 시간에 존재할 수 없다. 말은 장소성을 갖는다. 장소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말을 만들어낸다. 장소성을 갖지 않는, 장소성이 표시되지 않는, 중립적인 척하는 언어가 더 의심스럽다. 차이를 줄이기보다 차이를 밀어붙이자.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589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236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7272
3234 언어의 혁신 風文 2021.10.14 858
3233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風文 2022.07.20 861
3232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862
3231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864
3230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865
»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866
3228 용찬 샘, 용찬 씨 風文 2023.04.26 866
3227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866
3226 통속어 활용법 風文 2022.01.28 867
3225 수능 국어영역 風文 2023.06.19 871
3224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872
3223 과잉 수정 風文 2022.05.23 875
3222 ○○노조 風文 2022.12.26 876
3221 비판과 막말 風文 2021.09.15 880
3220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881
3219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881
3218 '넓다'와 '밟다' 風文 2023.12.06 881
3217 '마징가 Z'와 'DMZ' 風文 2023.11.25 882
3216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883
3215 일본이 한글 통일?, 타인을 중심에 風文 2022.07.22 883
3214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884
3213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88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