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2 08:39

예식장

조회 수 6625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예식장

전날엔 신부집 안마당에 초례상을 차렸지만 요즘은 신랑·신부 집안 두루 예식장에 모인다. 혼례도 잔치도 뭉뚱그려 식장에서 끝내고 신혼여행을 간다. 시집 장가는 제쳐두고 ‘결혼’만 있다.

아들딸이 귀해진 요즘은 썩 달라졌지만, “딸 치우고 며느리 본다”고 할 만큼, 며느리 보는 쪽을 더 경사로 쳤다. ‘인적 자원’ 의식의 옛모습이다. 인사도 그냥 “경하합니다, 기쁘시겠습니다, 축하합니다 …”면 통한다.

딸 치우는 쪽은 좀 달랐다. “여자유행 가소롭다 부러워라 부러워라 남자일신 부러워라 젊고늙고 일평생이 부모슬하 뫼셔있네 우리도 남자되면 남과 같이 하올것을 ….”(내방가사 ‘사친가’에서)

예전 제도·풍습에서 응당 나올 법한 한탄이다. 요즘도 예식장에서 딸(신부) 어버이에게는 손님들이 함부로 축하하지 않고, 혼주들도 마음 사리는 이들이 있다. 겉으로는 ‘치운다’지만 마음은 ‘여읜다’에 가까운 탓이다. 이때 ‘여의다’는 임시이별이지만 전날엔 영이별에 못잖았다. 그래서 하는 인사말이 “섭섭하겠네, 서운하시겠소! …”였다. 사위가 잘났음을 칭찬하는 인사 정도는 그럴싸하다.

장례식장에 가면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두 번 절한다. 가족을 여읜 이의 슬픔은 헤아릴 수 없으므로 위로할 말을 찾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무어라 위로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애통하시겠습니까” 정도로 간단히 말한다. 상주는 울음(곡)으로 답할 뿐이었지만, 이젠 곡은 사라지고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식으로 답례하기도 한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919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602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0806
3146 산오이풀 바람의종 2008.04.07 6804
3145 ‘고마미지’와 ‘강진’ 바람의종 2008.04.08 7809
3144 일터 말 바람의종 2008.04.08 9258
3143 밸과 마음 바람의종 2008.04.09 8082
3142 비비추 바람의종 2008.04.10 6508
3141 버들과 땅이름 바람의종 2008.04.10 7735
3140 일벗 사이 바람의종 2008.04.13 9611
3139 곧은밸 바람의종 2008.04.13 6352
3138 분꽃 바람의종 2008.04.14 6958
3137 거제의 옛이름 ‘상군’(裳郡) 바람의종 2008.04.15 8345
3136 인사 바람의종 2008.04.15 9584
3135 영양과 ‘고은’ 바람의종 2008.04.16 10346
3134 인사말 바람의종 2008.04.17 6990
3133 통장을 부르다 바람의종 2008.04.17 11154
3132 쑥부쟁이 바람의종 2008.04.19 7078
3131 금산과 진내을 바람의종 2008.04.19 6655
3130 나들이 바람의종 2008.04.20 8427
3129 기윽 디읃 시읏 바람의종 2008.04.20 10758
3128 논개 바람의종 2008.04.21 8091
3127 꽃무릇 바람의종 2008.04.21 5873
3126 술이홀과 파주 바람의종 2008.04.22 7267
» 예식장 바람의종 2008.04.22 662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