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7 15:33

개차산과 죽산

조회 수 8751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개차산과 죽산

경기도 안성 이죽면의 옛이름은 ‘개산’ 또는 ‘개차산’이었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개산군은 본래 고구려 개차산군이었는데 경덕왕 때 이름을 바꾸었으며, 고려 때는 죽산(竹山)이라고 불렀다. 흥미로운 사실은 죽산의 옛이름으로 ‘개차’라는 말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개차’라는 말은 본래 ‘임금’을 뜻하는 말이었다. 이는 행주(幸州)의 옛이름인 ‘개백’에서도 확인된다. 행주는 본디 고구려 개백현(皆伯縣)이었는데 우왕현(遇王縣)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행주로 바뀐 땅이름이다. 이 ‘개백’은 한자 ‘왕’(王)과 대응되며, ‘개차’(옛음은 ‘가이지’)는 ‘대’[죽]와 대응된다. 땅이름 표기는 토박이말 단어의 첫음절을 한자음으로 쓰거나 그 말에 해당하는 한자를 찾아 맞옮긴다. 이런 원리에 따라 ‘개백’을 ‘왕’으로 옮겼고, ‘개차’는 ‘대’로 옮긴 셈이다. 한자 ‘대’는 큰 것뿐만 아니라 왕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 역사서인 <주서> 이역전 백제조에는 “왕의 성은 부여씨로 어라하라 불렀으며, 백성들은 건길지라 불렀는데, 중국말로는 왕이란 뜻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여기에 나타나는 ‘건길지’는 ‘건’과 ‘길지’로 이루어진 말이다. ‘건’은 몽골어 ‘칸’에 해당하며, ‘길지’는 ‘개차’와 마찬가지로 임금에 해당한다.

‘개차산’이 ‘죽산’이 된 것은 토박이말이 한자말로 바뀌는 과정과 관련이 있을 뿐 한자가 뜻하는 ‘대나무’와는 무관하다. 이처럼 땅이름 변화에는 우리말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경우가 많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2444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3957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9Jan
    by 바람의종
    2008/01/19 by 바람의종
    Views 6509 

    안시성과 아골관

  5. No Image 20Jan
    by 바람의종
    2008/01/20 by 바람의종
    Views 487259 

    말차례

  6. No Image 20Jan
    by 바람의종
    2008/01/20 by 바람의종
    Views 8093 

    부리다와 시키다

  7. No Image 20Jan
    by 바람의종
    2008/01/20 by 바람의종
    Views 6152 

    달맞이꽃

  8. No Image 21Jan
    by 바람의종
    2008/01/21 by 바람의종
    Views 7265 

    태백산과 아사달

  9. No Image 22Jan
    by 바람의종
    2008/01/22 by 바람의종
    Views 8703 

    인사말

  10. No Image 22Jan
    by 바람의종
    2008/01/22 by 바람의종
    Views 6224 

    소젖

  11. No Image 22Jan
    by 바람의종
    2008/01/22 by 바람의종
    Views 6582 

    너도밤나무

  12.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8/01/24 by 바람의종
    Views 10929 

    황새울과 큰새

  13.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8/01/24 by 바람의종
    Views 10095 

    사촌

  14.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8/01/24 by 바람의종
    Views 9051 

    이마귀

  15. No Image 25Jan
    by 바람의종
    2008/01/25 by 바람의종
    Views 7943 

    차례와 뜨레

  16. No Image 25Jan
    by 바람의종
    2008/01/25 by 바람의종
    Views 7158 

    개양귀비

  17. No Image 25Jan
    by 바람의종
    2008/01/25 by 바람의종
    Views 7447 

    듬실과 버드실

  18. No Image 26Jan
    by 바람의종
    2008/01/26 by 바람의종
    Views 11050 

    형제자매

  19. No Image 26Jan
    by 바람의종
    2008/01/26 by 바람의종
    Views 11471 

    자욱길

  20. No Image 26Jan
    by 바람의종
    2008/01/26 by 바람의종
    Views 8077 

    뽑다와 캐다

  21. No Image 27Jan
    by 바람의종
    2008/01/27 by 바람의종
    Views 8751 

    개차산과 죽산

  22. No Image 27Jan
    by 바람의종
    2008/01/27 by 바람의종
    Views 9005 

    달개비

  23. No Image 27Jan
    by 바람의종
    2008/01/27 by 바람의종
    Views 7888 

    삼촌

  24. No Image 28Jan
    by 바람의종
    2008/01/28 by 바람의종
    Views 6911 

    깍지다리

  25. No Image 28Jan
    by 바람의종
    2008/01/28 by 바람의종
    Views 6726 

    말꽃과 삶꽃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