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1.07 20:21

는개와 느리

조회 수 10261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는개와 느리

땅 위의 목숨이 모두 그렇듯 우리 겨레도 죽살이를 비와 눈에 걸어놓고 있었다. 요즘에는 상점·공장·회사·사무실 같이 집안에서 많이 살지만 지난날에는 농사짓고 고기잡으며 사시사철 집밖 한데서 눈비와 어우러져 살았다. 그만큼 눈비에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없었기에 그 이름도 어지간히 많다.

‘는개’는 국어사전에도 올라서 꽤 널리 알려진 말이다.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라고 풀이해 놓았다.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자라는 풀이다. ‘는개’는 “늘어진 안개”라는 어구가 줄어진 낱말임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는개’는 비라고 하기가 뭣해서 안개 쪽에다 붙여놓은 이름인 셈인데, ‘는개’처럼 비라고 하기가 뭣해서 비라고 하지 않은 것에 ‘먼지잼’이 또 있다. ‘먼지잼’은 “공중에 떠도는 먼지를 땅으로 데려와서 잠재우는 것”이라는 뜻의 풀이를 그대로 줄여 만든 낱말이다.

‘느리’는 국어사전에 오르지도 못한 낱말이다. 농사짓고 고기잡는 일을 내버려 눈비에서 마음이 떠난 요즘은 들어볼 수도 없고,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쓰지 않아 잊어버렸나 싶은 낱말이다. 지난 겨울 어느 이른 아침 대전에서 수십 년 만에 ‘느리’를 만나 오래 잊고 살았던 이름을 새삼 떠올렸다. ‘느리’는 “늘어난 서리”라는 어구를 줄여서 만든 낱말이지만 뜻은 그보다 훨씬 겹겹이다. 모두 잠든 사이에 살짝 오다 그친 ‘도둑눈’이면서 마치 ‘서리’처럼 자디잔 ‘싸락눈’이라 햇볕이 나면 곧장 녹아버리는 눈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2530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4048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7Oct
    by 바람의종
    2007/10/27 by 바람의종
    Views 6739 

    ‘강한 바람’만인가?

  5. No Image 28Oct
    by 바람의종
    2007/10/28 by 바람의종
    Views 5834 

    사전과 방언

  6. No Image 31Oct
    by 바람의종
    2007/10/31 by 바람의종
    Views 5957 

    새말과 사전

  7. No Image 31Oct
    by 바람의종
    2007/10/31 by 바람의종
    Views 6996 

    사라져가는 언어(2)

  8. No Image 31Oct
    by 바람의종
    2007/10/31 by 바람의종
    Views 7826 

    엎어지다와 자빠지다

  9. No Image 01Nov
    by 바람의종
    2007/11/01 by 바람의종
    Views 9052 

    소설속 고장말

  10. No Image 01Nov
    by 바람의종
    2007/11/01 by 바람의종
    Views 5246 

    댓글

  11. No Image 02Nov
    by 바람의종
    2007/11/02 by 바람의종
    Views 6748 

    만주말

  12. No Image 02Nov
    by 바람의종
    2007/11/02 by 바람의종
    Views 9602 

    미혼남·미혼녀

  13. No Image 03Nov
    by 바람의종
    2007/11/03 by 바람의종
    Views 6219 

    쉽게 찾기

  14. No Image 03Nov
    by 바람의종
    2007/11/03 by 바람의종
    Views 5618 

    금과 줄

  15. No Image 04Nov
    by 바람의종
    2007/11/04 by 바람의종
    Views 8679 

    여성상과 새말

  16. No Image 04Nov
    by 바람의종
    2007/11/04 by 바람의종
    Views 6847 

    언어 보존

  17. No Image 04Nov
    by 바람의종
    2007/11/04 by 바람의종
    Views 8037 

    야단벼락/혼벼락

  18. No Image 05Nov
    by 바람의종
    2007/11/05 by 바람의종
    Views 5289 

    ‘뛰다’와 ‘달리다’

  19. No Image 05Nov
    by 바람의종
    2007/11/05 by 바람의종
    Views 6684 

    지역 언어

  20. No Image 05Nov
    by 바람의종
    2007/11/05 by 바람의종
    Views 6910 

    낚시질

  21. No Image 06Nov
    by 바람의종
    2007/11/06 by 바람의종
    Views 7128 

    칼미크말

  22. No Image 06Nov
    by 바람의종
    2007/11/06 by 바람의종
    Views 8260 

    책보따리·책보퉁이

  23. No Image 07Nov
    by 바람의종
    2007/11/07 by 바람의종
    Views 10261 

    는개와 느리

  24. No Image 07Nov
    by 바람의종
    2007/11/07 by 바람의종
    Views 6900 

    복수 표준어

  25. No Image 07Nov
    by 바람의종
    2007/11/07 by 바람의종
    Views 10591 

    줄여 쓰는 말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