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22 16:06

오랫도리

조회 수 7836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오랫도리

옛날 서적을 읽다 보면 오늘날 쓰지 않는 말들이 나타날 때가 적잖다.〈열녀춘향수절가〉에서 이도령이 천자문을 읽자, 방자가 한 마디 던진다. “여보 도련님, 점잖은 사람이 천자는 또 웬일이오?”, “소인놈도 천자 속은 아옵네다.” 그러고는 “높고 높은 하늘 천, 깊고 깊은 따 지, 홰홰 칭칭 가물 현, 불타것다 누루 황”이라고 읽는 모습은 가히 웃음을 유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실은 한문 공부의 첫걸음이라고 할 ‘천자문’ 풀이조차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오라 문’이다.

홍양호의 〈북색기략〉에는 함북 방언에 문(門)을 뜻하는 ‘오라’가 있고, 덕(德)을 뜻하는 ‘고부’(高阜)가 있다고 한다. 함북 방언은 조선 초기 육진을 개척할 때 경상도 사람을 이주시켰으므로 신라 고어라고 할 수 있다. 황윤석은 영남 인본 천자문을 바탕으로 ‘오라’가 영남 고어라고 하였고, 객사에서 아이들이 대문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라고도 풀이하였다. 이처럼 ‘문’을 ‘오라’로 풀이한 예는 더 발견되는데,〈석봉 천자문〉의 ‘오라 문’이나,〈소학언해〉의 ‘문 오래며 과실 남글’[門巷果木]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고 김윤학 교수 연구에서, 강화 화도면에 ‘오랫도리’라는 밭이름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한 동네 들머리에 놓인 이 밭을 ‘출입문에 해당하는 밭’이라고 생각하며 ‘오랫도리’라 불렀다는 것이다. ‘도리’는 ‘둘레’란 뜻이므로, ‘동리로 드는 문의 주위에 놓인 밭’이다. 땅이름에 우리말이 화석처럼 깃든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2709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4195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5Mar
    by 바람의종
    2008/03/15 by 바람의종
    Views 7227 

    가시집

  5. No Image 16Mar
    by 바람의종
    2008/03/16 by 바람의종
    Views 7674 

    매발톱꽃

  6. No Image 16Mar
    by 바람의종
    2008/03/16 by 바람의종
    Views 7778 

    삿갓봉과 관악산

  7. No Image 16Mar
    by 바람의종
    2008/03/16 by 바람의종
    Views 8206 

    촌수

  8. No Image 16Mar
    by 바람의종
    2008/03/16 by 바람의종
    Views 7415 

    따발/따발총

  9. 별꽃

  10. No Image 18Mar
    by 바람의종
    2008/03/18 by 바람의종
    Views 6796 

    빌레와 바위

  11. No Image 18Mar
    by 바람의종
    2008/03/18 by 바람의종
    Views 6431 

  12. No Image 18Mar
    by 바람의종
    2008/03/18 by 바람의종
    Views 10049 

    입뇌리·물퉁게

  13. No Image 19Mar
    by 바람의종
    2008/03/19 by 바람의종
    Views 7127 

    족두리꽃

  14. No Image 20Mar
    by 바람의종
    2008/03/20 by 바람의종
    Views 7274 

    진고개와 긴고개

  15. No Image 20Mar
    by 바람의종
    2008/03/20 by 바람의종
    Views 7493 

    어버이

  16. No Image 20Mar
    by 바람의종
    2008/03/20 by 바람의종
    Views 7288 

    단고기

  17. No Image 22Mar
    by 바람의종
    2008/03/22 by 바람의종
    Views 5357 

    엉겅퀴

  18. No Image 22Mar
    by 바람의종
    2008/03/22 by 바람의종
    Views 7836 

    오랫도리

  19. No Image 24Mar
    by 바람의종
    2008/03/24 by 바람의종
    Views 10535 

    임·님

  20. No Image 24Mar
    by 바람의종
    2008/03/24 by 바람의종
    Views 7231 

    수표

  21. No Image 24Mar
    by 바람의종
    2008/03/24 by 바람의종
    Views 6339 

    쐐기풀

  22. No Image 25Mar
    by 바람의종
    2008/03/25 by 바람의종
    Views 7001 

    구미와 곶

  23. No Image 25Mar
    by 바람의종
    2008/03/25 by 바람의종
    Views 11845 

    아줌마·아지매

  24. No Image 25Mar
    by 바람의종
    2008/03/25 by 바람의종
    Views 7736 

    꽝포쟁이

  25. No Image 27Mar
    by 바람의종
    2008/03/27 by 바람의종
    Views 6354 

    범꼬리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