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06 13:59

외국어 차용

조회 수 60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외국어 차용

서로 다른 언어가 접촉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언어에서 어휘를 빌려다가 사용하게 되기도 한다. 전문 용어로 이런 것을 ‘차용’이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버스’니 ‘택시’니 ‘티브이’니 하는 숱한 문물들이 이러한 ‘차용’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어휘를 빌려 쓰는 과정에서 그 의미나 용도가 달라지기 쉽다. 전혀 다른 문화적 환경과 토양의 차이가 반영되는 것이다.

‘모텔’이라는 말은 자동차로 멀리 여행하다가 들르게 되는 숙박업소라는 뜻의 영어에서 왔다. 그러나 우리한테 들어온 이 말은 여행자를 위한 숙박업소라기보다는 그저 그냥 유흥업소들 틈새에 섞여 있는 간이 숙박업소라는 뜻이 더 강하다. 말은 분명히 영어에서 차용해 왔는데 그 의미는 전혀 다른 우리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외국어를 차용해서 우리한테 필요한 말을 만들어 쓰다 보면 가끔 그럴듯한 ‘걸작’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마 한국인들이 외국어를 바탕으로 해서 만든 말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말은 ‘알바’가 아닌가 한다. 독일어의 ‘아르바이트’(Arbeit)보다 훨씬 유용하다. 독일어에서는 ‘노동, 일, 숙제, 일거리’ 등 매우 넓은 의미로 쓰이는데 한국어에 들어와서는 매우 유용한 개념인 ‘부업’ 내지는 ‘비정규 일자리’로 정착되었다.

근간에는 한국식 영어가 거꾸로 외국에 알려지기도 한다. 호들갑스러운 몇몇 정치인이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는 ‘코리아 패싱’이 바로 그것이다. 농구의 속어로 쓰이던 ‘노룩패스’는 한 유명 정치인의 동영상으로 널리 알려졌다. 언어적 세계화는 강력한 언어가 다른 언어에 투사되는 일방적 영향만 가리키지 않는다. 이렇게 거꾸로 주변 언어에서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왕이면 좀더 의미 깊은 어휘로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저 그런 수준의 우스개 어휘로 세계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퍽 아쉽기만 할 뿐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28582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75441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0206
    read more
  4. 세계어 배우기

    Date2022.05.11 By風文 Views631
    Read More
  5. 한국어의 위상

    Date2022.05.11 By風文 Views615
    Read More
  6. 성인의 세계

    Date2022.05.10 By風文 Views810
    Read More
  7. 마그나 카르타

    Date2022.05.10 By風文 Views525
    Read More
  8. 인종 구분

    Date2022.05.09 By風文 Views571
    Read More
  9. 호언장담

    Date2022.05.09 By風文 Views569
    Read More
  10. 외국어 차용

    Date2022.05.06 By風文 Views600
    Read More
  11. 남과 북의 협력

    Date2022.04.28 By風文 Views810
    Read More
  12. 영어 열등감, 몸에 닿는 단위

    Date2022.04.27 By風文 Views614
    Read More
  13.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Date2022.02.24 By風文 Views603
    Read More
  1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Date2022.02.13 By관리자 Views532
    Read More
  15.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Date2022.02.13 By風文 Views737
    Read More
  16. 역사와 욕망

    Date2022.02.11 By風文 Views598
    Read More
  17. 되묻기도 답변?

    Date2022.02.11 By風文 Views785
    Read More
  1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Date2022.02.10 By風文 Views510
    Read More
  19. 받아쓰기 없기

    Date2022.02.10 By風文 Views1815
    Read More
  20. 권력의 용어

    Date2022.02.10 By風文 Views560
    Read More
  21. 언어적 적폐

    Date2022.02.08 By風文 Views779
    Read More
  22. 정치인의 애칭

    Date2022.02.08 By風文 Views783
    Read More
  23.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Date2022.02.06 By風文 Views507
    Read More
  24. 프레임 설정

    Date2022.02.06 By風文 Views1335
    Read More
  25. 언어적 자해

    Date2022.02.06 By風文 Views943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