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2.21 17:55

가던 길 그냥 가든가

조회 수 47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던 길 그냥 가든가

“딴 여자 찾아보던가/ 아니면 가던 길 지나가던가” 요즘 인기 있는 걸 그룹의 노래 가사다. 노래만 들을 때는 몰랐는데 텔레비전 화면에 가사가 자막으로 나오니 잘못된 표기가 눈에 띈다. 바로 ‘찾아보던가, 지나가던가’의 ‘던가’인데, ‘든가’로 써야 맞다. 그러면 ‘가던 길’도 ‘가든 길’로 써야 하나? ‘던’과 ‘든’은 발음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운데 쓰임이 다른 말이므로 구분해서 써야 한다.

‘던’은 지난 일을 나타내는 ‘더’에 관형사형 어미 ‘ㄴ’이 붙어서 된 말로, 앞말이 과거에 일어난 일임을 나타낸다. ‘새집은 이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크다’거나 ‘깊던 물이 얕아졌다’처럼, ‘던’은 항상 과거와 관련 있는 상황에 쓰인다. 이 문장들에서 ‘살던’ 일은 지금이 아닌 과거의 일이고, 물이 깊었던 것도 이미 지나간 시절의 일이다.

‘든’은 ‘든지’ 또는 ‘든가’가 줄어진 말로, 선택과 관련된 상황에서 쓰인다. ‘노래를 부르든 춤을 추든 마음대로 해라’ ‘어디서 무엇을 하든 이것만은 기억하기 바란다’처럼 여러 대상들 중에 무엇이든 선택이 가능할 때 쓴다. 위 첫 번째 예문은 노래를 부르는 일과 춤을 추는 일 중에서 무엇을 해도 좋다는 의미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둘 이상이 직접 나열되진 않았지만 ‘어디서 무엇을’이라는 말이 다양하게 열린 가능성을 나타내므로 역시 선택의 의미가 들어 있다.

인용한 노래 가사는 ‘딴 여자를 찾든지 말든지’ ‘가던 길을 계속 가든지 말든지’ 상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선택의 ‘든’을 사용해서 ‘찾아보든가, 지나가든가’로 써야 맞다. 다만 ‘가던 길’의 ‘던’은 길을 걸어가는 행위가 잠시 전이긴 하지만 분명히 과거의 일이므로 ‘던’을 쓰는 게 맞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28805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0401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new
    by 風文
    2024/05/10 by 風文
    Views 8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5. No Image new
    by 風文
    2024/05/10 by 風文
    Views 1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6.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3 

    서거, 별세, 타계

  7.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2 

    ‘수놈’과 ‘숫놈’

  8. No Image 27Mar
    by 風文
    2024/03/27 by 風文
    Views 455 

    ‘머스트 해브’와 ‘워너비’

  9. No Image 27Mar
    by 風文
    2024/03/27 by 風文
    Views 431 

    갑질

  10. No Image 26Mar
    by 風文
    2024/03/26 by 風文
    Views 420 

    웃어른/ 윗집/ 위층

  11. No Image 26Mar
    by 風文
    2024/03/26 by 風文
    Views 405 

    온나인? 올라인?

  12. No Image 21Feb
    by 風文
    2024/02/21 by 風文
    Views 475 

    가던 길 그냥 가든가

  13. No Image 21Feb
    by 風文
    2024/02/21 by 風文
    Views 368 

    ‘끄물끄물’ ‘꾸물꾸물’

  14. No Image 18Feb
    by 風文
    2024/02/18 by 風文
    Views 451 

    배레나룻

  15. No Image 18Feb
    by 風文
    2024/02/18 by 風文
    Views 424 

    ‘요새’와 ‘금세’

  16. No Image 17Feb
    by 風文
    2024/02/17 by 風文
    Views 419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17. No Image 17Feb
    by 風文
    2024/02/17 by 風文
    Views 439 

    내 청춘에게?

  18. No Image 08Feb
    by 風文
    2024/02/08 by 風文
    Views 473 

    금수저 흙수저

  19. No Image 08Feb
    by 風文
    2024/02/08 by 風文
    Views 521 

    김치 담그셨어요?

  20. No Image 20Jan
    by 風文
    2024/01/20 by 風文
    Views 626 

    바람을 피다?

  21. No Image 20Jan
    by 風文
    2024/01/20 by 風文
    Views 433 

    ‘시월’ ‘오뉴월’

  22. No Image 16Jan
    by 風文
    2024/01/16 by 風文
    Views 573 

    “영수증 받으실게요”

  23. No Image 16Jan
    by 風文
    2024/01/16 by 風文
    Views 512 

    ‘도와센터’ ‘몰던카’

  24. No Image 09Jan
    by 風文
    2024/01/09 by 風文
    Views 539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25. No Image 09Jan
    by 風文
    2024/01/09 by 風文
    Views 525 

    헷갈리는 맞춤법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