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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제3장. 다양한 생물 시계 (1/2)

    서커디언 리듬

  생물 시계는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20세기도 막바지에 이른 현재에는, 일부 세균을 제외한 모든 생물이 고유한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이 생물 시계는 곤충의 탈피나 변태를 조절하기도 하고, 야행성이나 주행성 동물의 행동을 지배하기도 하며,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 즉 단세포 생물의 분열도 조절한다. 단세포 생물에서는 세포 분열이 곧 생식이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꿀벌이 꿀이나 꽃가루를 모아들이는 활동에도 관계하고, 철새의 이동에도 관계한다. 또 식물이나 동물이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을 조절하고, 식물의 경우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잎을 내는 모든 활동을 조절한다. 하지만 생물 시계가 관여하는 일은 이렇게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은 아니다. 생물 시계는 생물의 생체의 조직이나 기관, 세포, 그리고 핵이나 세포질에서 일어나는 세포 안의 더 작은 기관이 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 생물 시계는 하루에 1번 정도 회전한다. 1960년, 미국의 하버그는 대략 1일을 주기로 반복되는 생물 시계의 리듬을 '서커디언 리듬'이라는 용어로 표현하자고 주장했다. 서커디언이란 '대략'이라는 뜻의 '서커'에 '하루의'라는 뜻의 '디언'을 합쳐서 만든 라틴어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결국 그 뜻은 약 하루의 리듬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생물 시계의 리듬은 서커디언 리듬이라는 표현 대신, '24시간 리듬', 혹은 '활동일 주기'라는 식으로 표현될 때가 더 많다. 서커디언 리듬이란 바깥 세상의 빛이나 온도 등, 주기적으로 변하는 모든 요인을 없앨 경우, 예를 들어 온도는 섭씨 25도로 일정하게 하고, 조명도 일정하게 한 상태에서 모든 생물체가 보이는 약 24시간의 주기를 가진 리듬을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항상적인 조건 하에서도 계속되는 리듬을 '자유 진행 리듬'이라고도 한다. 그러니 여러분은 이제 자유 진행 리듬에서는 한 번 활동을 개시하고 다음 활동을 개시하기까지의 주기가 '약' 24시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유 진행 리듬이 서커디언 리듬이라는 것은 생물이 나타내는 주기가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 각 개체에 따라서 22시간에서 26시간까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찌르레기의 경우, 자유 진행 리듬이 23시간 30분의 주기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유 진행 리듬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도, 24시간을 주기로 되풀이되는 환경 속에서는 모든 생물 시계가 정확하게 24시간이라는 주기로 한 바퀴를 돌고 있다. 몸 속에서 돌아가는 생물 시계의 자유 진행 리듬은 24시간을 주기로 하지 않는 것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추어 꼭 24시간의 주기를 갖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물이 바깥 세상의 주기에 '시계를 맞추는' 것은 무엇을 단서로 하는 것일까? 이 단서는 주로 빛의 세기와 방향이 변하는 주기일 것이다. 그러나 24시간 계속 밝은 조건이라든가 어두운 조건에서처럼 빛의 변화가 없는 경우에는 다른 것으로 단서를 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온도가 높아지고 낮아지는 주기적인 변화에 시간을 맞출 수도 있는 것이다. 생물 시계는 상당히 정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분은 다음 이야기를 통해서 그 시계가 얼마나 정밀한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밀한 생물 시계

  들쥐는 야행성 동물이다. 여러분은 '다람쥐 쳇바퀴 돌기'라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들쥐 쳇바퀴 돌기'라는 이야기는 처음일 것이다. 사실은 들쥐도 쳇바퀴를 돈다. 들쥐는 다람쥐나 햄스터(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사는 포유류 비단털쥐과의 동물)와 마찬가지로 쳇바퀴 돌기를 상당히 좋아한다. 들쥐의 집에 쳇바퀴를 설치해 주면 밤새도록 쳇바퀴를 돌리면서 혼자 노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는 주로 낮에 활동하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이제는 밤에 활동하는 동물인 들쥐에게서는 생물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보자. 들쥐가 쳇바퀴 돌리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들쥐가 쳇바퀴를 돌릴 때마다 자동적으로 그 회전을 기록하는 기계를 부착했다. 그리고 들쥐 집의 온도를 섭씨 25도로 일정하게 해 두고 햇빛을 차단한 채 조명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보았다. 그리고 들쥐의 행동을 관찰했다. 첫날에서 59일까지는 하루에 1시간만 불을 켜 두었다. 그리고 나머지 23시간 동안은 불을 껐다. 들쥐는 1시간 동안 조명이 들어왔다가 나가자 곧바로 쳇바퀴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이나 쳇바퀴를 돌렸을까? 들쥐는 꼭 12시간 동안 쳇바퀴를 돌리고 나머지 12시간 동안은 쉬었다. 이런 일이 매일 되풀이되었다. 이 때, 들쥐가 보이는 활동의 주기는 정확하게 24시간이었다. 그리고 60일이 되는 날부터는 1시간 동안 불을 켜는 것까지 그만두었다. 들쥐를 계속되는 어둠 속에서 생활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러자 들쥐가 쳇바퀴를 돌리기를 시작하는 시간이 매일 조금씩 빨라져, 평균 23시간 33분만에 다시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게 되었다. 결국 들쥐의 경우에는 23시간 33분이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였던 것이다. 바깥 세상으로부터 아무런 간섭이 없을 때 들쥐의 몸 속에서 스스로 돌아가는 생물 시계는 23시간 33분의 주기로 움직였던 것이다.

  60일부터 92일까지 지속되는 어둠 속에서 생활하도록 한 뒤, 93일부터는 조명 방법을 다시 바꾸었다. 하루 중 18시간 동안은 불을 밝혀 두고, 나머지 6시간 동안은 불을 껐던 것이다.  그러자 들쥐는 하루 중 어두운 6시간 동안만 활동을 했다. 들쥐의 활동 주기는 불이 들어오는 시간의 영향을 받아 다시 24시간이 되었다. 전과는 달리 하루 6시간만 활동을 하는 들쥐를 132일부터는 다시 한 번 온종일 어둠 속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들쥐는 다시 한 번 자유 진행 리듬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번에 들쥐가 보인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는 23시간 15분으로 더욱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활동에 들어가는 시간이 전보다 더욱 빨라졌던 것이다. 첫번째와 두번째의 암흑 속에서 들쥐가 보였던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그 표준 편차가 겨우 1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표준 편차란 어떤 값이 나타내는 차이가 큰가 작은가를 나타내 주는 것으로, 이 경우 표준 편차가 크면 클수록 리듬의 주기가 들쭉날쭉하다는 뜻이 된다. 반면에 표준 편차가 작으면 작을수록 리듬의 주기가 일정하다는 뜻이다. 하루를 분으로 계산하면 24 * 60 = 1440분이다. 따라서 들쥐의 자유 진행 리듬이 나타낸 표준 편차는 1000분의 1 이하의 작은 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분은 들쥐가 갖고 있는 생물 시계의 정확성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이런 결과를 보면 생물 시계의 활동을 '서커디언 리듬'(대략 1일을 주기로 한 리듬)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나타내야 함을 잘 알 수 있다. 서커디언 리듬이란 생물이 대략 하루를 주기로 해서 활동하는 뜻이고, 이는 지구의 자전 주기(24시간)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24시간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또 서커디언 리듬은 유전적인 의미를 가지는 `주행성'이나, `야행성'이라는 말과도 다른 뜻을 갖는다. 생물 시계의 작용에 `서커디언 리듬'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보는 것 같은 하루 24시간의 주기로 반복되는 `일주성 리듬'이라는 용어로는 생물 시계의 신비를 모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물 시계의 활동은 서커디언 리듬이라는 용어로서만 정확하게 표현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종의 생물은 모두 같은 생물 시계를 갖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항상적인 조건(빛과 온도, 습도 등을 일정하게 유지한 조건)에서 보이는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 다시 말해 생물 시계가 생물체의 몸 속에서 1번 회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같은 종의 생물이라도 각 개체에 따라 달라진다. 또 한 생물체에서도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같은 생물체에서도 주기가 달라지는 것은 항상적인 조건에 들어가기 전에 경험한 외부의 조건에 따르는 것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들쥐의 실험에서 잘 드러났다. 들쥐는 처음의 60일부터 92일까지 암흑 생활에서는 23시간 33분의 주기로 자유 진행 리듬을 보였다. 하지만 132일부터 170일까지의 암흑 생활에서는 23시간 15분 주기의 자유 진행 리듬을 보였다.

  이렇게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가 달라진 이유는 암흑 속으로, 다시 말해서 항상적인 조건으로 들어가기 전의 생활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들쥐는 처음 1시간은 밝은 곳에서, 23시간은 어두운 곳에서 생활하다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중에는 18시간은 밝고 6시간은 어두운 곳에서 생활하다가 어둠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조명을 다르게 했을 때, 들쥐의 활동 시간은 2배 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처음에는 12시간 동안 활동하고 12시간 동안 잠을 잤지만, 나중에는 6시간 동안 활동하고 18시간 동안 잠을 잤던 것이다.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는 6시간 동안만 활동했던 쪽에서 더욱 짧아졌다. 뿐만 아니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두 경우는 활동이 지속되는 시간에서도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처음 12시간 동안 활동한 후에는 항상적인 암흑 속에서도 거의 12시간 동안 활동을 보였다. 그러나 후에 6시간 동안만 활동한 후에는 항상적인 암흑 속에서도 6시간만 활동했던 것이다.


    온도의 변화
  하지만 보통, 생물 시계가 한 번 회전하는 주기는 각 생물체에 따라 어느 정도 일정한 길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길이는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제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와 온도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만일 생물 시계의 주기가 온도의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아 변해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래서 온도가 높아지면 생물 시계도 빨리 돌아가고, 온도가 낮아지면 생물 시계도 천천히 돌아간다면? 아마 여름에는 자유 진행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겨울이 오면 더 늦어질 것이다. 따라서 시계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자연의 리듬에 시간을 포함시키는것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생물 시계의 주기와 온도 사이의 관계를 아는 것은 생물 시계의 본질을 아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만일 생물 시계가 일종의 화학 반응이라면 어떨까? 화학 반응은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빠르게 진행된다. 생물의 몸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생명 현상도 화학 반응 중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생명체의 화학 반응을 다루는 생화학이라는 분야가 따로 있는 것이다. 보통 화학 반응은 온도가 10도 올라가면 반응 속도가 2배에서 3배 정도로 빨라진다. 과학자들은 50종 이상의 다양한 생물이 갖는 다양한 리듬에 대해서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와 온도와의 관계를 조사해 보았다. 조사 대상이 된 것은 다음과 같았다. 유글레나(단세포 생물로서 엽록체와 함께 안점과 편모라는 운동 기관을 갖고 있어서 동물과 식물의 중간적인 형태로 본다)의 주광성(빛이 비치는 방향으로 움직여 가는 성질), 붉은빵곰팡이의 생장 곡선, 바퀴의 걸음걸이, 파리의 번데기가 날개를 달고 엄지벌레가 되는 일, 장지뱀(파충류)의 걸음걸이 등이었다. 조사 결과를 수치로 나타내 보았더니, 외부 온도가 15도에서 35도 정도 사이에 있을 때, 약 1이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온도가 10도가 올라가도 반응 속도는 1배로, 그대로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는 온도의 변화에 의해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리듬의 한 활동이 개시된 시간에서부터 다음 활동이 개시되기까지의 주기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생물 시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온도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계속 일정한 속도로 움직여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생물 시계를 화학 반응이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활동이 지속되는 시간의 길이는 온도의 영향을 받을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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