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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제1장 생물 시계의 발견
    1. 생물 시계의 발견

    20세기의 빛과 어둠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그것은 생물 시계를 연구하는 대상이 식물에 국한되지 않고 더욱 넓은 범위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20세기에는 식물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동물의 다양한 활동 리듬을 대상으로 해서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고 진행되었다. 그리고 갖가지 생물의 활동 리듬에 대한 실험 결과가 많이 제출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초의 30년은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가 후퇴하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를 생물 시계 연구의 후퇴기라고 부르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이 시기의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생물의 활동 리듬이 빛이나 온도가 아닌 어떤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해 비롯된다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루 24시간 계속해서 어둡게 해 두거나, 24시간 계속 조명을 밝혀 둔 상태에서, 그리고 온도까지 일정하게 해 둔 상태에서 생물이 일정한 활동 리듬을 보이는 것은 빛이나 온도 이외의 어떤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또 다른 외부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이야기가 분분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지구상에는 X라는 미지의 물리적인 요인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X라는 요인은 빛이나 온도처럼 우리가 쉽고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X라는 요인은 빛이나 온도와 마찬가지로 지구의 자전에 따라 24시간의 주기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여러 생물들은 이 X라는 요인에 반응해서 정확한 활동 리듬을 보이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뿐이다. 이 X라는 요인을 찾아내는 일만 남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물 스스로가 시간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는 쉽게 동조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 X 요인이라는 관념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 튼튼하게 뿌리 박게 되었다. 바로 그런 시기의 연장선 상에 있던 1936년, 독일의 뷔닝이라는 과학자는 많은 실험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그는 여러 실험 결과를 통해 X 요인을 부정하고, 훌륭한 새 이론을 전개했다. 그의 설명을 간단하게 줄이자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된다.
  "식물은 시간의 흐름을 아는 시계 같은 것을 갖고 있다. 식물은 그것을 이용해서 하루가 가는 것을 알 뿐만 아니라, 꽃이 피는 시간도 조절하고 있다."
  뷔닝은 이렇게 세계 최초로 '생물 시계'라는 개념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과학계에서는 뷔닝의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받아들이기는커녕 터무니없는 공상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어쨌든, 뷔닝은 생물 시계라는 개념을 발전시킨 진정한 선구자이다. 뷔닝은 앞으로 이 책의 내용 중 광주성 시계를 다루는 부분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할 것이다.

  1950년대에는 생물이 보이는 활동의 리듬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라는 점, 다시 말해 X 요인이라는 외부의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대대적인 실험이 이루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초파리는 학명이 드로소필라 멜라노가스터라고 하는 작은 파리를 말한다. 여러분 중에서 초파리를 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초파리는 몸길이 2~3밀리미터 정도로 보통 파리보다 훨씬 작지만 모습은 보통 파리와 비슷하게 생긴 곤충이다. 초파리들은 과일을 놓아 두면 쉽게 날아와 앉는데, 식초나 간장, 술 같은 발효 식품에도 잘 덤벼든다. 그래서 초(식초)파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초파리는 키우기도 쉽고, 돌연 변이도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유전학의 연구 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초파리를 이용해서 X 요인이 있는가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과학자들은 우선 초파리를 남극으로 운반해 갔다. 그리고는 지구의 자전이 초파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지구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회전대 위에서 초파리의 활동을 기록해 보았다. 실험 결과 X 요인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구의 자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어도, 초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를 주기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다른 많은 실험이 진행되었다. 어떤 사람은 X 요인이 지구의 자전 그 자체가 아니라 자전을 함에 따라 변화해 가는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우주선이라고 했다.

  여러분은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우주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주 여행을 위한 비행 물체, 우주선을 머리에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우주선은 그 우주선이 아니라 방사선이다. 우주로부터 지구로 쏟아져 내리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을 가리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X 요인이 우주선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꿀벌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주선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가서 실험하기로 했다. 우주선이 닿지 않는 장소란 바로 지하 180미터 깊이의 암염(소금으로 된 바위)갱안이었다. 과학자들은 암염 갱 속에서 꿀벌의 활동 리듬을 조사해 보았다. 결과는 남극에서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X 요인을 부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실험이 구상되었다. 과학자들은 프랑스에서 살던 꿀벌을 미국의 뉴욕까지 비행기로 수송해서 실험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꿀벌의 활동이 도착한 곳의 지방시에 맞추어 변화하는가를 조사해 보았다. 만일 꿀벌의 활동 리듬이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받아 결정되는 것이라면 꿀벌은 도착한 곳의 시간에 맞춰서 행동을 변화시켜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은 도착한 곳의 시간에 맞춰 활동 리듬을 변화시키지 않았다. 이 실험을 통해 다시 한 번 X 요인의 존재가 부정된 것이다. X 요인에 대한 실험은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루어 보겠다.

  1950년에서 1960년 사이에는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획기적인 두 가지 사실이 발견되었다.  그 중의 하나는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칼 폰 프리슈와 그의 동료 연구자들이 꿀을 모아들이는 꿀벌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호프만과 그라머가 찌르레기라는 철새의 이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이제 꿀벌과 찌르레기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된 생물 시계의 이야기롤 넘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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