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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國會', 명칭부터 바꿔라
[소준섭의 正名論]<4> 民會나 公會로

대한민국 국회를 방문했던 독일의 저명한 입법학자 카르펜(Karpen) 교수는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한복판의 국회 마크를 보며 그 가운데 새겨진 것이 나라 '국(國)' 자라는 사실을 알고 '國' 자를 시민, 대중을 의미하는 '民' 자로 대체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고 한 바 있었다.

사실 우리의 '국회'가 '나라 국(國) 자'를 굳이 사용해야 할 필요성은 별로 없다. 원래 '국회(國會)'라는 단어가 처음 나타난 곳은 중국 고전『관자(管子)』로서 "국가의 회계(會計)"라는 뜻으로 쓰인 용어이다. 현대적 의미로서의 '국회'는 1861년 출판된 중국의『연방지략(聯邦志略)』이라는 책에서 'Congress'의 번역어로서 채용되어 일본으로 유입되면서 일반화되었으며, 한국에서는 수신사 기록인『일사집략(日槎集略)』(1881년)에 그 용례가 처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나라에서는 '국회'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의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오직 일본, 그리고 일본이 만들어낸 용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한국과 타이완만이 '국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의 대표'가 아닌 '시민의 대표'로서의 국회, '國' 자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의회(議會)'라는 용어는 라틴어로부터 비롯되었는데, 그 본래의 의미는 "담화(談話) 방식의 변론"으로서 처음에는 '대표들의 집회'라는 형식으로 나타났다. 국가마다 그 명칭이 달라 영국은 의회(議會: Parliament), 프랑스는 삼부회 (三部會: Etats gen raux), 스페인은 코르테스(Cortes), 러시아는 두마(Duma) 등으로 칭해지고 있다.

원래 'Congress'는 'come together'로부터 온 단어이고, 'Parliament'는 프랑스어 'parler'에서 비롯된 단어로서 '말하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Etats gen raux'는 '세 나라의 대표'라는 의미이며, 'Duma'는 '둥근 천장이 있는 재판정'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서 의회라는 용어의 어원이 '모이다', '대표', '말하다', '재판정' 등이며, 결국 이러한 개념들이 의회의 '내용'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국회'라는 용어는 '국(國)' 자를 사용하고 있음으로써 견제대상으로서의 '국가' 이미지를 거꾸로 차용하여 마치 '국가의 대표'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결국 '시민으로부터 벗어나 거꾸로 시민을 지배하는' 권력의 이미지를 제공하게 되었다. 본래의 '실질'과 의미를 반영하여 "시민 대표의 회의체"라는 의미의 '민회(民會)'로 바꾸거나 '공민(公民)'의 회의체라는 의미로 '공회(公會)'라고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하여 정부 권력(=국가 권력)이나 대통령을 견제하는 3권 분립의 한 축으로서 '국가의 대표'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반드시 '시민의 대표'라는 의미를 나타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민회(民會)'라든가 '공회(公會)'라는 용어에 거부감이 강하다면, 가치중립적인 용어로서 최소한 다른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의논하고 회의한다."라는 의미의 '의회'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게 관행화된 두 글자로 된 단어 사용에서 벗어나 아예 '대표(자)회의'이나 '대표모임' 등으로 원래의 의미를 고스란히 담는 방안도 고려될 만하다.

<이렇게 두 글자로만 표기하는 조어 방식으로 인하여 의미를 구체적으로 표현해내지 못하고 추상적이거나 얼버무리는 식의 단어가 많아지게 된다. 게다가 이를테면 '초식남(草食男)'처럼 사물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은유어가 계속 만들어지면서 언어의 왜곡과 혼란이 가중된다. 독일어는 단어에 계속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의 신조어를 생성함으로써 오늘날 가장 원래의 의미를 잘 표현하는 문자로 발전하였다. 예를 들어 '과학'이라는 개념은 서양에서 온 개념으로서 영어 'science'와 프랑스어 'science' 모두 '자연과학'의 의미이다. 다만 독일어인 'Wissenschaft'에는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과학적'이라고 사용하는 단어에는 마땅히 독일어 중의 'Wissenschaft'로써 이해해야만 비로소 타당할 것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의 경우에는 거의 두 글자로 조어가 진행되어 의미를 담아내는 데 현저한 제한성이 존재한다. 이는 용어에 있어 개념의 불명확성과 중복, 혼선을 초래하며 결국 언어생활 및 일상생활에서 적지 않은 불편을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대표자회의'라는 말은 처음 들을 때에도 곧바로 '대표들이 모여서 결정하는 조직'이라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지만, 만약 '국회'라는 말을 처음으로 듣게 된다면 우선 한자어인지 순 우리말인지부터 생각해야 하고, 또 나라 국(國)자인지 판 국(局) 자인지 아니면 국화 국(菊) 자인지 생각해야만 한다. '회'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 사람은 세계적으로 말의 속도가 늦는 편이다. 이는 한국어가 대개 두 단어로만 조어가 진행되어 동일한 발음이 많음으로 하여 말의 속도가 빠를 경우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國家' 용어의 기원

한편 우리나라에서 '국민'이라는 용어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국민'과 대비되는 것이 바로 '공민(公民)' 혹은 '시민'이라는 개념이다. '공민(公民, citizen)'이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즉 참정권(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졌으며 동시에 국가권력에 대한 감독권을 지닌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 '공민'의 '공(公)'이란 우리나라에서 '국민 전체' 혹은 '국가'의 '전체'라는 측면만을 강조하여 사용되고 있지만, 기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인으로서 자각을 하고 사회에 참여한다."는 주체적인 개인주의의 인간관이 강력하게 반영되어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른바 '전체(全體)'는 책임과 의식을 지닌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성립된 것이다. '공민(혹은 시민)'은 역사적으로 절대 왕정을 타파하는 과정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절대 권력에 맞서는 '자유인의 정치적 실존 방식'으로 형상화되었다. 그리하여 공민이라는 개념은 자신의 사적 이익과 함께 공공의 이익도 동시에 추구하는 존재였다. 결국 '공민'이란 '국가 또는 사회의 능동적 구성자' 또는 '국가 또는 사회를 만드는 개인들'로서의 '공민'의 참여는 국가의 주요 정책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 보편적인 수단이 되었고 민주적 행정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되었다.

사실 우리는 '국회'를 비롯하여 '국가', '국민', '국방', '국립', '국어' 등등 하여 '국(國)' 자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뀐 '국민학교'라는 용어는 '황국신민(皇國臣民)' 혹은 '국가신민(國家臣民)'을 양성한다는 일제의 초등교육 정책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원래 '국민학교'라는 명칭은 나치독일의 전체주의 교육을 상징했던 '폴크스 슐레'(Volksschule)에서 연원하였다. 교육부는 1995년 8월 11일 "일제의 잔재를 깨끗이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국민학교의 명칭을 변경한다."고 발표하고 1995년 12월 29일 교육법을 개정하여 1996년 3월 1일부터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초등학교'로 변경하였다.

<이른바 '언어의 사회성'을 내세우며 용어를 바꾸자는 데 반대하는 논리로 주장하지만,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초등학교로 무리 없이 완벽하게 바꿔낸 이 사례로부터 용어를 바꾸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초등학교' 명칭 외에 여전히 '국민'이라는 말은 우리 주위에서 너무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국가(國家)'라는 용어는 원래 제후가 다스리는 '국(國)'과 경대부(卿大夫)가 다스리는 '가(家)'의 총칭으로서 "특정한 경계(境界)를 가진 지배지(支配地)와 지배민(支配民)"을 의미하고 있다.

중국 고대 주(周) 왕조는 정치와 혈연이라는 두 가지 기준에 의하여 '가(家)'와 '국(國)'이 일체화된 종법권력 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리하여 혈연상의 친소와 혈통상의 적서(嫡庶)를 기준으로 하여 모든 사회가 각기 서로 다른 '대종(大宗)'과 '소종(小宗)' 체계로 구분되었다. 먼저 주 왕조의 천자는 희(姬) 씨 성의 종주(宗主)로서 천하의 대종으로 되었으며, 다음으로 천자의 동성 형제들은 천하의 소종으로서 각 제후국에 봉해졌다. 제후는 천하의 소종으로서 천자의 관할 하에 놓여졌지만, 동시에 그 제후는 해당 제후국 내에서 다시 봉국(封國)의 대종으로 되고, 경대부(卿大夫)는 제후국 내의 소종으로서 제후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경대부는 제후로부터 하사받은 채읍(采邑)에서 다시 대종의 신분이 되었다.

또한 중국 고대 주(周) 왕조는 '국(國)'과 '야(野), '도(都)'와 '비(鄙)'를 별도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행정체제를 운영하였다. '국(國)'과 '도(都)'는 규모가 큰 도시였으며, 귀족과 평민은 '국인(國人)의 신분으로서 그 안에 거주하였고, 이 '국인'에 직접적으로 복무하는 소수의 노예는 '국(國)과 '도(都)' 사이에 거주하였다. '야(野)'와 '비(鄙)'는 향촌으로서 많은 서민들과 대규모 노예들이 거주하였다. '국(國)', '도(都)', '야(野)', '비(鄙)'에는 모두 상응하는 행정관리 기관이 설치되었다.

일본에서는 율령(律令) 용어에서 '국가'란 곧 천황을 의미해왔다.

'국가 신민(國家 臣民)' 개념으로서의 '국가(國家)'와 '국민(國民)'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란 단지 가족의 질서가 확대된 개념이며, 자율적인 시민사회의 존재는 상정되지 않는다. 오로지 특정한 영토 내에 살고 있는 신민(臣民)이라는 개념이 있을 뿐이다. 신민은 사회라는 집단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모두 지닌 '공민' 혹은 '시민'과 동일한 의미가 아니다.

결국 '국민'이라는 용어는 국가에 속하는 개별적 인간들을 총칭,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존재를 의미하며, 따라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어느 특정한 용어를 사용하게 되면 그로 인하여 어떤 특정한 범주의 개념이 설정되며, 또 역으로 그렇게 설정된 특정의 개념 범주로 인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를테면 '국민', '국가'라는 '국가주의'가 깃든 용어의 사용으로 인하여 공개적으로 그리고 잠재적으로 국가라는 '전체'에 개인들을 끊임없이 피동화시키고 그것에 대한 소속감과 함께 충성심을 부여하고 고취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국(國)' 자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전체적으로 총체적인 국가주의의 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척도이다.

참고로 '국(國)' 자는 '口' 자와 '或' 자로부터 온 글자이다. '口'는 강역(疆域)을 의미하고 있다. 처음에 '국(國)' 자는 '口'라는 글자가 없는 채 '或' 자로만 사용되었었다. 그런데 '或'이라는 글자는 '창 과(戈)'와 '口'가 합쳐진 글자로서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풀이에 의하면 "或 자는 '방(邦)'의 뜻이다(或者, 邦也)"라고 풀이하고 있다. '口'는 경계(境界) 혹은 국토(國土)의 의미이고, 창(戈)으로써 그것을 지킨다는 의미로서 모두 "(일종의) 사유재산을 지키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或' 자는 목축시대에 사용되었고 '口' 자는 농업시대에 사용되었는데, 후대에 합쳐져서 한 글자로 되어 "창(戈)으로써 방어하며 성벽이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소준섭 국회도서관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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