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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 왜 문제인가?
[강철구의 '세계사 다시 읽기'] <24> 인종주의와 서양문명 ①


인종주의와 서양문명
  
  1. 인종주의, 왜 문제인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인종주의'
  
  요사이 우리나라에 수십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다. 우리의 경제력이 커진 탓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대접은 매우 소홀하다. 못사는 나라 사람들이라 하여 우습게 안다. 욕을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구타도 심심치 않은 것 같다. 또 불법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하여 임금을 제대로 안 주는 경우도 많다.
  
  이런 차별과 관련해서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인종주의'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런 차별을 인종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은 인종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막연히 미국의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 차별 같이, 피부색에 따라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이겠거니 생각할 뿐이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인종주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고 역사적으로도 매우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인종주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세계사 교육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대학에서 인종주의와 관련된 내용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니 인종주의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서양의 역사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종주의 문제를 다룬 전문적인 책들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역사책 속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다. 서양 사람들이 인종주의 문제를 밖으로 잘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서양 사람들의 그런 태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자기네가 그 동안 인종주의를 갖고 수백 년 동안 온갖 악행을 저질러 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떳떳하지 않은 이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를 회피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서양사나 세계사에서 인종주의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는 것은 서양 사람들의 이런 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이 자기네 책에서 인종주의를 다루지 않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의 유럽중심적인 서양사 내지 세계사 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양인도 아닌 우리가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것은 매우 잘못된 태도로 빨리 고쳐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세계의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인종주의 문제가 왜 중요한가
  
  그러면 우리는 왜 인종주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그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지난 500년간 유럽 국가들이 전 세계로 식민지를 확대해 나가며 다른 대륙의 사람들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이념이 인종주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북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원주민을 거의 멸종시키고, 중남미 · 아시아 · 아프리카의 식민지 사람들을 죽이거나 노예화하고 착취하는 일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또 2차 대전 때에는 독일 사람들이 약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들을 조직적으로 학살했는데 그 바탕에 있는 것도 역시 인종주의이다.
  





▲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원주민들은 18세기에 서양인들이 그 지역으로 들어간 이후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다.

  





▲ 유대인 학살의 모습.

  인종주의가 이렇게 사악한 성격을 갖는 것은 그것이 인간을 우월한 인종과 열등한 인종으로 나누고 전자가 후자를 다스리는 것은 물론, 노예로 부리거나 심지어 죽이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인종주의는 결코 윤리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이념이다.
  
  그런데도 2차 대전이 끝난 후 비교적 약화된 것 같이 보였던 인종주의가 최근 서양에서 다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1980-90년대에 들어와 경제 사정이 나빠지며 유럽 국민들 사이에 자기 나라에서 거주하고 일하는 이민 노동자를 비롯해 비유럽계 사람들에 대한 증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기네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불만이 인종주의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극우파 정당이나 단체들이 공공연히 이들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나 추방까지도 주장하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도 적지 않다.
  
  인종 차별이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는 미국에서도 냉전이 끝나고 사회가 보수화하며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것들은 인종주의가 지나간 과거의 문제가 아니며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부딪쳐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프랑스 국민전선의 당수 장 마리 르팽 (Jean-Marie Le Pen).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은 10% 이상의 지지를 계속 받으며 프랑스 정치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 있다. (© REUTERS)

  2. 인종과 인종주의는 무엇인가
  
  '인종'은 비과학적인 개념
  
  먼저 인종(人種:race)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근대에 들어와 서양인들은 인종이라는 단어를 혼란스럽게 사용했다. 민족을 의미한 경우도 있고 유대 인종이라는 말처럼 종교적 집단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었다. 또 인류 전체(human race)를 의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을 신체나 용모의 특징에 따라 나누는 것을 뜻한다. 19세기에 인종을 보통 황인종, 흑인종, 백인종의 세 형태로 나눈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신체나 골격, 용모의 특징은 인간 집단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여기에 의해 딱 떨어지게 구분되지 않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사이에는 호르몬 활동이나 혈액 성분 등 여러 다른 기준들이 더 추가되기도 한다. 그에 따라 수십 개의 인종으로 나누기도 하나 정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 여러 인종적 타입의 모양

  더 중요한 것은 학문적으로 볼 때 인종이라는 것이 별 의미 없는 구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생물학에서 종(種)이라고 부를 때에는 그 안에 속하는 개체들이 공통의 유전적 특징을 갖고 있고 성적 교섭을 통해 후손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다른 종 사이에서는 후손이 만들어질 수 없으며 가까운 종 사이에서 그것이 혹시 가능하다 해도 그 후손이 생식능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과 당나귀 사이의 잡종인 노새가 생식력이 없는 것이 그 예이다.
  





▲ 암말과 숫당나귀 사이의 종간 잡종인 노새. 노새는 생식능력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인종으로 불리는 다른 인간 집단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그것이 가능하다. 백인과 흑인, 황인과 흑인, 황인과 백인 사이에서 얼마든지 생식 가능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인종은 종이 아니며 과학적인 면에서는 아무 쓸 데 없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사회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서양 사람들이 인종을 생물학에서의 종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여 어떤 인종에 속하는 사람은 그 정신적, 신체적 특징들을 유전에 의해 후손에게 물려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의 아름다움이라든가 지능, 또 도덕성 같은 것도 인종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이때 그들이 미리 머리 속에 가정하고 있는 것은 백인종이 황인종이나 흑인종에 비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우월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우월성은 유전되는 것이고 생물학적인 것이므로 결코 인간이나 환경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뜻에서 인종은 과학적으로 보다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인종주의는 무엇인가
  
  이렇게 불분명하며 인간 집단 사이의 불평등한 관계를 가정하는 인종 개념 위에 서 있는 이데올로기를 인종주의라고 한다. 그러니 인종주의도 많은 문제점들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종주의는 다음 몇 가지의 기본적인 가정에 기초해 있다.
  
  첫째, 인간은 공통의 신체적 특질을 가진 다른 인간집단인 인종으로 나뉘는데 그들 사이 의 차이는 동물의 다른 종 사이에 나타나는 차이와 같다.
  
  둘째, 신체적, 정신적 특질은 서로 관련이 있으며 유전에 의해 후대에 전달된다. 교육이 그것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셋째, 집단은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행위는 대체로 그가 속한 인종적, 문 화적 집단에 의존한다.
  
  넷째, 인종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서로 간에 우열이 있다. 이는 신체적인 아름다움이나 지적, 도덕적 특질의 우열로 나타난다.
  
  다섯째, 위의 전제의 의해 우월한 인종이 열등한 인종을 예속화, 절멸하는 것은 정당화 된다.
  
  인종적 집단 사이에 이렇게 우열을 가정하는 것은 자원이나 부,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이다. 한 인종이 이런 것의 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거나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는 것이다. 심지어는 어떤 인종적 집단을 한 사회에서 고립시키거나 축출하고 심지어는 모두 죽이는 것까지도 정당화한다. 서양에서 만들어진 모든 이념 가운데 가장 악질적이고 저질의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유대인 학살과 식민지 해방으로 인해 2차 대전 후에는 UN을 중심으로 인종적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적 운동이 벌어졌고 법으로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나라도 많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과거와 같은 노골적인 인종주의적 태도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서양의 많은 사람들은 인종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겉과는 달리 속으로는 황인종이나 흑인종을 깔보고 경멸한다. 그것은 이 세계가 식민주의 시대 이래 불평등하게 만들어졌고 오늘날에도 백인종과 다른 인종 사이에 경제적, 문화적 격차가 크게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종주의는 아직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 UN의 인종차별금지 포스터. UN은 1966년에 인종차별금지의 날을 정하고 지구상에서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강철구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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