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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티를 입은 문화 -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1. 약탈혼이 정당하던 시절

    체면치레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의 웨딩마치

  웨딩케이크는 먹는 것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신부에게 던지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웨딩케이크는 결혼식 때 있기 마련인 갖가지 다산의 징표 가운데 하나로서 생겨난 것이었다. 먼 옛날부터 부와 번영을 나타낸다고 여겨진 밀은 신부 머리에 끼얹는 곡식 중에서도 가장 오래 된 곡식이다. 결혼하지 않은 아가씨들도 다음에는 자기가 결혼하게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신부의 머리에서 흘러 떨어진 밀알을 앞다투어 끌어 모았다. 마치 지금의 아가씨들이 신부의 부케를 받는 것과 같은 것이다.

  로마인은 토목 기술의 수준도 높았지만 과자 만드는 기술도 뛰어났다. 기원전 100년경 그들은 결혼식에 쓰이는 밀을 작고 달콤한 케이크로 만들어냈다. 물론 이것은 던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결혼식에 모인 사람들은 밀알을 신부에게 던지는 즐거움을 잊지 못해서 종종 밀알 대신에 이 케이크를 던졌다. 부서진 케이크 부스러기는 다산을 빌면서 신랑 신부가 함께 먹었다. 그 후 하객들에게는 콘펫(달콤한 과자라는 뜻)이라고 하는 땅콩과 말린 과일, 꿀에 잰 아몬드로 만든 사탕과 과자를 나누어 주었다. 웨딩케이크를 잘라 그것을 신랑 신부가 먹는 이 관습은 서유럽 일대에 널리 퍼져나갔다. 이때 영국에서는 케이크 부스러기를 먹을 때 특별한 맥주를 함께 마시게 되었다. 이 맥주인 '브라이드 에일(신부의 맥주라는 뜻)'이 후에 브라이들(결혼식이란 뜻)이 되었다. 그런데 케이크를 던지는 것, 즉 음식을 던지는 것이 아무리 풍요의 상징이라고 해도 이 습관은 기본적으로 경건함을 중요시하는 중세의 풍습에 맞을 리가 없었다. 따라서 중세에 와서는 다시 신부에게 옛날처럼 밀알이나 쌀을 던졌다. 케이크는 모습을 감추고, 간단한 비스킷이 케이크를 대신했다. 또한 결혼식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가져온 과자가 남으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결혼식의 과자가 이후에는 한결 호화로운 장식품, 몇 단으로 겹겹이 쌓은 케이크를 낳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에서는 그 무렵 결혼식에 가져온 비스킷, 스콘 등의 구운 과자를 한곳에 쌓아올려 산처럼 만들었는데 과자로 만든 산이 높으면 높을수록 두 사람은 복을 많이 받는다고 여겼으며 두 사람은 그 산 위에서 키스를 했다. 1660년 샤를 2세가 통치하던 프랑스의 한 요리사가 런던을 방문했다. 그는 영국인이 과자를 쌓아올리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런데 쌓아올리는 방법이 엉터리여서 과자는 쌓는 가장자리에서부터 부서져 버렸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부서지는 과자 대신에 처음부터 설탕옷을 입혀 딱딱하게 만든 과자로 쌓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여러 층의 호화판 케이크가 탄생하였다. 당시의 영국 신문은 프랑스인의 이 주제넘은 아이디어를 그리 좋게 평가하지 않았지만 1600년대가 끝날 무렵에는 전 영국의 빵굽는 기술자들이 이 아이디어에 따라 케이크를 만들게 되었다.

  웨딩케이크의 오랜 역사에 비하면 웨딩마치의 역사는 두세기도 채 안 되는 짧은 것이다. 보통 신부가 입장할 때 들려오는 곡은 1848년에 바그너가 작곡한 오페라 "로엔그린" 중의 '결혼 행진곡'이란 장중한 곡이다. 그리고 식을 끝낸 신랑 신부 두 사람이 퇴장할 때 연주하는 곡은 멘델스존이 1826년에 작곡한 "한여름 밤의 꿈" 중에서 '결혼 행진곡'이다. 이 두 곡이 맨 처음 사용된 것은 1858년 영국의 빅토리아 황녀와 독일 황제 프리드리히 빌헬름과의 결혼식 때로 빅토리아 여왕의 장녀인 빅토리아 공주가 스스로 이 두 곡을 선택했다. 예술애호가였던 그녀는 전부터 멘델스존의 작품을 아끼고 사랑했으며 바그너의 곡을 숭배하고 있었다. 영국 사람들은 귀족이나 서민이나 왕실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흉내내지 않으면 마음이 내키지 않는지, 결혼식 때 연주하는 음악도 곧 빅토리아의 선곡에 따르게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 두 곡은 전 영국의 결혼식에서 들리게 되었고 이윽고 서양 결혼식의 전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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