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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이야기 - 김형균 엮음


    2. 불가사의의 진실을 찾아서

    손가락으로 물체를 보는 소녀

  로자 크레쇼바는 구소련 우랄산맥 근처에 있는 니지니다기르라는 마을에서 살았다. 로자는 작은 키에 얼굴에 주근깨가 잔뜩 난 귀여운 소녀였다. 로자의 옆집에는 유리라는 소녀이 살았는데, 불행하게도 유리는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었다. 로자는 매일 유리네 집에서 유리와 함께 공부했다. 유리는 점자책을 읽었다. 로자는 글자가 오돌도돌하게 돋아 있는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놀라서 소리쳤다.

  "유리! 이건 뭐지? 이런 책은 처음 봐!"

  유리는 방긋 웃으며 로자에게 점자책 읽는 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로자는 금방 점자책 읽는 법을 배웠다. 그후 16살이된 로자는 유리와 같이 맹인 연극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을 찾아오는 맹인들엑 점자책 읽는 법을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 날, 로자는 불쑥 이런 생각을 했다. '손가락으로 점자책밖에 읽을 수 없나? 그냥 책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눈 먼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텐데.'  다음 날부터 로자는 아무도 모르게 눈을 가리고 손가락으로 물체를 보는 것을 연습했다. 로자가 22살이 되던 해, 마침내 6년 동안의 꾸준한 연습 끝에 손가락으로 물체를 알아보게 되었다. 로자는 자기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골드베르크 의사를 찾아갔다.

  "선생님, 저는 손가락으로 물건을 볼 수 있어요. 신문도 읽을 수 있습니다."
  골드베르크 의사는 로자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아가씨, 어떻게 손가락으로 물건을 볼 수 있습니까?"

  골드베르크 의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얌전하게 생긴 아가씨가 무슨 나쁜 일을 당해 저렇게 됐을까? 쯧쯧쯧.' 그러나 로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골드베르크 의사는 그녀의 말을 무조건 무시할 수가 없었다. 로자의 눈빛이 너무나 초롱초롱하게 반짝였던 것이다. 골드베르크 의사는 로자를 실험해 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한 번 시험을 해보지요. 눈을 가리고 종이 색깔을 맞춰 보시오."
  "네, 좋아요."

  골드베르크 의사는 특수 눈가리개로 로자의 눈을 가렸다. 그리고 탁자에 여러 색깔의 색종이를 깔았다. 로자는 셋째 손가락으로 색종이를 하나씩 짚어가면서 말했다.

  "이건 빨간색 이군요. 그리고 이건 파랜색, 또 이건 노란색......"

  놀란 골드베르크 의사는 얼른 신문을 가져다가 탁자 위에 놓았다. 그러나 로자가 그것을 더듬더듬 만지더니 말했다.

  "어, 이건 신문이군요. 화재사건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어요."

  골드베르크 의사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음, 놀라운 일이야. 마치 손가락 끝에 눈이라도 달린 것같군."

  결국, 골드베르크 의사는 로자의 신기한 능력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해 가을, 심리학자 모임에 로자를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로자는 얼굴을 완전히 다 가리고 시험을 받았다. 처음 실험은 심리학자들이 각자의 주머니에서 꺼내 놓은 것을 알아맞추는 것이었다. 한 여자 심리학자가 손거울을 꺼냈다. 로자는 그것을 한 번 슬쩍 만져보더니 이내 대답했다.

  "아주 예쁜 손거울이네요. 하얀 동백꽃이 그려져 있어요."

  그 말에 심리학자들이 '와'하고 감탄했다. 골드베르크의 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음 실험은 좀 더 어려운 것이었다. 한 심리학자가 사진 한 장을 꺼내서 로자 앞에 내밀었다. 그것은그 사람의 가족사진으로 부인과 아들 두명이 서로 어깨를 감싸안고 서 있는 사진이었다. 로자는 그 사진을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어요. 두 남자아이는 똑같은 모자를 썼군요. 참 행복해 보이는 사진이예요."

  그 실험은 모두 성공적으로 끝났다. 모두들 로자를 경이로운 눈으로 발라보았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아직도 로자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신경학자인 샤이에파박사였다.

  "손가락으로 물건을 보다니 분명 속임수를 쓰는 거야."  로자가 속임수를 쓴다고 생각한 샤이에파 박사는 로자를 자기 연구실로 초대했다. 그리고는 자기의 실험에 응해 달라고 부탁했다. 로자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샤이에파 박사는 로자가 속임수를 쓰지 못하도록 종이를 놓은 탁자 위에 유리판을 깔았다. 로자는 유리판을 몇번 만지작거리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박사님, 종이에 써 있는 것을 읽어볼까요?"
  샤이에파 박사가 대답했다.
  "읽을 수 있다면 읽어보시오."
  로자는 큰 소리로 읽었다.
  "로자 크레쇼바는 속임수를 쓴다."

  샤이에파 박사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어쩔 줄 몰랐다. 박사는 로자가 당연히 못읽을 줄 알고 종이에 로자를 비꼬는 글을 써놓았던 것이다. 샤이에파 박사는 로자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그리고 로자의 능력을 인정해 주었다. 그후에도 로자는 어디를 가나 성공적으로 실험을 마쳤다. 로자는 글자뿐만 아니라 숫자나 악보도 읽었으며, 유리시험관에 담긴 액체의 색깔도 알아맞췄다. 로자가 손가락으로 물체를 본다는 사실이 인정되자, 구소련에서는 그것을 '로자 크레쇼바 현상'이라 불렀다. 또한 다른 나라에까지 알려져 프랑스에서는 '초시각 현상', 미국에서는 '피부 시각'이라고 불리워졌다. 로자는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신문, 잡지에 매일 로자에 관한 기사가 실렸고, 길을 걸어가면 아이들이 싸인을 해달라고 모여 들었다. 또 슈퍼마켓에 가도 동네여자들이 로자를 흘끔거리며 쳐다보았고, 말을 거는 여자들도 있었다. 또한 로자를 흉내내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신문이나 색종이에 손가락을 문지르며 로자의 흉내를 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로자와 똑같이 손가락으로 색깔을 볼 수 있다는 사람들이 나왔다. 과학자들은 그런 사람들을 확인해 보기 위해 이곳저곳 빠쁘게 뛰어다녔다. 그런데 이런 소동에 아랑곳없이 로자에 관해 차분하게 연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노보미스키 박사였다. 노보미스키 박사는 로자가 오랜 훈련 끝에 그런 능력이 생겨났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다른 사람들도 훈련시키면 로자와 똑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노보미스키 박사는 80명의 미술학교 학생들을 순련시켰다. 학생들에게 검은 안대로 눈을 가리게 한 다음 색종이를 계속 만지게 했다. 한참시간이 지난 후에 한 학생이 느낌을 말했다. "무언가 손가락에 달라붙는 것 같고 찐득찐득한 기분이 듭니다." 그것은 빨간 색종이였다. 노보미스키 박사는 이 실험 결과 많은 것을 알아냈다. 매끈매근한 느낌은 파란색, 미끈거리는 것은 노란색, 달라붙는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것은 초록색, 까치까칠한 느낌이 드는 것은 주황색...... 또 몇몇 학생들은 로자와 똑같이 유리판 밑에 깔아놓은 숫자나 글자를 읽기도 했다. 이렇게 로자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오면 나올수록 로자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점점 잊혀져갔다. 로자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집세 낼 돈도 없었고, 먹을 것도 곧 덜어질 판이었다. 로자는 나쁜 마음을 먹기 시작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속임수를 쓰자. 사람들에게 잊혀져서는 안돼!"

  로자는 신문사와 방송국에 연락을 했다. 옛날보다 더 놀랄만한 힘이 생겼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금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로자가 말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손가락 하나로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꿰뚫어 볼 수가 있습니다. 자, 주목해 주십시오."

  로자는 여동생과 미리 짜고서 실험을 했다. 로자는 며칠 전에 미리 시골에 사는 여동생에게 연락을 했던 것이다. 로자는 셋째 손가락으로 여동생의 얼굴을 한 번 만지고는 이야기 했다.

  "당신은 1년 전에 아들을 잃었지요?"
  로자의 여동생이 시침을 딱 떼고서 대답했다.
  "아이구, 그걸 어떻게 아시죠?"

  그러나 그 속임수는 곧 탄로가 났다. 두 사람의 얼굴이 무척 닮았다고 의심한 신문사 기자가 로자네 집주인을 찾아가 조사를 한 것이다. 곧바로 로자의 여동생이 그동안 로자와 함께 지냈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로자를 비난했다.

  "저럴 줄 알았어. 처음부터 사기를 친거야."

  다음 날 아침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로자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속임수의 여왕, 드디어 발각되다!' 로자는 다시 병을 앓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이 점점 허약해졌다.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마을을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그런 로자를 비웃었다.

  "저 여자 정신병에 걸렸대. 하긴 처음부터 멀쩡한 것 같지는 않았어."

  그후, 모두들 로자를 잊어버렸다. 그러나 그런 로자를 안타깝게 생각한 몇몇 과학자들이 로자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정성껏 간호했다. 1년 정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로자는 퇴원해서 다시 옛날의 능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로자가 처음 피부 시각을 연습했을 때 가졌던 꿈. 눈 먼 사람들을 위해 피부시각법을 연구하는 것을 꼭 이루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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