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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티를 입은 문화 -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3. 끔찍하고 잔인했던 어린이들 이야기

강간당한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샤를르 페로가 1697년에 낸 동화집의 첫번째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오늘날 우리들이 알고 있는 것과 내용은 같지만 원판을 완전히 그대로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페로는 아름다운 공주에게 주어지는 정말 끔찍한 시련의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있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1636년 이탈리아의 장바티스타 바질레가 쓴 "5일 이야기"(펜타메로네)이다. 이 나폴리판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는 갓태어난 타리아 공주가 아마 가시의 독으로 목숨을 잃는다는 예언을 임금이 현자에게 듣는다. 임금의 명령으로 성에 있던 아마는 모두 없앴으나 소녀로 자란 공주는 우연히 아마를 잣는 물레를 찾아내고, 그로 인해 손끝에 아마 가시가 박혀서 그 자리에서 죽어버린다. 슬픔에 잠긴 임금은 타리아 공주의 시신을 벨벳 깔개 위에 누이고, 성문을 닫아건 채 영원히 숲을 뒤로한다. 여기서부터 현대판과 원판이 갈라지는 것이다.
숲속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한 귀족이 황폐한 성과 정신을 잃은 공주를 발견한다. 그 귀족이 공주를 강간하고 떠나간 지 9개월 만에 타리아 공주는 잠이 든 채 남녀 쌍둥이를 출산한다. 태양과 달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아이들은 요정이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내아이가 타리아 공주의 손가락을 빨자 독가시가 떨어지면서 공주는 다시 살아난다. 다시 몇 달이 지난 뒤 잠자는 아름다운 공주의 육체를 탐했던 일을 생각해낸 귀족은 다시 성을 찾아왔으나 이번에는 잠들어 있지 않은 공주를 발견한다. 귀족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자기라는 것을 털어놓고 일주일 동안 실컷 즐긴 뒤 또다시 공주를 버리고 아내에게 돌아가 버린다. 물론 아내에게 이야기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원판은 여기서부터 지나치다고나 할까, 어쨌든 더욱 그로테스크하게 진전된다. 남편에게 숨겨 놓은 자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귀족의 아내는 쌍둥이 아이들을 붙잡아 와서 요리사에게 건네주며 목을 따고, 살은 맛있는 소스에 섞어서 삶으라고 명령한다. 남편이 음식을 절반쯤 먹었을 때 아내는 신바람이 나서 가르쳐준다.
"당신은 지금 자기 자식을 먹고 있다구요!"
한동안 귀족은 그 사실을 믿고 있었지만, 마음씨 고운 요리사가 쌍둥이 아이들을 살려주고 염소 고기를 대신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아내는 타리아 공주를 잡아다가 불에 태워 죽이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공주는 위기의 순간, 아이들의 아버지인 귀족에게 구원된다.

한편 페로의 동화집 가운데 가장 짧고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가 바로 "빨간모자"이다. 고증가들에 의하면 페로 이전에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없었다고 한다. 페로의 이야기에서는 할머니도, 빨간모자도 늑대에게 잡아먹혀 버린다. 늑대는 할머니를 잡아먹은 다음 빨간모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민속학자들이 말하는, 모든 어린이의 읽을거리 가운데 가장 멋지고 가장 유명한 문답 장면이다.
찰스 디킨스는, 빨간모자가 자신의 첫사랑이며 어린 마음에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안타깝게 그리워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중에 그는 '할머니를 잡아먹고도 배가 부르지 않은지 소름끼치는 농담을 하고 난 뒤 갑자기 나의 연인(빨간모자)을 잡아먹어 버리는 거짓말쟁이 늑대의 냉혹함과 배신'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쓰고 있다. 사실 많은 작가들이 페로의 음침한 결말에 반대하고 각자 자기 나름대로 결말을 생각했다. 잘 알려져 있는 1840년의 영국판에서는 늑대에게 잡아먹히게 된 빨간모자가 커다랗게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아버지와 몇 명의 나무꾼이 달려와서 늑대를 보고 당장 그 자리에서 때려죽여 버렸다.'
그 무렵, 프랑스의 어린이들은 또 다른 결말을 가져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늑대가 바로 빨간모자에게 덤벼들려고 했을 때, 커다란 말벌이 창문으로 날아들어와서 늑대의 콧등을 따끔하게 찌른다. 고통으로 신음하는 소리를 들은 지나가던 사냥꾼이 활을 쏘아서 '늑대의 귀를 꿰뚫고 순식간에 죽여버렸다'고.
아마도 이 이야기들 가운데에서 가장 피비린내가 나는 것은 19세기 말의 영국판일 것이다. 늑대는 할머니의 피를 병에 담아서, 아무 것도 모르는 빨간모자에게 마시게 하려고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개작판이든 빨간모자는 구해내지만 할머니를 구해내려고는 하지 않는다. 페로보다 120년 늦게 그림 형제가 또다시 새로운 개작판을 낸다. 이것이 할머니도 구해내는 유일한 작품이다. 할머니와 빨간모자를 잡아먹고 완전히 나른해진 늑대는 잠이 들고 만다. 늑대의 천둥처럼 코고는 소리를 들은 사냥꾼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사태는 바뀐다. 사냥꾼은 즉시 가위로 늑대의 배를 가른다. 뛰어나온 빨간모자가 말한다.
"늑대의 뱃속은 왜 그렇게 어두운지 몰라!"
그 다음에 지쳐서 비틀거리며 말도 하지 못하는 할머니가 나온다. 그리고 늑대는 쫓겨난다. 민속학자들은 페로가 능숙한 문체로 "빨간모자"를 문자로 기록하여 불후의 명작으로 남기기 전, 아마도 중세기부터 이 이야기는 구전 민화로 존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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