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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티를 입은 문화 -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6. 마리 앙투아네트와 패션 민주화

      죄를 씻으면 병도 낫는다

  옛날 사람들은 병이란 신이 내리는 벌이며 죄를 씻으면 병도 낫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약과 종교와는 몇 세기 동안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신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면 병에 걸리고 심신을 깨끗이 하여 신의 심기를 풀어주면 병도 낫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사고 식은 영어의 'pharmacy'(약학)의 어원이 '나쁜 것을 없애 깨끗이 한다' 라는 뜻의 그리스어 'pharmakon'에서 오고 있는 것을 보아도 분명하다. 기원전 3500년까지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수메르인들은 사실상 현대 투약법의 모든 것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들은 양치질약, 흡입제, 좌약, 관장, 습포, 코로 흡입하는 약용 분말, 탕약, 주사, 환약, 정제, 바르는 물약, 연고, 그리고 경고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무렵 무명의 수메르인 의사가 최초의 약 목록을 써 놓고 있다. 한 장의 점토판에 설형 문자로 쓰여 있는 목록에는 지금도 우리를 괴롭히는 병을 치료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약 이름이 들어 있다. 양치질약에는 소금물. 일반적인 상처 소독약으로는 시큼해진 와인. 수렴제에는 오줌 속의 질소를 포함한 노폐물에서 채취한 초산칼륨. 그리고 해열제에는 아스피린과 같은 약효가 있는 버드나무 껍질을 분말로 한 것. 거기에다가 이집트인이 고대의 약장 내용물을 늘렸다. 기원전 1900년 무렵 독일인 이집트 학자 게오르그 에벨스의 이름을 붙인 두루마리로 된 에벨스 고문서에는 옛날 이집트 의사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해서 얻은 노하우가 명백히 기록되어 있다. 변비에는 가루로 만든 센나(열대 지방에서 나는 콩과의 키 작은 나무. 잎은 설사약으로 씀) 열매나 피마자유로 통하는 약으로 치료했으며, 소화 불량에는 박하 잎을 씹는다든지 탄산염(오늘날에는 제산제로 알려져 있다)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를 뽑을 때 통증을 줄이기 위해 이집트 의사들은 에탄올로 잠시 환자의 신경을 마비시켰다. 또 이 고문서를 보면 약품 조합에 대한 고대 사회의 진기한 계층 제도의 일면도 엿볼 수 있다. '약품 조합 사장'은 주임 약사에 해당하는데, 추출물을 포함한 광물이나 약초를 모으는 야외 작업자인 '약 채취자'를 감독했다. '조합 기사'(기술자)는 재료를 건조시킨다거나 가루로 만드는 일을 했으며 그것을 '조합사'가 처방에 따라 조합했다. 그리고 '약품 보존자'가 각 지방에서 수집하거나 수입한 광물이나 약초, 동물의 기관 같은 재료를 보존하는 창고를 관리했다.

  기원전 7세기에 이미 그리스인들은 의료에 대해 앞선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의사는 과학적인 틀 속에서 병의 물리적인(인체의) 원인을 진단하여 치료에 애씀과 동시에 그 병이 지닌 초자연적인(마음의)요인도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이 고대 그리스의 의사는 병에 대한 전체요법적인 접근을 중시했다. 설령 병의 심리적인 요인을 스트레스나 우울증이라고 진단하지 않고 노한 신들의 저주라고 해석했다 한들 어쩌랴. 어쨌던 의료의 주신인 아폴로와, 인간을 위해 천국에서 불을 훔친 거인족인 프로메테우스가 모든 약의 조합을 관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약리학의 근대사는 16세기에 시작되었으며 화학분야에서 초기의 커다란 발견이 선도자가 되었다. 약품이 몸안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효과를 거두는 것인지를 알면 의학에서 마술이 크게 제거되기 때문이다. 같은 세기에 또 한 가지 획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1546년에 독일에서 최초의 근대적인 약전이 출판되었던 것이다. 수백 가지의 의약품이 실렸으며 조제 방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딸려 있었다. 그때까지 농도가 크게 달라 성분조차 각양각색이었던 약이 이 책으로 엄밀히 규정되었다. 이 약전은 스위스와 이탈리아, 영국에서도 번역 출판되었다.

  약은 과학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으나 과학적인 사실이 미신과 교체되기까지는 그로부터 몇 세기가 걸렸다. 첫번째 이유는 의사가 병의 원인인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거짓된 미신을 병의 원인으로 날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화학 약품이 생겨도 병 치료에 대한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도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었다. 새로운 약이 효험이 있더라도 어째서 효험이 있는지 진정한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했으며 어떻게 효과가 있는 것인지는 더욱더 몰랐다. 약장 안에 있는,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약도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서 생겨난 것이다. 병과 사람의 생화학적 조성이 너무 복잡하므로 의학의 커다란 진보가 축적된 현대의 우리 약장에 최근 추가된 신약에서도 우연히 발견되는 것이 많은 것이다. 약장 안에 놓여 있는 수많은 약들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을 들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아스피린이다. 고대의 의사는 열이 날 때 버드나무 껍질에서 만든 가루를 권했다. 오늘날에는 버드나무 껍질에 아스피린과 관계가 있는 세리틸산화합물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스피린만큼 효과도 없으며 위장을 더욱 자극하고 출혈시킬 가능성도 높다. 아스피린, 화학명 아세틸살리실산은 이 옛날 치료약의 인공적 변종이다. 아스피린은 현대에 통증과 염증을 멈추게 하는 약으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1853년에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뒤 40년 동안 잊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독일의 화학자가 관절염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아버지를 위해 좋은 약을 찾고 있을 때 가까스로 재발견했던 것이다. 알자스로렌의 과학자 샤를르 프리드리히 폰 게르하르트는 1853년에 자신의 실험실에서 처음으로 아세틸살리실산을 합성했다. 그러나 그가 한 한정된 실험 결과만으로는 그 약이 당시에 인기 있던 세리신(버드나무 껍질과 장미과의 하야초 추출물)에 비해 특별히 뛰어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아스피린은 무시되었으며 발열과 염증, 관절염 환자는 여전히 세리신을 계속 복용했다.

  1893년에 독일의 젊은 화학자로 바이엘 제약 회사에 근무하던 펠릭스 호프만은 아버지의 만성 류머티즘을 조금이나마 낫게 해주려고, 알려져 있는 모든 약을 하나도 남김 없이 조사하여 세리신의 합성 형태를 알게 되었다. 그는 1회분을 조합하여 아버지에게 시험해 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 인공 합성약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증상을 완하시켰으며 통증을 거의 완벽하게 물리쳤다. 뒤셀도르프에 있는 바이엘 사의 화학자들은 호프만이 중요한 신약을 발견한 것을 알았다. 하야초(spiraea ulmaria)에서 합성물을 제조하기로 한 바이엘 사는 아세틸 기(acetyl)에서 'a'를, 라틴어인 'spiraea'에서 'spir'를 취했으며 약품의 접미사로 인기가 있던 'in'을 붙여'aspirin'이라는 상표를 만들었다. 1899년에 분말 형태로 시장에 내놓은 아스피린은 즉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이 되었다. 1915년에 바이엘 사는 아스피린 정제를 팔기 시작했다. 독일에 본거지를 둔 이 바이엘 사가 제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당시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독일의 패전으로 연합국측은 상표권도 전쟁 배상의 일부로 요구했다. 1919년 6월의 베르사유 조약에서 독일은 그 상표권을 프랑스. 미국. 소련에게 넘겨주었던 것이다. 그 후 2년 동안 각 제약 회사는 아스피린의 이름을 자기 회사 것으로 만들려고 서로 다투었다. 그리고 1921년의 유명한 재판 판결에서 재판장인 래너드 핸드가 이 약은 아스피린으로 이미 세계에 알려져 있어서 어떤 회사도 그 이름을 소유할 수 없으며, 또한 그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사용료를 낼 수도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고유명사였던 아스피린이 보통명사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거의 1세기에 걸쳐 아스피린을 사용하고 실험해 왔으면서도 과학자들은 어째서 이 약이 진통제. 해열제. 염증 억제제로서 갖가지 기능을 발휘하는지 완전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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