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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제1장 생물 시계의 발견

    1. 생물 시계의 발견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리듬을 찾아서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사람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동물이나 식물이 환경이 변화하는 주기에 맞추어 규칙적인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흥부와 놀부'같은 옛날 이야기에서 강남 갔던 제비가 떨어뜨려 준 박씨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생물이 나타내는 활동의 주기적인 변화는 몇 세기 동안 수차에 걸쳐 관찰되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일을 가리켜 자연계에 있는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했을뿐, 이 흥미로운 현상을 '시계'와 결부시켜 생각하려 들지는 않았다. 생물학,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등등의 자연 과학은 오랜 옛날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속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이 항상 똑같은 속도로 진행되어 온 것은 아니었다. 자연 과학은 한동안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가도,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거나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는 사건 하나만으로도 관련 분야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이다.

  생명 공학을 예로 들어 보자. 생명 공학은 1953년 왓슨과 크릭이 유전의 기본 물질인 DNA의 구조를 밝혀냄으로써,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다. DNA 구조의 해명으로 생물이 자신을 그대로 닮은 자손을 만들어내는 일, 즉 유전의 기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요한 사건이 있은 뒤로, 생명 공학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고, 결국 지금에 와서는 50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물 시계라는 관점을 도입한 것 역시 생물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역할을 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모든 생물이 시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확실하게 증명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오랜 옛날부터 계속되어 온 여러 가지 관찰은 이 생물 시계라는 개념에 따라 새롭게 정리되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실험이 계획되었고,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는 급속한 진전을 이루었던 것이다.

  모든 생물은 살아 있는 동안, '시계'를 갖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시계라는 말은 우리가 팔에 차고 다니는 손목 시계나, 집에 걸어 둔 벽 시계, 혹은 탁상 시계 같은 것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이 시계란 몸 속에 숨어서 하루에 대략 1번씩 회전하는 '생물 시계'이다. 우리 사람은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개나 고양이, 개구리나 물고기, 곤충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시계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작은 생물의 경우는 어떨까? 아메바나 짚신벌레 처럼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작은 생물, 다시 말해 원생동물에게도 생물 시계가 있다고 하면 여러분은 깜짝 놀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떨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식물의 몸에도 생물 시계가 들어 있다. 맨 처음 생물 시계가 있을 것이라는 단서가 발견된 것은 바로 식물에서였다. 그러나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각기 고유한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여러 사람들에게 널리 인정받게 된 것은 처음 생물 시계의 단서가 발견되고도, 근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뒤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생물 시계는 어떤 것일까?


 
    미모사의 신비

  시계(보통 시계)의 바늘을 270년 만큼 거꾸로 돌렸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하고 3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18세기 초엽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당시 프랑스에는 드메랑이라는 이름의 천문학자가 살고 있었다. 드메랑은 그때까지 천문학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여러 문제, 특히 지구의 자전 현상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지구의 자전을 연구하던 그는 어느 날 문득 미모사를 보고 의문을 품게 되었다. 미모사는 콩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이 식물은 키가 30~50센티미터 정도로 자라는데, 여름에 연한 분홍색의 작은 꽃을 피운다. 이 꽃은 세 개의 씨가 들어 있는 꼬투리를 맺는다. 미모사의 잎은 조그만 잎이 마치 깃 모양으로 붙는다. 그런데 이 미모사의 잎은 아주 재미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것은 미모사 잎을 손으로 슬쩍 건드리면 잎자루를 중심으로 반으로 딱 접힌다는 것이다. 잎이 갖고 있는 이런 성질 때문에 미모사는 신경초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모사의 잎은 건드렸을 때에만 접히는 것이 아니다. 미모사의 잎은 해가 떠올랐을 때에는 넓게 펼쳐져 있지만, 해가 저물면 이파리를 딱 접어 버린다. 드메랑은 이런 미모사 잎의 변화에 의문을 품게 되었던 것이다.
  "미모사는 정말 이상한 풀이야. 미모사에게는 눈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알 수 있다지? 그래, 미모사의 잎이 펼쳐졌다 닫혀졌다 하는 이유를 알아내야겠어."
  드메랑은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미모사의 화분을 실내에 들여놓았다. 그리고는 화분이 있는 곳에 햇빛이 조금도 들지 않도록 했다. 계속 어두운 상태가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드메랑은 미모사의 화분을 옮겨 놓으면서 혼잣소리를 했다.
  "이렇게 볕이 전혀 들지 않는 어두운 곳에 화분을 놓아 두면, 미모사의 잎은 계속 접혀 있을 거야."
  드메랑은 며칠 동안 어두운 곳에 놓아 둔 미모사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는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미모사가 '잠(?)을 자고 깨어나는 리듬'은 어둠 속에서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모사는 햇빛이 전혀 없는 곳에서도 계속 잎을 펼치고 접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운동은 매일 거의 같은 시각에 되풀이되었다. 미모사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햇빛을 볼 수 없어도 나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있다구요. 언제 해가 뜨고 언제 해가 지는지를 알 수 있지요."
  드메랑은 탄식하듯 말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미모사는 어둠 속에서도 태양의 움직임을 모두 알고 있다는 걸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물론 드메랑이 했던 실험은 과학적인 시설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드메랑은 햇빛을 차단하는 일에만 신경을 썼을 뿐, 온도와 같은 다른 중요한 조건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따라서 드메랑의 실험은 미모사의 잎이 보여주는 행동에 대해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많이 부족한 실험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는 드메랑의 이 새로운 시도를 기리기 위해, 미모사가 어두운 곳에서도 잎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는 것을 가리켜 `드메랑의 현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드메랑이 `드메랑의 현상'을 발견하고 30년의 세월이 흐른 뒤의 일이다. 역시 같은 나라, 프랑스에 뒤아멜이라는 과학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드메랑의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이 현상에 대해 정확한 실험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뒤아멜은 커다란 창고가 달려 있고 지하로 들어가 있어서 직접 햇빛이 들지 않는 포도주 저장고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는 포도주 저장고에 미모사의 화분을 들여놓고 드메랑이 했던 관찰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다. 햇빛을 쪼이지 않았는데도 이 미모사는 드메랑이 관찰했던 것과 똑같이 마치 시간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이파리들을 하루 주기로 열고 닫고 했다. 뒤아멜은 생각했다. `어쩌면 미모사는 온도의 변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시간에 이파리를 열고 닫고 하는지도 몰라.'
  뒤아멜은 미모사의 잠자는 리듬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 온도의 변화일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실험을 해 보았다. 그래서 그는 미모사의 화분에 햇빛이 들지 않게 해 둔 상태에서 저장고의 온도를 다양하게 변화시켜 보았다. 뒤아멜은 중얼거렸다.
  "미모사가 시간을 알 리 없지. 아마도 미모사는 온도의 변화를 느끼고 온도의 변화에 따라 이파리를 펼치고 접고 할 거야. 이제 곧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겠지."
  그는 포도주 저장고 안의 온도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면서 미모사의 이파리를 관찰해 보았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미모사는 아마 온도가 올라가면 이파리를 펼치고 온도가 내려가면 이파리를 접을 거야.' 그러나 결과는 다시 한 번 뒤아멜을 놀라게 했다. 미모사는 온도의 변화에도 아랑곳없이 계속 같은 시간을 주기로 이파리를 열고 닫고 했던 것이다. 뒤아멜의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은 미모사의 잎이 보이는 활동 리듬은 미모사의 몸 속에 있는 어떤 내재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깥 세상에서 전달되는 햇빛을 빼앗는다고 해도, 온도를 변화시킨다고 해도 미모사의 잎이 보이는 활동 리듬을 변화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여러분 중 많은 친구들이 궁금증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미모사는 대체 무엇을 단서로 해서 대략 하루 주기의 운동을 되풀이하는 것일까? 뒤아멜의 새로운 실험이 시도된 뒤로 19세기 말까지 생물 시계에 대한 의문은 주로 식물학자의 몫이었다. 당시 많은 식물학자들이 다양한 식물을 이용해서 이 신비로운 현상을 해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주된 관심의 대상은 생물 시계의 본질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주로 `여러가지 식물이 보이는 다양한 리듬이 그 종이 살아남는데 있어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가?' 하는 적응 현상에 관한 문제였을 뿐이다. 따라서 그 뒤 10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 식물학자들이 알아낸 것은 드메랑의 시대와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는 대수롭지 않은 것들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생물 시계에 대한 연구가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작은 진전은 있었다. 예를 들어 보자. 드메랑이 미모사를 대상으로 해서 실험을 했던 곳은 빛이 들지 않는 어둠 속이었다. 즉 계속적인 어둠 속에 미모사의 화분을 놓아 두었다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의문을 품었다.
  "만일 계속 밝은 조명이 비치는 곳에 미모사 화분을 놓아두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들은 미모사 화분 주위에 인공적인 불빛을 24시간 밝혀 두는 실험을 해 보았다. 그리고 미모사 잎을 잘 관찰해 보았다. 실험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밝은 곳에서 생활하는 미모사도 역시 시간에 맞추어 잎을 열고 닫고 했지만, 그 행동의 주기는 밖의 자연 상태에서 살아가는 미모사보다 더 짧아졌다. 자연 상태의 미모사는 약 24시간을 주기로 해서 잎을 열고 닫고 했다. 하지만 항상 밝은 조명에 노출되어 있는 미모사는 약 22시간에서 23시간 30분 가량을 주기로 해서 잎을 열고 닫고 했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통해서 더더욱 확신을 품게 되었다. 미모사가 잎을 열고 닫고 하는 운동은 같은 시간 간격으로 햇빛이 비친다든가, 온도가 변화한다든가 하는 원인이 아닌 어떤 다른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다. 미모사의 잠자는 리듬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은 식물의 몸 속에 있는 어떤 원인이었다. 그 미모사 자체가 갖고 있는 원인이 주기성의 시각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식물이 갖고 있는 리듬의 이 내재적인 요인이 본질적으로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해명되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2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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