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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옳게 들어온 재물이 아닐 바에야 

  조선조 중기에 인조반정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승평부원군 김류는 성격이 몹시 거칠었다. 자기 아버지 김여물이 임진왜란 때, 충주 탄금대 전투에서 신립의 부장으로 싸우다 전몰하였고, 또 아직 위에 오르기 전의 인조대왕과 연줄이 닿아서 반정에 참획하였던 때문에 신임과 총애가 두터웠다. 사람은 그럴수록 몸을 낮추어 겸손하고 사생활에 검소해야 하는 법인데 그는 그렇질 못했다. 내가 세운 공으로 지위가 높아  이만큼 사는데 누가 나를 어쩌랴 하는 식으로 살았느니, 점잖은 행신은 아니다. 거기다 누가 무어 갖다 주는 것을 좋아해서, 어떤 내관이 그댁에 갔다가 직접 본 얘긴데, 안에서 부인이 물건을 받고는 물건 목록을 언문으로 적어 하인을 시켜 내어보내며, 이러이러한 소청이라 전갈하면, 그 뇌물로 바친 분량을 보아 피륙 같은거 백필에 차지 않든지 할때, 대단히 화를 내더라는 것이다.

  "요런 적은 물건을 갖고 어떻게 어른께 바친단 말이냐?”

  그래 대궐같은 집을 짓고 호화롭기 한이 없는 생활을 하기에, 어떤 사람이 보다못해 충고하였더니 그 하는 소리 좀 보라.

  “내가 주상을 도왔기에 우에서-임금의 언동을 말할 때 이렇게 쓴다-왕위에 오르셨는데, 나라고 이 정도 못하고 산단 말인가?”

  후에 같은 혁명동지이면서, 공로에 비해 보답이 적다는 불평을 품고, 평안병사 이괄이 반란을 일으켜 쳐올라올 제, 조정 안에서 어쩔줄을 몰라 하는 중에, 말하자면 예비검속으로 잡혀 갇힌 조정의 고관이 기자헌, 김원량 등 49인이나 되었다. 이들의 처리를 놓고 역시 반정 원훈인 이귀와 의견이 상치되었다. 이귀의 주장은 그들이 모두 높은 벼슬을 거친 점잖은 분들이라 내응하거나 그런 짓을 할 분들이 아니니 살려두자는 것이고, 김류는 한 번 터뜨린 터에 싹쓸어 없애 버려야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다 조정의 공론이  김류의 의견 쪽으로 기울어, 결국 49인의 원로들은 억울한 누명을 쓴 채 떼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이 자리에 참석했다 나온 권첩이라는 분이 한 말이 있다.

  “승평 김류는 반드시 후사가 끊어질 게고, 연평 이귀는 후손이 번창하리라.”

  그러더니 뒤에 사실로 그리 되었다. 여러해 후 그동안 미묘한 관계에 있던 청나라와 사이가 벌어져 드디어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말았는데, 조정에서는 강화도로 피난하기로  하고 누구면 능히 지켜낼 것이냐고 했더니, 김류는 경징이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자기 아들을 추천하고, 다른 고관들은 그리 잠자코 원로대신의 하는데로 따랐다. 씨는 못 속인다고, 그런 환경에서 제 아비 하는 양을 보며 자란 김경징은 왕실보다도 저희 집 가족과 보화를 옮기기에 바빴고, 강화에 들어가서도 염화가 가로 놓였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날마다 술이나 마시며 질탕히 놀다가, 힘 한번 못 써보고 함락되어 어이없는 비극을 당하고 만다.

  전례에 없이 창피한 화약을 맺고 조용해지자, 김경징은 죄를 물어 약사발을 받아야 했으니, 제 아무리 나는 새도 떨구는 아비 배경이 있어도 이것만은 도리가 없었다. 외아들을 먼저 보내고도 목숨이 질겨, 김류는 그후도 조정에 남아 다시 영의정을 지내는 등 지위를 유지하다 나이 많아서 세상을 떠났다. 그 뒤 효종 때 인평대군이, 이미 권력을 잃어 쓸모없이 된 그의 큰 집을 빌어 쓰자고 했더니, 희똑희똑 외롭게 살아 남은 손자가 듣질 않아서 다른 죄목을 씌워 귀양을 보냈는데, 저의 할아버지 신주를 모시고 가는 것으로 보고 모두 그랬다.

  “승평 김류가 죽어서도 귀양을 가네 그랴!”

  그러다 그의 자손에 백련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는 좀 달랐다. 조상 덕분에 고을의 원을 하고 물러나 스스로 오출이라고 하였는데 활달하면서도 약간 세상을 비꼬아 보는 성격이었다. 박필주라는 분이 이조판서 자리에 있을 때, 그의 댁에 가 앉았다가 갑자기 오출이 복통을 일으켜 자반뒤집기를 하는 것이라. 어쩌면 좋으냐니까, 다른 약은 소용없고 꼭 순금을 백비탕에 끓여 먹어야 되는데 구할 길이 없다고 한다. 박판서가 자기 망건의 금관자를 떼어서 달여 먹였더니, 여전히 아프다면서 하는 소리 좀 보라.

  "그거 겉만 금이지, 속은 구리인가 보구려!"

  실속에 치우친 박판서의 명성을 빗대어 슬그머니 욕해준 것이니, 많은 행동이 그러하였다.

  오출은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아 살림이 요부했는데, 물론 승평부원군이 당대에 긁어 모은 것이라서 매양 말하기를, "이거 모두 옳게 들어온 재산이 못돼. "하고는 닥치는대로 헤피 쓰고는 돌아보지도 않으니, 조상 덕분에 살면서도 그 조상이 한 짓을 모두 부담스럽게 여긴 것이다. 그러면서 자탄조로 시를 지어 "많은 벼슬아치는 천지간에 활개치고  다니건만, 오출 나만은 푸서리 사이에서 나직이 읊조리노라." 하였다. 그리곤 그 많은  재산을 흩어 다 날려 버리고는 말년에 충청도 보은 땅 토굴 속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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