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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티를 입은 문화 -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5. 스칼렛은 배꼽티를 좋아했다

      모자와 가발의 경쟁사

  머리를 덮는 모자가 영어로 'hat'인데 굉장히 오래 된 집을 나타내는 'hut'와 발음과 철자가 비슷하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서양인들은 몸에 걸치는 의상을 연구하기 훨씬 전에 초가집을 짓고 살았다. 이 초가집 '해이트'(haet) 또는 '허트'(hutt)는 먼 옛날 사람들을 자연의 위협이나 어두운 밤으로부터 지켜주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들은 더위나 비 또는 공중에서 떨어지는 것들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쓴 모든 것을 해이트 또는 허트라고 불렀다. 어원학자들은 이것들을 모두 '피난소'나 '보호하는 것'이라고 번역한다. 머리를 덮는 것과 오래 된 집과의 연관은 'hat'나 'hut'보다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먼 옛날에 영국 사람들은 '캐판'(cappan)이라는 골풀 다발로 만든 원뿔꼴 모자를 쓰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캐반'(cabban)이라는 역시 골풀로 만든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이 두 가지 말에서 캡(cap)과 캐빈 (cabin)이 태어난 것이다. 말의 발달사를 보면 새로운 이름을 붙일 때 눈앞에 보이는 사물의 이름을 빌려 오는 예가 많이 있다.

  챙이 있는 모자를 썼다는 기록이 처음으로 나타난 곳은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다. 사냥꾼이나 여행자들이 태양이나 비를 피하기 위하여 쓴 펠트로 된 이 '페타소스'는 넓은 챙이 있는 모자인데, 쓰지 않을 때는 끈으로 등에 매달고 있었다. 페타소스는 맨 먼저 에트루리아인, 이어서 로마인이 쓰기 시작했는데 중세에는 상당히 보급되었다. 그리스인은 끝을 자른 원뿔꼴의 챙이 없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집트 모자를 흉내낸 이 모자는 소재인 '펠트'의 의미에서 '필로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모자는 대부분의 유럽 문화권에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중세 말기 대학이 출현했을 때는 4면 펠트 모자인 '필리우스 쿼터라터스'로 학자 전용 모자가 되었고 훗날에는 '모르타르보드'(챙의 위가 사각이며 평평하고 장식이 달린 식모)로 졸업식 때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쓰는 모자가 되었다. 지금은 모자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인기 있지만 옛날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옛날 여성들은 거의 모자를 쓰지 않았고 남성들은 실내나 교회 등에서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 습관은 16세기까지 계속되었으나 16세기에 가발이 유행하고 디자인이 대형화하면서 모자를 쓰는 일은 아주 불편한 일이 되고 말았다.

  가발 열풍이 식자 남성들은 또다시 모자를 쓰는 습관을 되찾았으나 이제는 옛날만큼의 열의는 없었다. 그리고 전과는 전혀 반대인 세 가지 습관이 생겨났다. 남성은 실내나 교회나 여성 앞에서는 결코 모자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습관이 정착한 1700년대 말기에 많은 여성들이 모자를 쓰기 시작한다. 리본이나 날개, 꽃 들을 꽃모양으로 장식하고 테두리를 레이스로 두른 모자였다. 그 전에 유럽 여성들이 쓴 모자는 실내에서는 장식이 없는 캡 모양이었고 밖에서는 두건 상태 모자였다. 턱 밑에서 끈으로 묶는 부인 모자는 '보닛'이라고 불렀다. '보닛'이라는 말은 그 전부터 있었지만 중세 말기까지는 작고 부드러운 모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것이 여성용의 특별한 모자를 뜻하게 된 것은 18세기에 들어온 뒤부터다. 밀라노는 보닛의 중심지가 되었고 밀라노의 모자는 전 유럽에서 인기품이 된다. 그래서 모든 부인 모자를 영어로 '밀리너리'(millinery 부인 모자류)라고 통합해 부르게 되었고, 밀라노의 기능공들을 '밀리너'(milliner 부인 모자 가게)라고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또 18세기 말엽에는 굴뚝처럼 생긴 검은 모자인 실크 해트가 출현했다.  런던에서 신사용 장식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존 에셀린튼은 1797년 1월 15일 황혼 무렵 자신이 디자인한 새로운 모자를 쓰고 가게에 나타났다. 런던의 "타임"지는 에셀린튼이 쓴 굴뚝같은 검은 모자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구경꾼들 사이에 밀고 밀리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 남자는 쇼윈도에서 가게 안으로 밀려들어갔다고 한다. 에셀린튼은 치안 방해죄로 체포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그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실크 해트의 주문을 받게 된다.

  영국의 복식사가는 에셀린튼의 실크 해트가 세계 최초라고 주장한다. 한편 프랑스의 복식사가는 실크 해트의 디자인은 에셀린튼보다 1년 전에 파리에서 태어난 것으로 에셀린튼이 그것을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파리에서 태어났다는 설을 뒷받침할 증거는 프랑스의 만화가인 샤를르 베르네가 그린 그림 "1796년의 멋쟁이"뿐인데, 에셀린튼의 것과 매우 비슷한 실크 해트를 쓴 신사가 그려져 있다. 예술가란 원래 시대를 앞서가지만, 이 그림의 제목은 실제 제작 연도보다 옛날 것으로 정한 것이 분명하다고 영국인들은 말하고 있다. 페드라는 가벼운 펠트제의 부드러운 챙이 달린 중절모로 1882년에 상연된 프랑스 연극 "페드라"의 등장 인물이 쓰고 있던 모자에서 따온 이름이다. 19세기의 파리를 열광시킨 극작가 빅토리안 사르드가 여배우인 사라 베르나르를 위해 쓴 "페드라"가 새로운 모자의 유행을 낳았던 것이다. 방울과 깃털을 단 페드라는 자전거를 타는 여성이 좋아하는 모자가 된다. 파나마 모자는 당연히 중미의 수도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가벼운 스트로 모자는 파나마초 잎을 가늘게 따서 만든 것으로 페루에서 태어났다. 파나마는 이 모자의 중요한 유통 센터이기는 했다. 북아메리카의 기술자들이 1914년 파나마 운하 건설 때 파나마로 와서 이 모자를 만나 파나마제라고 생각한 것이다. 1780년 제 12대 다비 백작 에드워드 스미스 스탠리는 런던 근처에서 3년생 말들의 경마 레이스인 다비를 매년 개최할 것을 결정했다. 그런데 당시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모자가 윗부분이 둥근 돔 상태에 가느다란 테두리가 달린 딱딱한 펠트 모자였다. 이 모자를 다비 백작이 언제나 쓰고 있었으므로 경마 레이스와 똑같은 '다비 해트'(중산모)라는 이름을 얻었다.

  1860년대 필라델피아의 신사용품 상인이었던 존 B. 스테트슨은 모자 판매로 어떻게든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중서부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많은 부자 목장 주인들의 일을 눈여겨본 스테트슨은 '목장의 왕자'들에게 어울리는 커다란 모자를 만들기로 했다. '평원의 주인'이라고 이름 붙인'텐갤런'(깊고 커서 10갤런이나 들어간다는 뜻에서)의 카우보이 모자가 스테트슨의 사업을 성공시켰고 이 모자는 서부 개척 시대의 남녀를 상징하는 소품이 되었다. 버팔로 빌이나 카스터 장군 그리고 톰 믹스도 이 스테트슨(카우보이 모자)을 쓰고 있었고, 애니 오클레이나 칼라미티 제인도 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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