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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2 - 정채봉, 류시화 엮음


       2. 잊을 수 없는 사람

    분장실 청소를 잘해야 명배우 된다 - 김지숙

  원래 소심한 성격 탓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별다른 취업 준비도 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던 내게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학교 때부터 외톨이인 나를 따뜻하게 대해 주신 유일한 분, 교양 학부의 이반 선생님이셨다. 나의 근황을 들으신 선생님은 "지숙이는 세상을 좀 다르게 살아 볼 필요가 있어. 연극 한 번 해보지 않을래"하시며 (현대극단)에 나를 소개해 주셨다. 누구나 사회 초년 생활이 힘들지만 나의 극단 생활은 여러 모로 더욱 어려웠다. 그 중에서도 분장실 청소는 정말로 힘들었다. 내가 연극을 배우러 왔는지 청소부로 고용되었는지 분간을 못할 정도였다. 눈물을 찔끔거리며 허탈해 하는 내게 이반 선생님은 날카롭고도 넉넉한 위로를 곁들여 주셨다.

  "한술 밥에 배부르겠니. 붙장실 청소를 잘해야 좋은 배우가 된다."

  4년 전 극단 (전설)을 창단하고 대표직을 맡게 된 나는 요즘 단원들과 함께 연극인이 몸으로 느껴야 하는 현실적 난제 속에서도 무대에 올릴 작품 준비로 밤낮이 없다. '분장실 청소를 잘해야 좋은 배우가 된다'는 이반 선생님의 한마디는 20년 전, 출발선에 서 있던 내게 많이 움츠리는 개구리가 멀리 뛸 수 있음을 일깨워 준 일침이었다. 인생은 결국 속도가 아니라 방향인 것이다.

(연극인)


    소금 같은 사람 - 임웅균

  음식 문화, 특히나 우리의 식습관에서 소금을 빼고 요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심심한 설렁탕, 심그운 김치 등 군침은커녕 생침도 돌지 않을 것이다. 소금이 없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먹는 즐거움 중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되듯이 나의 음악 인생을 뒤돌아보면 순간순간 고마웠던 분들도 많고 힘들었던 기억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지금껏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초등학교 졸업식 날 육성회장님이 하신 한 마디였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음식에서처럼 인생의 맛을 조절하는 소금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 가지 비유를 하며 어린 마음에 뭔가를 심어 주려던 그분의 눈빛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옆 친구와 장난을 치며 그때는 솔직히 그냥 흘려 보냈었다. 그후 세월이 흘러 인생의 참맛을 알기 시작할 즈음, 홀연 30년 전의 그 말씀이 새로이 내 삶의 화두로 자리잡게 되었다. 당시 뚝섬에서 풍년라면을 경영하던 최덕남 사장은 배고픈 이들과 목 배운 이들에게 그가 가진 소금을 적절히 나누어 준 분이셨다. 성수고등공민학교를 통해 수많은 청년들이 내일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한 것이다.  나는 요리사가 아니라 성악가이기에 노래로 삶의 소금이 되려한다. 사회의 어두운 구석구석 나의 노래가 밝은 햇살로 스며들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은 나의 제자들에게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준다.

  "여러분들은 삶을 감칠맛 나게 하는 소금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성악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인생은 미리톤이다  - 오세훈

  나에게는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영감을 준 극적인 한 마디나 거창한 좌우명 같은 것은 없다. 다만 기쁠 때나 슬플 때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되는 말이 한두 마디 있다. 아마도 중학교 때 고사성어 사전에서 본 것이 첫 대면인 듯하다. 청계천의 헌 책방에서 책을 고르다가 우연히 (고사성어집)을 손에 넣었다. 당시 내 용돈에 비추어 상당히 출혈을 했음직한 그 책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반복해서 읽었는데, 여러 가지 좋은 말들이 사춘기 소년에게는 적지 않은 재미를 주었다. 살면서 이런 저런 곡절을 겪다 보니 어느새 그 책의 한 구절을 주문처럼 되뇌게 되었다. 참으로 나를 기쁘게 했던 일이 얼마 후 참담한 실패의 계기가 되는가 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좌절의 체험이 결국 따지고 보면 도움이 되었을 때 그 장엄한 인생의 파노라마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한 마디로 '새옹지마'였다. 언제부터인가 넘어졌을 때는 이 말을 떠올리며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고, 몹시 기쁠 때는 이 말을 떠올리며 차분히 다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환희와 좌절의 순간에 되뇌는 말이 또 하나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평범한 말이다. 인생은 100미터 경주가 아니기에 더욱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모른다. 단칼에 승부가 난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 이 말은 또, 게을러지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나 스스로를 다잡는 데도 한몫을 단단히 한다.  마라톤 같은 인생! 새옹지마 같은 인생! 순간마다 일희일비할 필요 있을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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