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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1 - 정채봉, 류시화 엮음


       3 시련을 딛고

   인간으로 가는 길 - 송신남

  당신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존 바에즈


  1966년 월남, '맹호 5호 작전'에 나는 통신병으로 참전했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밀림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였다. 적탄에 하나둘 쓰러지는 전우들. 중대장은 분노의 울음을 엉엉 울면서 전투 지휘를 하고 있었다. 밀림에서는 전파 방해를 심하게 받기 때문에 나는 무전기의 안테나를 한껏 올리고 중대장의 뒤를 바짝 붙어 기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세상이 빙글 돈다 싶더니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잠깐 의식이 들었을 때는 헬리콥터에 실려 후송되고 있는 중이었다. 적탄이 내 목을 관통한 것이다. 1년 동안의 병원 생활은 공포와 절망의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살아난 것만도 기적이라고 했지만 가슴 아래로는 아무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마비 상태, 평생 '휠체어'를 차고 지내야만 하는 척추 장애자가 된 것이었다. 그런 중에서도 간신히 감각이 돌아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 두 팔로 처음에 나는 자살을 기도했다. 평생 남에게 폐나 끼치며 살 바엔 차라리 지금 죽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뜨거운 마음으로 나를 보살피는 부모, 누나, 의사, 간호사, 사회단체  여러분들의 감시 아래서  그 생각은 사라지고 점차 두 팔은 하느님께 기도하는 데 쓰여졌다.

  광주 후송 병원에서 제대를 하자 나는 원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척추 장애의 불구자가 나 하나만이 아님을 알았다. 한숨만 쉬며 가만히 누워 있으면 소화 불량, 근육 이완 등으로 수명이 짧아진다며 의사의 권유에 따라 물리 치료실에서 근육 활동을 열심히 하는 신체 장애자들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뭉클해지며 삶의 의욕도 생겼다. 이곳에서 나는 6.25 때 간호사로 참전했다가 부상을 당해 척추 장애인이 된 조금인 여사가 세계 척추 장애인 올림픽의 탁구 부문에서 금메달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또한  전국 척추 장애인 체육 대회를 보러 갔다가 성한 사람들 이상으로 밝은 표정으로 휠체어를 이리 밀고 저리 밀며 경기에 열중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인간의 내면 깊이 숨겨져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게 되었다.
 '나도 할 수 있다.'
 전에는 전혀 쓸모 없어 보이던 내 두 팔을 내려다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때부터 나는 탁구에 내 생명의 모두를 바치기 시작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병원 안의 탁구장으로 가서 탁구 코치인 한 대학생을 상대로 탁구 채를 휘둘렀다. 운동이 심한 날은 열이 몹시 올라 의사가 만류했으나 간호사에게 한 번만 눈감아 달라고 애원하고는 탁구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다음해 체육 대회에서 뜻밖에도 나는 탁구에서 1등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부상 이후 무엇엔가 자신을 가져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원호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원장 선생님이 선물로 탁구대를 주셨다. 원호처에서 마련해 준 지금의 집 마당에 그 탁구대가 놓이고 나의 하루는 탁구로 시작해 탁구로 끝났다. 가볍게 이리저리 튀는 흰 탁구공은 마치 내 자신의 혼백처럼 여겨졌다. 나는 작년 런던에서 열린 세계 척추 장애인 체육 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그리고 금년에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열린 척추 장애인 올림픽에서도 8개국 선수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받았다. 금메달을 받으면서 나는, 남의 도움만 받다가 이렇게나마 보답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드렸다. 그러면서 나도 역시 한 사람의 인간이어야 한다고 나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제21회 세계 척추 장애인 올림픽 탁구 부문 금메달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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