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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동의 그림 다락방]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파도 소리 들리는 바닷가입니다.

    그토록 바라던 그녀와 커피를
    한잔 하게 되었습니다.
    시끌벅적한 시내의 커피집이 아닌
    아무도 없는 바닷가입니다.
    아마도 3일 내내 준비를 했을 겁니다.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코랄레드색의 커피잔에 다비도프…
    달 밝은 날로 정한 것도 잘한 일이지요.

    커피잔이 양동이만큼 크지 않은 게
    그저 아쉽습니다.
    이 작은 커피잔의 바닥이 보이면
    그녀는 일어설지도 모릅니다.
    그 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 할텐데…
    속으로만 되뇌이는 그 말을 보름달은
    아까부터 다 듣고 있습니다.
    그 말이 쌓이고 쌓여 무거워진 달이,
    재촉하듯 테이블 바로 위까지 내려 왔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 되든 못하게 되든,
    지금 이 순간 그녀와 마시는 커피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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