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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티를 입은 문화 -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3. 끔찍하고 잔인했던 어린이들 이야기

      진짜 신데렐라는?

  신데렐라 이야기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동화일 것이다. 심술 사나운 계모와 유리 구두.  너무 유명한 이 신데렐라 이야기는 사실은 세계 각국에서 옛날부터 이야기로 내려온 것이다. 최소한 1000년 전부터 구전되거나 문자로 기록된 형태로 수 없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 대부분의 신데렐라 이야기에는 이상한 구두를 쓸데없이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욕심 낸 여자들이 발을 자르는 잔인한 장면이 들어 있다. 현대 어린이들이 알고 있듯이, 부엌데기인 불쌍한 여자 아이가 어머니를 대신한 요정의 자비로 무도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된다는 스토리는 완전히 샤를르 페로의 것이다. 만일 페로의 뛰어난 개작이 없었더라면 유럽 어린이들은 널리 알려져 있는 스코틀랜드판의 가난하고 아름다운 소녀 라신 코티의 불쌍하고 괴로움으로 가득 찬 이야기밖에 알지 못했을 것이다.

  스코틀랜드판에 따르면 계모가 데리고 들어온 못생긴 세 언니들이 소녀에게 강제로 골풀(rush;소녀 이름의 유래)옷을 입힌다. 라신 코티에게는 어머니를 대신한 요정은 없지만 소원을 들어주는 마술 송아지가 있다. 그러나 간악한 계모가 심술 사납게도 잡아먹고 만다. 비탄에 잠긴 소녀는 무도회에 가고 싶어서 소의 뼈에 대고 새로운 드레스가 필요하다고 소원을 빈다. 눈부신 드레스를 입은 소녀는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다가 아름다운 새틴 구두 한 짝을 잃어버린다. 왕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쪽 구두가 발에 맞는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하자 계모는 첫째딸의 발끝을 잘라내고 그래도 발이 너무 컸기 때문에 뒤꿈치도 잘라낸다. 왕자는 이 추한 (발을 남몰래 줄인) 처녀를 받아들이지만 곧 작은 새가 '구두 속의 발은 그 구두의 임자가 아니다. 왕자가 찾는 아름다운 처녀는 라신 코티'라고 말해준다. 왕자는 라신 코티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

  이 이야기의 유럽판들을 보면 대부분 가장 못생긴 처녀의 발을 새틴이나 천, 가죽, 모피 신발에 맞게 하려고 잘라낸다. 그리고 언제나 여러 종류의 작은 새가 왕자에게 속임수를 일깨워준다. 페로가 어렸을 때 들은 프랑스의 이야기에서도 신발은 아무래도 유리(프랑스어로 verre)가 아니라 얼룩 무늬가 들어간 모피(vair)였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유리 구두라면 늘어나는 일도 없고 투명해서 안이 보일 것이라는 장점을 깨달은 것은 페로의 비범한 재능이었다. 유리의 특성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가 붙인 제목 "신데렐라 또는 작은 유리 구두"를 보면 분명하다.

  유럽에서 오래 된 신데렐라류의 이야기는 장바티스타 바질레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의 "5일 이야기"에 "부엌데기"라는 제목으로 들어 있다. 나폴리 출신의 시인, 군인, 신하, 행정관으로 널리 여행을 한 바질레는 50편의 이야기를 썼다. 50편 모두 나폴리의 여성이 그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세조라는 이름을 가진 그의 신데렐라는 요즘 말하는 아동 학대의 희생자였다.
  바질레의 이야기는 불행한 소녀 세조라가 심술 사나운 계모를 죽이려고 획책하는 곳에서 시작한다. 이윽고 세조라는 계모의 목을 부러뜨리는 데 성공하지만, 불운하게도 아버지가 한층 더 심술 사나운 여자와 결혼한다. 새 계모가 데리고 들어온 여섯 명의 악질적인 딸들은 세조라에게 부엌일을 떠맡기고,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부려먹는다. 세조라는 화려하게 펼쳐지는 축제에 가보고 싶어서, 마법의 대추나무에 소원을 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변신한 세조라는 화려한 의상으로 몸을 감싸고 백마에 올라탄 채 두 명의 하인까지 거느리고 간다. 임금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혹 당하고 만다. 그러나 한밤중 임금의 손에 남겨진 것은 한 짝의 신발뿐. 온 나라를 찾아다녀도 그 신발이 발에 맞는 처녀는 없다. 물론 세조라를 빼놓고.

  이 초기의 이탈리아판은 샤를르 페로의 것과 놀랄 만큼 비슷한데, 고증가들은 바질레가 내놓은 이야기집을 페로가 알고 있었을 리가 없고 아마 페로는 프랑스의 구전 민화에서 알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최초의 신데렐라 이야기를 입에 담았던 것일까? 이런 종류의 이야기로 가장 오래 된 것이 서기 850년에서 860년 사이에 쓰여진 중국 책에 들어있다. 동양의 이 이야기에서는 엽한이라는 소녀가 심술 사나운 계모에게 학대를 당한다. 계모는 엽한에게 누더기옷을 입히고 일부러 깊고 위험한 샘으로 물을 길으러 가게 한다. 중국의 신데렐라는 집 옆의 연못에 3미터나 되는 마법의 물고기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누더기를 걸치고 소녀로 변장한 계모가 물고기를 속여서 붙잡아 죽여버린다. 엽한은 축제에 입고 갈 옷이 갖고 싶어서 물고기의 뼈에 소원을 빌자, 순식간에 멋진 깃털과 황금으로 장식된 드레스에 몸이 휘감긴다. 중국의 축제에는 왕자도 임금도 나오지 않지만 서둘러 돌아오던 중국의 신데렐라는 금구두 한 짝을 잃어버린다. 그 구두는 '깃털만큼 가벼워서 설사 돌 위에서 깡충깡충 뛰어도 아주 조그만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윽고 구두 한 짝은 그 지방에서 제일 돈이 많은 상인 손에 들어간다. 부자 상인은 팔방으로 구두 임자를 수소문하여 찾은 끝에 구두가 딱 들어맞고 '천녀'처럼 아름답게 변신하는 신데렐라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결혼하고, 계모와 못생긴 딸은 무너져내리는 무거운 돌 밑에 깔리고 만다.

  9세기 중국의 이 이야기는 역사상 가장 오래 된 민화 수집가의 한 사람인 탄 첸 시가 채록한 것으로 그의 집에 오랫동안 살았던 하인에게 맨 어음 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출처에 대해 그 이상의 것은 아무 것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중국판에는 유럽판과 분명히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현재는 700가지나 되는 각기 다른 신데렐라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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