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9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랑에 대한 64가지 믿음 - 정호승

      문어의 사랑
  깊은 바다 속 바위에 붙어 참문어와 풀문어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어부가 자기들을 잡아 올리는 줄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엉킨 다리를 풀고 서로 몸을 떼었을 때에는 햇살이 눈부신 부둣가였다.
  "여기가 어디지?"
  "육지야."
  "왜 우리가 육지로 나오게 되었지?"
  "어부한테 잡힌 거야."
  "어머! 어떻하지?"
  "걱정하지마. 무슨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참문어가 풀문어를 위로해 주었다.  어부는 곧 그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 커다란 항아리 속에 집어넣었다. 우선 그들이 죽기를 기다렸다가 바람 잘 불고 햇볕 잘 드는 곳에서 말린 뒤, 겨울밤 술안주로 삼거나 제삿날 제상 위에 올려놓을 작정이었다. 항아리 속에 갇힌 참문어와 풀문어는 무서웠다. 순간 순간 몰려오는 죽음의 공포에 서로의 몸을 껴안고 떨었다.
  "졸지마, 졸면 죽어!"
  그들은 기진하여 쓰러지지 않도록 서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려고 애를 썼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몇 날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이거 먹어. 먹고 기운 차려. 죽으면 안돼."
  참문어는 풀문어에게 자기의 다리 하나를 잘라 주었다. 풀문어는 배가 고팠지만 차마 참문어의 다리를 먹을 수가 없었다.
  "괜찮아, 먹어. 난 무엇이든지 줄 수가 있어."
  참문어는 풀문어에게 자꾸 자기의 다리를 먹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풀문어는 먹지 않았다. 그 대신 자기의 다리를 잘라 참문어에게 주었다.
  "이거 먹어. 너도 배고프잖아?"
  참문어도 풀문어의 다리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다리를 먹이려고 둘 다 여덟 개나 되는 다리를 모두 잘랐다. 며칠 뒤, 어부가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았을 때 그들은 둘 다 죽어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다른 문어들은 단지 속에 갇히면 제가 제 다리를 뜯어먹으며 연명하다가 서서히 죽어 가는데, 그들은 다리를 잘랐으면서도 먹지 않고 그대로 굶어 죽어 있었다. 그들이 서로 사랑한 나머지, 서로 상대방에게 제 살을 먹이려고만 하다가 그만 그대로 굶어 죽은 줄을 어부는 알지 못했다.
 

 

 

?

자유글판

『아무거나 쓰세요. 손님도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Title
  1. 상록수 - 2020

  2.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3. 가기 전

  4. No Image 08Jun
    by 風文
    2020/06/08 by 風文
    Views 917 

    암행어사와 자린고비

  5.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6. 광주성

  6. Angel - Sarah McLachlan, Josh Groban

  7. No Image 07Jun
    by 風文
    2020/06/07 by 風文
    Views 1214 

    고집퉁이 황진사

  8. No Image 07Jun
    by 관리자
    2020/06/07 by 관리자
    Views 1125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6. 대자연의 사계 - 식물

  9. No Image 06Jun
    by 風文
    2020/06/06 by 風文
    Views 1148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6. 대자연의 사계 - 곤충

  10. 찔레꽃 - 이연실

  11. No Image 05Jun
    by 風文
    2020/06/05 by 風文
    Views 1555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6. 다양한 주기의 리듬

  12. No Image 04Jun
    by 風文
    2020/06/04 by 風文
    Views 1231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5. 해변에서 - 바다깔따구 이야기

  13. No Image 03Jun
    by 風文
    2020/06/03 by 風文
    Views 1028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5. 생물 시계의 출발점

  14. No Image 02Jun
    by 風文
    2020/06/02 by 風文
    Views 1760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5. 일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일

  15. No Image 01Jun
    by 風文
    2020/06/01 by 風文
    Views 1023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5. 시차 이야기

  16. No Image 31May
    by 風文
    2020/05/31 by 風文
    Views 1235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5. 생물의 리듬과 약물의 효과

  17. No Image 30May
    by 風文
    2020/05/30 by 風文
    Views 1045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4. 잠

  18. No Image 29May
    by 風文
    2020/05/29 by 風文
    Views 1374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4. 체온 조절을 위한 활동

  19. No Image 28May
    by 風文
    2020/05/28 by 風文
    Views 1301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4. 거미

  20. No Image 27May
    by 風文
    2020/05/27 by 風文
    Views 1394 

    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 4. 쥐며느리와 노래기

  21. No Image 24May
    by 風文
    2020/05/24 by 風文
    Views 1124 

    카산드라의 예언

  22. No Image 09May
    by 風文
    2020/05/09 by 風文
    Views 1267 

    사랑에 대한 64가지 믿음 - 생화와 조화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101 Next
/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