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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019






이 정권엔 목숨 걸고 MB 말릴 사람 없나
[작가회의 릴레이 기고] 광해군에겐 있고 MB에겐 없는 것

이은규(시인)



옛날이야기이다. 그러나 옛날이야기만은 아니다. 



조선시대, 과거에 응시한 수많은 인재들 가운데 최종 33명이 뽑힌다. 이들은 더 이상 탈락하지 않는다. 다만 등수가 결정될 뿐인데, 왕 앞에서 치르는 전시에서 등수가 가려지는 최종시험이 바로 책문이다. 왕은 절박하게 인재를 원했고, 관건은 시대의 문제를 함께 헤쳐 나갈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서 당대의 가장 절박한 물음에 목숨을 걸고 진솔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구했다. 그런 점에서 대책을 진술하는 선비는 스스로를 재상이라고 가정하고, 자기가 만약 재상이라면 왕을 보필해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갈지를 토로했던 것이다.  

광해군 3년, 과거의 마지막 관문 책문서 "나라의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냐"
목숨걸고 직언한 임숙영 "임금의 잘못이 국가의 병"















   
 
▲ 4대강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운동가 3명이 지난 22일 경기도 여주 이포보 공사현장 점거농성에 들어가며 설치한 대형현수막은 그날 오후 현장시공업체(대림산업) 관계자들이 글자가 보이지 않도록 아래부분을 말아버렸다. 3일 후인 지난 25일 오후 농성자 중 한 명인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이 암벽등반장비를 이용해 보 상판 고공농성장에서 수문 위로 내려와 현수막을 펼친 후 다시 올라가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했다. 27일 현재 이포보와 경남 함안보에서 4대강반대를 위한 환경운동가들의 점거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예컨대 1611년, 광해군 3년에 실시된 별시문과 책문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나라를 다스리는 요령은 당시의 시급한 일을 잘 파악하는 데 있을 뿐이다. 깊은 못과 살얼음을 건너야 하는데 건너갈 방법을 모르듯,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요령 있게 공적을 이룰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 시급하게 힘써야 할 것으로 무엇이 있겠는가? 그대들은 필시 일찍부터 마음속에 북받쳐 오르는 뜻을 품고 있었을 테니, 저마다 자기 생각을 표현해보라. 내가 직접 살펴보겠다.>


이에 임숙영(1576~1623)이 올린 대책의 요점은 이렇다.


<삼가 죽음을 무릅쓰고 대답하겠습니다. 전하께서는 책문에서 스스로의 실책과 국가의 허물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나라의 진짜 큰 우환과 조정의 병폐에 대해서는 문제를 내지 않으셨으니, 저는 전하의 뜻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어찌 중요한 문제를 애오라지 덮어두기만 하고 의논하지 않는단 말입니까? 저는 임금의 잘못이 곧 국가의 병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전하께서는 자기 수양에 깊이 뜻을 두시되, 자만을 심각하게 경계하십시오.>

위험한 발언과 마주한 광해군. 시험을 주관하는 시관인 심희수가 임숙영의 대책을 장원으로 급제시키려했으나, 다른 시관들이 반대해 병과 합격에 그치고 만다. 광해군은 임숙영의 대책을 읽고 자신의 실정을 극렬하게 비판하는 데 진노하여, 그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명하는데 이른바, 삭과(削科) 파동이 그것이다.

분노한 광해군, 직언 선비 이름 삭제 지시…재상들 반대 '삭과 파동'
끝나지 않은 옛날 이야기…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에 삼사(三司)에서 간쟁을 하고 재야에서도 임숙영의 정정당당한 주장을 지지하여, 삭과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논계(論啓)가 수개월 이어졌다. 이덕형, 이항복 등이 대책을 간절히 변론하자, 광해군은 마지못해 주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차후에는 질문의 요지를 벗어난 대책은 과거에서 선발하지 말 것을 엄명했다. 결국 심희수는 벼슬을 내놓았고, 권필은 삭과 파동이 빌미가 되어 죽임을 당했다.

파란이 일단락된 후 임숙영은 벼슬길에 오를 수 있었다. 문장에 뛰어났고, 경전과 역사에 밝았던 그는 광해군의 거듭되는 실정을 비판하다가 파직 당하기에 이른다. 1623년 복직되었지만, 그 해 가을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게 된다.

옛날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그러나 옛날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은 어떤 화법을 지니고 있는데, 이렇듯 근원적인 공감으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어떻게 예언적인 음성이 아닐 수 있겠는가” -바슐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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