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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4 02:26

고원의 도시 태백에서

조회 수 25623 추천 수 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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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산막을 떠날 때,
할매들이 마중나와 베낭에 백설기 한덩어리를 넣어주며
스님 언제 오요?
나두 몰라, 금방은 못 올꺼구마.
스님 안계시면 적적해서 우야노? 하고 눈물을 글썽이시기에
우야긴! 하고 손 흔들며 떠나왔지만
그 정들임들을 멀어져 나오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후포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장호에서 내렸다. 동해를 바라보며 한 시간을 걸어 해거름이 되어서야 노스님이 계신 절에 도착했다. 떠나기 전에 노스님께 인사도 드리고 삼척을 경유하여 첫 목적지인 태백으로 가는 아침 6시 20분 기차를 타면 그런대로 일정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스님께서는 새벽 예불을 마치자 마자 아침을 먹자시더니 기어이 차에 태워 적멸보궁인 정암사에 참배를 시키고 눈 덮인 함백산을 넘어 석탄박물관을 둘러 태백시내 한복판에 있는 황지 연못에 나를 내려주고는 총총히 삼척으로 돌아가셨다. 평생 기도와 일 밖에는 몰랐다고 하신 스님께서  거리에 나서는 후학을 보내는 마음의 배려셨다.

인과는 분명하여 일을 하면 일을 따라 인연이 만들어지고 공부를 하면 공부를 따라 도반을 만나게 되고 집착하면 집착을 따라 생사를 헤매게 되는 것이기에 중 물들이는 책(緇門)의 첫머리는 假衆緣而共成(많은 인연이 모여서 이루어진 실체가 없는 것) 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가보다.
















       황지


   























 

   

 



   
 

 황지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가 넘어서였다.  황지는 700리 낙동강의 발원지라기 보다는 도심의 공원 연못 같은 곳이었다. 깊고 적요하리라는 내심의 기대가 있었기에 도심 한가운데 700리 낙동강의 발원지가 있다는 것은 의외였지만 태백이 해발 700m의 고원도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납득 할 수가 있었다.
 공원 벤취에는 연로하신 어르신들께서 봄 햇살 속에 나와 계셨고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아이들 손을 잡고 가족 나들이 나온 젊은 부부들과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공원 입구에는 붕어빵, 군 밤, 뽑기, 그리고 고무풍선과 장난감 장사 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 마치 30-40년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살아온 날들에 대한 기억 보다는 추억의 풍경들이 더 그리운 이유는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황지 못 앞의 팻말에는 '수온 11도, 수심 4m  익사, 심장마비의 위험이 있으니 수영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지만 눈으로 보는 황지의 수심은 1m 정도의 깊이 밖에 보이지 않았다. 태백지방의 가뭄 탓에 못의 수량이 줄은 데다 식수난이 극심하여 황지의 물을 퍼올려 지역에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황지 주변에는 여러 대의 급수차들이 일정량의 물이 차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하루 5천 톤의 물이 (500만명이 1리터의 물을 한병  씩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황지에서 솟아난다고 하니 물의 깊이를 눈으로 재려는 것은 막대자로 땅의 깊이를 재려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현제 진행하고 있는 언론사와의 소송 중에 한방울의 물이 바위 밑을 뚫고 내려가는 데는 1억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고 했더니 '믿을 수 없는 수치'라고 반론하고 있다. 고작 100년의 삶을 사는 우리가 어떻게 억년의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증거하겠는가? 억년이라는 숫자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시간의 깊이라고 이야기하면 또 어떻게 반론할지 모르겠다.














 탄광촌 이야기


   

















태백 지역을 지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탄광촌 이야기일 것이다. 80,90년대에 비하면 폐광이 된 곳이 많지만 탄광은 여전히 태백의 주요한 생산 수단으로 태백 주민들의 생활의 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광산촌 문제에 대하여 내가 알고 있는 것은 - 석탄 박물관을 둘러 본 것이 유일무일이다. 같은 한 시대를 살면서 내가 몰랐던 세상의 이야기는  이상하게 가슴을 울먹하게 한다. 전시실에 설치 되어 있는 멀티비전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검은금맥을 캐는 사람들' '진폐증 환자' '막장' 같은 이야기가 나올 때 함께 가셨던 노스님께서는 연방 눈물을 닦으셨지만 나는 줄 곳 석유와 석탄의 고갈처럼 물이 고갈 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먹는 모든 물은 지하수'라는 한마디가 내가 천성산 일을 시작했던 이유였고 '지하수 유출 거의 제로'라는 조선일보 기사를 본 후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었다. 무엇보다 물과 관련된 환경문제는 미래 세대의 눈으로 바라보아야한다는 것이 답이 없는 질문들로 향한 이유였고 지금 고단하게 물길을 걷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길을 걸으며


   
노트북에 문제가 생겨 글과 자료를 많이 올리지 못합니다.  
문제가 해결되면 ... 영상자료로 만들어 홈피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번 메일을 드리고 난 후 함께 걷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 걸으며 그동안 돌아보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관심을 가져 주셔 감사합니다.
                                                               물길에서    지을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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