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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59941.html













‘암투병 소녀’와 ‘바보’ 하늘나라서 ‘접속’
“노 대통령 만나고 싶다” 글올리자 봉화서 ‘진짜’ 만남
3개월 뒤 하늘나라로…노 분향소에 아끼던 앨범으로 조문
하니Only 송호진 기자





























» 고 성민영씨(왼쪽)와 고 성민영씨를 만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출처 : 사람사는 세상(http://www.knowhow.or.kr)







암투병 고 성민영씨와 노 전 대통령 사연 공개



“봉하마을을 다녀와서 (성)민영이가 ‘살고 싶다’고 했었는데….”

작년 6월이었다. “3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던 의사의 말보다 소녀는 3개월을 더 버텨내고 있던 때였다. 18살 소녀가 휠체어를 타고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입엔 마스크를 씌웠다. 골육종 암이 덮쳐온 건 소녀 12살 때. 그 싸움을 이겨낼 무렵, 그래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교복까지 사놓고 들뜬 소녀에게 불쑥 혈액암이 또 찾아왔다. 교복은 입지 못했다. 일반 학교를 가지 못한 소녀는 병을 꾹꾹 참아가며 화상으로 공부하는 경남 꿈사랑사이버학교로 갔다. 이곳엔 소녀와 비슷한 병과, 비슷한 희망을 가진 또래 친구들이 있다.


꿈사랑사이버학교 권도희 선생님은 “소원 들어주기 시간이 있어요. 그런데 민영이의 소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거였죠”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편지를 썼다. 선생님은 노 전 대통령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에 “아이가 아픈 몸을 이끌고 봉하마을에 가서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한번이라도 뵈었으면 하는데 뵐 수 있는 건가요”라고 적었다. 글엔 “이 편지가 과연 읽혀질까? 읽으시더라도 연락을 주시는게 가능할까”라는 걱정도 담겼다.

선생님의 편지는 ‘수취인 불명’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소녀와 노 전 대통령의 진짜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노 전 대통령 봉하마을 자택 앞에서였다. 소녀는 분홍색 모자를 썼고, 노 전 대통령은 밀짚모자를 썼다.


노 전 대통령은 선생님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온 소녀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이고 앉았다. 그리고 검정색 펜으로 글을 적어갔다. “의지의 승리를 기원하며. 2008.6.26. 노무현”

권 선생님은 “지난해 3월까지 밖에 못 산다고 해서 아이가 힘들어했는데, 봉하마을에 갔다온 뒤로 기운을 냈어요. 살고싶다고 했으니까요”라고 떠올렸다. 선생님은 노 전 대통령 만남을 기념한 앨범을 만들어 아이에게 선물했다. 노 전 대통령 홈페이지에 감사 편지도 다시 보냈다. “너무 예쁜 민영이의 시간이 더 이상 멈추질 않았으면 합니다”라는 편지였다. 소녀는 노 전 대통령과의 추억이 담긴 앨범을 받아든 뒤 3개월을 더 살았다.


소녀가 떠난 지 8개월 만인 지난 5월 말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분향소 영정 앞에 소녀가 아끼던 앨범 한권이 올려졌다. 앨범엔 소녀가 마지막까지 다니던 학교 선생님들의 추모편지도 있었다. “저 하늘에서 이 편지를 보실 수 있으실런지요. 진작 이 앨범을 드릴 것을…. 그날 민영이의 손을 잡아주시던 그 따스한 손과 마음으로 살아오셨고, 그렇게 가셨으리라 생각됩니다”라는 편지였다.


하늘에서 다시 만난 ‘소녀와 대통령’의 사연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에서 근무한 신미희 전 행정관이 11일 〈사람사는 세상〉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신 전 행정관은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김해로 이사해 노 전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해왔다.


신 전 행정관은 이 글에서 “(당시) 대통령은 마음 아파하면서도 소녀를 위해 밝은 표정을 잃지 않으려 애썼고, 희망을 잃지 말라며 쾌유를 비는 말을 건네는 동안, 사진을 찍는 동안 내내 소녀와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또 영정에 올려진 앨범과 추모편지를 보고 (노 전 대통령) 비서진들도 눈물을 흘렸다고 적었다. 신 전 행정관은 소녀와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이 있는 경남꿈사랑사이버학교에 대한 관심도 부탁했다.


신 전 행정관의 글을 본 누리꾼들은 “두 분이 하늘에서라도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소녀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신미희 전 행정관이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글




‘하늘나라에서 만난 대통령’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성민영.


예쁘고 해맑은 이 소녀에게 불행이 닥친 건 6~7년 전. 초등학교 5학년 때입니다. 골육종이라는 암이 찾아왔습니다.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든 가혹한 시련이 시작된 것입니다.


골육종과의 기나긴 싸움이 끝나갈 재작년 무렵, 이번엔 소녀의 몸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생겼습니다. 골육종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전이되는 경우는 국내외에서도 몇 안 되는 드문 경우라고 합니다.


간신히 병을 이겨내고 조금 안도의 숨을 내쉬려고 할 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 백혈병은 소녀의 작은 몸을 너무나 힘들게 했습니다. 항암 치료도 더 이상 할 수 없어 그저 상태가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병원에서 계속 생활하고 있던 소녀에겐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보는 일이었습니다.



소녀는 정상적인 학교수업이 힘들어, 병마와 싸우며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화상강의를 통해 수업을 가르치는 경남 꿈사랑사이버학교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이 곳 선생님들이 소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나서게 됐습니다.


한 선생님이 지난 해 5월 노무현 대통령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소녀의 사연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글을 올려 보는 일, 제 삶에 있어 두 번째가 될 일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 편지를 쓰는 건 제가 가르치는 아이의 조그마한 소망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선생님의 편지는 너무 절절했습니다.



“아이가 아픈 몸을 이끌고 봉하마을에 가서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한번이라도 뵈었으면 하는데 뵐 수 있는 건가요? 민영이가 낫길 바라지만 앞일을 알 수가 없기에 급한 마음에 이렇게 몇 글자 남깁니다. 안되면 저희 민영이에게 힘내라고 한번만이라도 연락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런 편지 드리면서 이게 과연 읽혀질까, 읽으시더라도 연락해 주시는 게 가능할까, 찾아갔을 때 먼발치에서라도 민영이가 바라는 대로 대통령님을 뵐 수나 있을까…. 우리 민영이 말고도 더 힘든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그 아이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이 글이 올라가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며 두 사람의 만남을 소망하는 성원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소망은 불가능도 가능하게 하는 마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님 이 글 보시고 꼭 아이를 만나주셨으면 좋겠네요.”

“꼭 뵙길 바랍니다. 노 대통령님은 약자를 돌보시는 분이시니 분명히 만나주실 것입니다.”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꼭 건강하길 빌어요.”



수많은 응원이 이어졌습니다. 비서진들이 대통령님께 보고를 드렸고, 선생님들과 협의해 드디어 만날 날짜가 잡혔습니다. 지난해 6월 26일 소녀가 봉하마을을 찾았습니다. 방문객 수 백 여명을 맞이하고 난 대통령은 소녀와 가족들을 사저 앞으로 초대했습니다.



부모님, 동생, 선생님들과 함께 대통령을 만난 소녀는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예쁘고 해맑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설레는 마음으로 소망을 이뤘습니다. 얘기도 나누고 기념사진도 여러 장 찍었습니다. 대통령은 소녀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몸을 숙이고 앉아 서명을 해서 선물로 줬습니다.



“의지의 승리를 기원하며. 2008.6.26. 노무현”



대통령은 마음 아파하면서도 소녀를 위해 밝은 표정을 잃지 않으려 애썼고, 희망을 잃지 말라며 쾌유를 비는 말을 건네는 동안, 사진을 찍는 동안 내내 소녀와 잡은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당신의 손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고 가녀리고 창백한 소녀의 손을 보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아쉽게 이별하고 나서 대통령은 말이 없었습니다. 소녀의 슬픈 처지에 당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나 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소녀는 대통령을 만난 뒤 생가 방명록에 들러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빨리 나을게요. ^-^

감사합니다. >-< ”





얼마 뒤 반가운 편지가 다시 <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에 올랐습니다. 선생님이 쓴 글이었습니다.


“제가 이 학교에서 일하다 보니 한 해에도 정말 많은 아이들이 병마와 싸우다 사망합니다. 작년에도 저희 반 아이들을 4명이나 하늘나라로 보냈거든요. 그래서 실은 민영이의 나들이가 혹시라도 이루어지지 않을까봐 내심 조마조마하였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민영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정말 전날까지 찌푸렸던 하늘이 그날 아침 맑게 개어주었고 아파서 힘들어하던 아이가 그날만큼은 환하게 웃었습니다. 평소 덕담의 사인은 잘 하지 않으신다던 대통령님께서 ‘의지의 승리를 기원하며’라고 써주신 내용은 아이에게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과의 만남 후 학교를 가지 못했던 민영이는 창원에서 저희들이 마련한 작은 음악회와 함께 어머니, 동생이 함께 오붓하게 식사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 사이버 학교로 와서 저희들이 마련한 작은 이벤트에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재 민영이는 골육종 치료가 거의 끝난 상태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항암 치료약이 듣지 않아 치료의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민영이 가족에게 더 이상의 어려움이 없었으면 하지만 경제적으로 그리고 치료에도 아직은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너무 이쁜 민영이의 시간이 더 이상 멈추질 않았으면 합니다. 제 바람이 결코 욕심이 아니길 바라면서….”



그러나 가족들과 선생님들과 대통령의 절박한 바람을 등지고 안타깝게도 소녀는 지난해 9월 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소녀가 하늘나라로 먼저 간지 8달 만에 대통령님도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봉하마을에 차려진 분향소에 민영이의 선생님들이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추모한 뒤 한 권의 책을 대통령님 영전에 바쳤습니다. 대통령님과 민영이의 만남을 기념해 만든 앨범이었습니다.


앨범 맨 앞 페이지엔 민영이 학교 ‘교직원 일동’으로 된 추모편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 글을 읽다가 비서진들은 눈물을 훔치고 말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저 하늘에서 이 편지를 보실 수 있으실런지요. 진작 이 앨범을 드릴 것을, 너무 늦어 버린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작년 이맘때 민영이가 대통령님을 뵙고 참 좋아라 했는데…. 대통령님께서 써주신 ‘의지의 승리를 기원하며’ 그 문구가 우리 민영이에게 삶의 힘이 되어주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민영이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가슴 속 불씨였는데…. 그날 민영이의 손을 잡아주시던 그 따스한 손과 마음으로 살아오셨고, 그렇게 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곧으셨고 또 누구보다 여리시고 인간다운 분이셨기에 선택하신 마지막 길이라 너무도 애통합니다. 부디 편안한 곳으로 가시어 쉬시길 빕니다.”



두 사람의 짧은 만남, 긴 인연.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난 대통령님과 민영이가 두 손 꼭 잡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그려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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