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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가 쏟아지는 우리선인들 이야기


  멋지게 벌어서 뜻있게 쓰고

  조선조 후엽에 중국상대 무역상으로 큰 돈을 벌어,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재산을 모아 멋있게 산 임상옥이라는 분이 있었다. 의주 사람으로 정조 3년(1779년)에 나 철종 6년(1855년)까지 살았는데, 가업을 이어 18세부터 상업에 종사하여 순조 10년(1810년)에 불과 21세로 이조판서 박종경의 정치적 권력을 배경삼아, 우리나라 최초로 인삼의 대 중국 무역권을 독점하여 천재적인 사업수단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당시까지 여러 상인들이 각각 인삼바리를 싣고 사신을 따라 들어가, 그것을 팔아 우리나라에는 없는 사치품을 무역해서 싣고 오던 것인데 인삼에 한해서는 다른 상인이 손을 못대게 한 것이다. 그곳의 상인들이 보니 여직껏 여러 사람들이 제각각 인삼을 싣고 오더니 이제 몇 년째 한 사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들도 닳고 닳은 상고들이다. 그래서 저희들 나름대로 지혜를  짜보았는데 다름 아니라 인삼전매권을 손에 쥔 지 10년째인 순조 21년(1821년) 저들이 불매동맹을 일으킨 것이다. 사신이 체류하는 동안에 교역을 끝내고, 사행과 같이 귀국해야  하는 것인데 그해 임상옥이 북경에 도착하며 보니 분위기가 전과 싹 다르다. 전같으면 숙소로 찾아와 “따아런, 따아런!”하고  환영이 대단하였는데 어느 한놈 얼씬도 하지 않는다.

  “옳지! 올 것이 왔고나.”

  임상옥의 머리에는 번개같이 스치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느낌에 못지 않은 속도로 그에 대비할 구상이 떠올랐다. 놈들이야 찾아오거나 말거나 가지고 간 물건을 창고에 챙겨둔 채 자물쇠로 잠가두고, 말을 몰고 간  인부들은 날마다 핀둥거리며 논다. 때로 모여앉아 투전으로 돈내기 노름도 하고, 술판을 벌여 마신  끝에는 고함을 지르며 멱살잡이 싸움도 곧잘하고... 주인이란 따아런은 사행 가운데 몇몇과, 때론 현지에서 사귄 새로운 친구를 데리고, 산천 구경을 다니며 술도 마시고 글도 짓고...  이제 다급해진 것은 자네들이다. `이 자가 초조해서  우리 인삼 사지 않겠느냐고 설설 길 줄 알았는데, 저렇게 유들유들하게 관광이나 하며 다니니, 무언가 좀 이상하다.` 그래 사방으로 염탐꾼을 놓아 임대인의 동정을  살피는데, 사신 일행이 돌아올 채비를 서두를 때쯤이나 하여서 이변이 일어났다.

  유람에서 돌아온 임대인은 손수 창고 문을 열고, 인부들이 인삼짐을 바리바리 져내자 마당에 쌓으라는 것이다. 이 정보를 들은 중국인 인삼 상인들은 허둥지둥 모여들었다. 그랬더니 저런 일 좀 보게, 인삼 쌓은 둘레로 기름을 붓더니  횃불을 들고 돌아다니며 불을 지르는 것이다. 그곳 상인들은 문이 메어지게 들이달으며, 그러지  못한 자들은 담을 넘어들어가, 일변 불을 끄며 일부는 임대인을 둘러싸고 애걸을 했다.

  “임대인, 이러지 말아해! 울리 사람이 잘못했어,  값 올려 줄께 불에 태우지 말아해, 오배 줄께 팔아해! 십배 줄께 팔아해!  이십배 줄께, 아니 삼십배  줄께, 제발이지 불에 태우지 말아해...”

  듣고만 있던 임대인은 손뼉을 쳐서 여럿의 주의를 모으고 빙싯이 웃었다.

  “불은 끌 것 없다. 그것은  거짓 인삼짐이야! 진짜는 창고에 그냥 쌓인 채 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너희들이 지금 부른 값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 사내자식이 어찌 두 가지 말을 하겠노? 진정 너희가 부른 값으로 사는 거지? 안 들으면 나도 배짱이다. 기왕 태우랴던 것 몽땅 태우고 말 것이다.”

  여럿이는 손을 싹싹 비비며 애걸복걸을 하였다.

  “좋아! 살 사람만 줄을 서고 나머지는 돌아들 가라.”

  인삼짐을 한짝씩 져내서는 풀어서, 저들이 내놓는 금액만큼씩 쳐서 내어주기를 온종일 하여, 드디어 그는 일조에 거부가 되고 만 것이다. 국내에서 출간된 백과사전에는 그의 이러한 행적에 관해 이 대목을 이렇게 써놓고 있다.

  “1821년 변무사의 수행원으로 청나라에 갔을 때, 북경 상인들의 불매동맹을 교묘한 방법으로 분쇄하고, 원가의 수십배로 매각하는 등 막대한 재화를 벌었다.

 그런데 그는 그 많은 재산을 어떻게 쓰며 어떠한 사업을 하며 살었던가. 그만큼 통이 큰 사람이라면 따라갔던 인부들도 팔자를 고쳤지 않았을까? 관광을 다니고 노름을 하고 술먹다 싸움질을 하는 것은 모두가 저들을 속이는 눈가림이다. 밖에서 떠들던 인부들은 번갈아 광속으로  들어가 소리없이 가짜 인삼짐을 꾸려서 쌓았으니, 그들의 공적을 후하게 대접했을 것은 뻔한 일이다. 다시 백과사전에 실린 내용이다.

  “그동안 기민(주린  백성들)구제 등의 자선사업으로  천거를 받아 순조  32년(1832년) 곽산군수가 되고, 1834년에는 의주의 수재민을 구제한 공으로 구성부사에 올랐다가 물러난 뒤로는 빈민 구제와 시주로  여생을 보냈는데, 시야 물론 한시인데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

  시와 술을 즐겼다 했으니 물론 글 잘하는 선비를 사귀었겠는데, 여기에 덧붙여 꼭 한마디 적어야 할 일이 있다. 수백칸 되는 호화주택을 짓고 그의 창고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고 했는데, 그보다도 특기해야 할 것이, 수십칸 사랑을 짓고 만권이 넘는 서적을 들여놓아, 누구고 글을 읽고 싶은 이는  와서 묵으며 공부하도록 편의를 보아 주었다는 사실이다. 주인의 학식 수준이 높다  보니, 웬만한 선비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겠는데,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성과를 거둔 것이 있다. 이 곳에 자주 출입하던 이제마라는 분은 뛰어난 재질로 모든 분야에 달통해서 1894년 그 지방에서 일어난 최문환의 난을 힘 안들이고 평정했으니,  그 지방에서의 덕망도 대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마는 고전의 하나인 <주역>을 깊이 연구한 끝에, 이것을 사람의 생김새에 적용해 크게 음과 양으로 구분하고, 다시  그것을 양분해 음을 태음과 소음으로 나누고, 양 또한 태양과 소양으로 구분해, 체질에 따라 같은 증세라도 처방을 달리해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창안해냈다.

  이것은 동서양을 물론하고 의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한국의학으로 세계에 자랑하는 사상의학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지방의 유력자인만큼, 기초되는 서적은 집에 앉아 모두 읽었을 것이고, 서울에도 체류하며  벼슬 주는 것도 마다하고 학문 연구에 몰두했으니, 국내에 들어와 통하는 책 치고 그의 눈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그에게 의주의  임부잣집엔 진귀한 책이 많이 있고, 그것을  와서 읽으라 권장한다는 소식이 아니 전해질 리가 없다. 그래 천리를  마다않고 임부자를 찾아가, 그의  사랑에 머물며 무엇 하나  불편할 것 없는 환경에서 차분히 글을 읽어서 체계 세워낸 것이 이 세상에 자랑할  사상의학의 이치라니, 돈 한번 멋있게 썼다 하는 찬사를 아니 던질 수 없다.  옛날의 제도를 보면 유난히도 환경의 지배를 세게 받아, 훌륭한 재질을 펴보지 못한 이가 많은데, 이렇게 개방된 원조의 시설을 펼치다니, 이제마뿐 아니라 구한말의 뜻있는 인사가 수없이 그의 신세를 졌을 것으로 짐작이 가 스스로 고개가 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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