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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111120002802&subctg1=00&subctg2=00
영화 ‘위대한 침묵’의 카르투시오 수도회


브루노 성인, 佛 알프스 산자락에 설립
‘창살 없는 감옥’… 세인 침입 허용 안해
하루 8시간 이상 기도… 배식구 통해 식사
“하느님에게 다가가는 신앙의 귀감 돼”








  • 6년 후로 다가온 종교개혁 500년 기독교 신앙 의미 찾기가 물질주의, 세속주의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개신교를 중심으로 분주하다. 16세기 가톨릭(천주교)의 부패상에 맞서 개혁을 선언하며 탄생한 개신교는 가톨릭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개신교는 가난을 몸소 실천하며 고행하는 가톨릭의 오랜 수행 전통인 수도원(회)의 영성마저 버리는 우를 범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의 수도원 등 세속적 가치를 버리고 깊은 영성을 보여준 가톨릭 신앙의 근원지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지향과 소명은 침묵 안에 머무르는 것과 독방 안에서의 고독에 머무는 것이다.”

    ‘위대한 침묵’의 봉쇄수도회인 카르투시오 수도회 수사들이 머무는 수사 독방마다 쓰여진 글귀다. 2009년 말 ‘위대한 침묵’ 개봉 후 수도회 방문객이 30% 이상 급증했고, 지난해 6개월 동안 5만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이 같은 인지도와 달리 수사 방에 적힌 글귀는 프랑스 그르노블 지방 인근 아담한 마을 생피에르 드 샤르트뢰즈(St-Pierre de Chartreuse)에 자리한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전나무 숲이 우거져 뭇사람들의 발길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는 카르투시오 봉쇄수도회를 찾아갔다. 이 수도회는 전 세계 26개국에서 500명가량의 수사가 활동 중이다. 국내에도 경북 상주와 충북 보은에 각각 카르투시오 남자수도회와 여자수도회가 한 곳씩 있다.







    수도원으로 가는 숲길.
    해발 2026m 봉우리 그랑송 아래 1300m 알프스 산자락에 펼쳐진 카르투시오 수도회는 1084년 브루노(1030∼1101) 성인에 의해 설립됐다. 그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철저한 교육을 받았던 엘리트였다. 대주교가 돼 달라는 교구민의 바람도 있었다. 1090년 교황 우르바노 2세의 부름에 브루노 성인은 성직자 개혁을 담당하는 교황 보좌로 소임을 다했다. 명성도, 권위도 가졌지만 그는 모두를 내려놓았다. 6명도 안 되는 동료들과 함께 적막한 알프스 산자락에 은수(隱修·은둔해서 수도함)할 터를 마련했다. 그리고 기도 생활에 매진했다. 그의 기도 생활은 일반적인 수도회와는 달랐다. 가톨릭 수도원의 생활의 모델을 제시한 베네딕도 수도회가 기도와 노동의 균형을 추구했다면, 그는 무게중심을 기도에 뒀다. 철저한 ‘고독과 침묵’, 이는 카르투시오 수도회를 일컫는 대명사가 됐다.







    카르투시오 수도원 앞 ‘침묵’ 표지판.
    세인들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는 수도원 담벼락에서 멈춰서야 하는 아쉬움을 도보로 20분 거리에 카르투시오 수도회 박물관을 통해 해소했다. 지금은 박물관이지만 1957년 이전까지만 해도 수도원으로 사용됐던 신성한 공간이다. 1084년 브루노 성인과 함께 수도 생활을 시작했던 수사 2명의 거처와 일터가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매년 4월1일부터 11월1일까지 7개월간만 일반에 개방된다.







    카르투시오 수도원 출입문 입구.
    이역만리에서 온 취재진을 위한 특별 배려로 박물관을 통해 봉쇄수도원의 진면목을 둘러봤다. 박물관은 수사들의 생활 공간을 모델화한 곳이다. 1층 브루노 성인의 초상화를 거쳐 2층으로 올라가자 수사들의 독방이 나왔다. 기도처 ‘아베 마리아’는 어린 예수를 안은 성모마리아상이 함께했고, 벽에는 수사들의 생활을 드러내는 글귀가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지향과 소명은 침묵 안에 머무르는 것과 독방 안에서의 고독….







    수사 독방.
    그렇다. 수사들은 하루 8시간 이상 독방에서 기도에 매달린다. 매일 오전 5시30분(평수사) 또는 6시30분(사제 수사)에 일어나 성당에서 함께 드리는 공동미사, 노동(작업) 등을 제외하고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독방에 머문다. 조그마한 배식구를 통해 들어온 점심 한 끼 홀로 먹고, 홀로 기도한다. 그리고 침묵하며 절대자를 갈구한다. 동료 수사들에게 전할 말이 있을 때에도 쪽지를 써서 개인 사물함에 넣는다. 스스로를 가둔 이들에게 고독과 침묵은 하느님에게로 가는 지름길이다. 세상 속 하느님의 음성이 작기에, 더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홀로 있어야 하고, 그 ‘위대한 침묵’ 속에 있을 때 비로소 내면의 소리도, 하느님의 음성도 들을 수 있다.







    수사방 배식구. 수사 작업실.
    이는 종교개혁 이후 탄생한 개신교가 간과한 부분이기도 하다. ‘오직 성경, 오직 신앙, 오직 은총’을 주창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온 한국 등의 개신교는 수도원의 깊은 영성을 버렸다. 돈, 명예, 권력 등 세속의 가치와 무관하게 가난하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를 가톨릭의 타락상으로 치부한 채 땅 속에 묻었다.







    수사들 방에 적힌 글.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지향과 소명은 침묵 안에 머무르는 것과 독방 안에서의 고독에 머무는 것이다.”
    카르투시오 수도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 전역을 휩쓸던 시기에도 가난과 고독 속에 하느님의 음성을 찾아가는 엄격한 규칙을 고수했다. ‘세상은 돌지만, 십자가는 우뚝하다(Stat crux dum volvitur orbis).’

    그런 곳이다. 현재 카르투시오 수도원에는 최근 입회한 흑인 청년 수사를 포함해 평수사 12명, 수도원장과 20명의 사제(신부) 수사 등 모두 33명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아시아인 수사는 1명이다. 수도원 도서관 관리인 직원 1명을 포함하면 모두 34명이다. 수도회 입회 자격은 만 21∼44세다.

    18세기 수도원 전성기 때도 80명에 불과했다. ‘입회에서 무덤까지’ 스스로 수도자 삶을 선택한 수사들의 육신은 죽어서도 수도원 밖을 나가지 못한다. 수도원 내 묘지에 묻힌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떠나고 싶다고 하면 언제나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카르투시오 수도원.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리지만 카르투시오 수도회가 세상과 완전히 절연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생활의 필요 등을 위해 세상과의 최소한 소통한다. 농부, 대장장이, 인쇄업자 등으로 자급자족해왔던 이곳 수사들은 주류인 ‘샤르트뢰즈 리큐르(Chartreuse Liqueur)’를 직접 제조해 세상에 내다 팔아 필요한 물품을 바꾼다. 1605년부터 생산되고 있는 샤르트뢰즈 리쾨르는 130여개의 약초 추출물을 첨가해 참나무통에서 5년 정도 숙성한 것으로, 수도원의 주 수입원이다. 인근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 후식으로 내놓은 아이스크림 안에 첨가될 정도로 그 활용도가 다양하다.

    수사 가족이 오면 아파스(수도원장) 허락아래 수도원 접견실에서 면회도 할 수 있다. 일년에 두 번뿐이다. 이에 대해 박물관 안내 여직원 알리송(22)은 “면회를 할 수는 있지만 찾아오는 수사 가족은 거의 없다”며 “남자 수도회이기 때문에 여자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수사들은 매주 월요일이면 수도원 뒤 카르투시오 산을 따라 행군을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기 때문이다. 이 시간만큼은 수사들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낮 작업을 마친 수사의 뒷모습.
    박물관을 나와 전나무 숲길을 따라가던 중 굳게 닫힌 수도원 주차장 문이 돌연 열렸다. 흰색 수도복의 베노아(70) 사제수사가 웃음을 지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에 답했다. 외부와 접촉하는 ‘문지기’의 소임을 맡은 그는 1964년 수도원에 들어왔다. 그는 “사진은 찍어도 되지만 보도는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수도원 안으로 사라졌다. 그의 검소한 복장과 따사로운 미소에는 반백년의 청빈한 생활과 수행자로서의 깊이가 짙게 묻어났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이정주 신부는 “카르투시오 수도회는 기도와 일의 균형점에서 기도나 침묵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형태”라며 “외견상 세상을 피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하느님에게 다가가는 신앙의 귀감이 되는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나와 하느님의 관계는 결국 이웃과 친구, 전 인류에도 연결된다”며 “수사들의 기도·침묵생활 속의 영성은 수도원 밖 세상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생피에르 샤르트뢰즈=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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