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96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랑에 대한 64가지 믿음 - 정호승

      문어의 사랑
  깊은 바다 속 바위에 붙어 참문어와 풀문어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어부가 자기들을 잡아 올리는 줄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엉킨 다리를 풀고 서로 몸을 떼었을 때에는 햇살이 눈부신 부둣가였다.
  "여기가 어디지?"
  "육지야."
  "왜 우리가 육지로 나오게 되었지?"
  "어부한테 잡힌 거야."
  "어머! 어떻하지?"
  "걱정하지마. 무슨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참문어가 풀문어를 위로해 주었다.  어부는 곧 그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 커다란 항아리 속에 집어넣었다. 우선 그들이 죽기를 기다렸다가 바람 잘 불고 햇볕 잘 드는 곳에서 말린 뒤, 겨울밤 술안주로 삼거나 제삿날 제상 위에 올려놓을 작정이었다. 항아리 속에 갇힌 참문어와 풀문어는 무서웠다. 순간 순간 몰려오는 죽음의 공포에 서로의 몸을 껴안고 떨었다.
  "졸지마, 졸면 죽어!"
  그들은 기진하여 쓰러지지 않도록 서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려고 애를 썼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몇 날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이거 먹어. 먹고 기운 차려. 죽으면 안돼."
  참문어는 풀문어에게 자기의 다리 하나를 잘라 주었다. 풀문어는 배가 고팠지만 차마 참문어의 다리를 먹을 수가 없었다.
  "괜찮아, 먹어. 난 무엇이든지 줄 수가 있어."
  참문어는 풀문어에게 자꾸 자기의 다리를 먹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풀문어는 먹지 않았다. 그 대신 자기의 다리를 잘라 참문어에게 주었다.
  "이거 먹어. 너도 배고프잖아?"
  참문어도 풀문어의 다리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다리를 먹이려고 둘 다 여덟 개나 되는 다리를 모두 잘랐다. 며칠 뒤, 어부가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았을 때 그들은 둘 다 죽어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다른 문어들은 단지 속에 갇히면 제가 제 다리를 뜯어먹으며 연명하다가 서서히 죽어 가는데, 그들은 다리를 잘랐으면서도 먹지 않고 그대로 굶어 죽어 있었다. 그들이 서로 사랑한 나머지, 서로 상대방에게 제 살을 먹이려고만 하다가 그만 그대로 굶어 죽은 줄을 어부는 알지 못했다.
 

 

 

?

자유글판

『아무거나 쓰세요. 손님도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음악 상록수 - 2020 風文 2024.04.20 244
공지 음악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風文 2023.12.30 5531
공지 사는야그 가기 전 風文 2023.11.03 7694
1673 [re] 자유계시판에... 바람의종 2007.07.30 17452
1672 약한 자여. 너의 이름은 여자니라 바람의종 2007.07.31 2626
1671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유명해져 있었다 바람의종 2007.08.01 3107
1670 에덴 동산 바람의종 2007.08.02 2456
1669 사는야그 오늘 하루의 짧으면서 긴 하루. 바람의 소리 2007.08.02 32846
1668 엘로스 바람의종 2007.08.03 2713
1667 사는야그 채근담 / 우발적인 생각과 우연한 행동이 재앙을 부른다 /어제 제가.. 바람의 소리 2007.08.03 30219
1666 에우레카(나는 발견했다) 바람의종 2007.08.07 2882
1665 엘레지 바람의종 2007.08.09 2975
1664 여자를 찾아라 바람의종 2007.08.10 2730
1663 여자의 마음 바람의종 2007.08.11 2914
1662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바람의종 2007.08.13 3043
1661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바람의종 2007.08.14 2707
1660 올드 랭 사인(Auid Lang Syne) 바람의종 2007.08.15 3005
1659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바람의종 2007.08.16 3490
1658 용사만이 미인을 차지한다 바람의종 2007.08.17 3038
1657 원죄 바람의종 2007.08.18 4814
1656 다녀갑니다.. /한방과 양방의 ‘폭염’ 처방전 1 바람의 소리 2007.08.20 25762
1655 원탁회의 바람의종 2007.08.20 35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01 Next
/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