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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의 똑똑똑](3) 정연주 전 KBS 사장
 정리 |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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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내가 코드인사면 요즘은 ‘족벌인사’, 언론 왜 가만있나”

등산하다가 허리를 좀 다쳤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을 화요일에 뵙기로 일찌감치 약속해 놨는데 통증 때문에 약속을 못 지킬까봐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주말공연을 하고 나니 괜찮아졌다. 그런데 이번엔 공연 게스트로 와줬던 현정이 누나가 술 한 잔을 청했다. 약속 때문에 조금만 마시려고 했는데 샴페인에 소주까지 섞어 마셨다. 천하를 호령한 ‘미실’이 권하는데 어쩌겠나. 정 사장을 마지막으로 뵌 건 지난해 성공회대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발족기념 음악회 때다. 그날 밤이 내가 <스타 골든벨>에서 잘린 날이기도 하다.




김제동씨가 지난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만났다. 정치, 경제부터 TV드라마, 연예계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만난 두 사람이 카페를 나왔을 때 하늘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 정지윤 기자




- 사장님 만난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 질문이 엄청 쏟아지네요. 심지어 KBS 사장으로 복귀하신 줄 알고 던진 질문도 많아요. 좋은 현상으로 봐야겠죠.

“재판에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또 김정헌 위원장도 복귀했다니까. 그래서 그런지 나도 그런 질문 많이 받아요.”

- 그럼, 출근은 안하십니까.

“해임 취소판결을 받던 날이 임기가 끝나기 11일 전이라서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지. 중요한 건 내가 그만둔 것이 잘못됐다고 법적으로 판결이 난 거죠. 언젠가는 반드시 KBS로 돌아가서 남은 15개월 임기를 채우고 싶어요. 그때 김제동씨도 <스타 골든벨>에 다시 MC로 서길 바랍니다.”

- 아이고, 사장님도 참…. 전 오히려 진행자로서의 제 자질에 대해 반성해보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지내셨어요.

“칼럼 쓰고 대학 강연다니느라 사장할 때보다 더 바빠요(웃음). 험하게 그만두긴 했는데, 그래도 6개월 동안은 만사 제치고 놀려고 했지. 갑자기 무시무시한 죄목을 엮은 6000페이지짜리 수사자료를 검토하느라 휴식을 망쳤지만…. 집사람이 무슨 고시공부하냐고 그랬어요.”

- 그런 일을 당하면, 저 같으면 뒷목 잡고 혈압상승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것 같은데요.

“날 잘 몰라서 그런 질문 하는 사람 많은데 난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는 게 원칙이죠. 요즘 내가 쓴 글을 보고 한이 맺혔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언젠가 역사의 청문회에서 다 반추되어야 하고,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차원이지.”

- 사장님도 임명되실 때는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있었잖습니까.

“그랬죠. 노무현 대통령이랑 가치와 철학이 비슷했으니까 코드인사였지. 당시 ‘조중동’이 엄청 비판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뤄지는 인사를 봐요. 코드인사보다 훨씬 더 심각한 직계 친족 족벌인사잖아. 캠프에 직접 들어와 일하던 사람을 사장으로 앉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그렇다면 나를 비판했던 당시보다 훨씬 치열하고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언론 아닌가요. 노 대통령이 참 아이러니였죠. 임기 내내 독립을 위해 애써줬던 언론과 검찰, 결국 그 두 기관에 의해 죽음의 길을 가신 거야.”




▲ “빵꾸똥꾸 문제삼는 여의도 정치가 시트콤…
그렇게 여유가 없나” - 정연주
▲ “노대통령 애도한 건 사람의 도리였을 뿐인데
정치적으로 해석하더군요” - 김제동


나는 노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밀히 말하면 어머니와 노 대통령의 인연이다. 예전에 <아침마당>에 어머니, 누나, 매형들과 함께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어머니가 출연차 서울 오시다가 우연히 휴게소에서 당선자 신분이던 노 대통령 일행을 만났다. 촌할머니인 어머니에겐 <아침마당>에 출연한다는 것이 더할 수 없는 자랑거리였나보다. 경호원을 헤치고 노 대통령에게 가서 “내 아들이 김제동인데 <아침마당>에 출연하러 가니 꼭 보라”면서 손가락까지 걸었다. 남편없이 6남매를 키운 어머니는 예전부터 관공서만 갔다오면 “집에 남자 없고, 사람 없는 설움이 이래 크나…”하고 우셨다. 그러면서 나에게 “꼭 출세해서 군 서기가 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다. 그런 어머니를 처음으로 대접해 준 공무원이 노 대통령이었다. 그런 분이 돌아가셔서 애도하는 의미로 마이크를 들었는데 왜 정치적으로 해석될까. 그저 사람의 도리일 뿐인데….

“민주주의의 꽃은 다양성이고 어떤 이야기든 여유있게 용납될 수 있어야 하는데 뭐든 이분법으로 갈리고, 정치적 해석이 붙어요. <지붕뚫고 하이킥>이 그렇지 않나? 난 빵꾸똥꾸 말썽난 뒤에 하이킥 1회부터 다 봤어요. 진짜 눈물나는 장면도 많고 우리사회 학벌, 계급문제를 그렇게 적나라하고 슬프게 그릴 수 있을까. 꼬마 해리보고 정신분열증 운운하는 현실이 더 처절한 시트콤이지. 완전히 빵꾸똥꾸야. 개콘에 장동혁씨 갖고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

- 정치와 성 이야기를 안하고도 웃기는 개그맨이 많기로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겁니다. 얼마 전에 동료 연예인들과 이런 농담을 했습니다. 지금 연예계에서 최고 권력이 누구냐? 강호동? 유재석? 아니 “바로 접니다”라고. 노 대통령 1주기때 공식적인 자리에 가서 “뜻을 함께 해주신 분”, “마음을 보내주신 분” 하면서 줄줄이 이름을 부르면 그 연예인은 끝이라고요. 그러니 “내가 핵심”이라고 했죠(함께 폭소). 그나저나 ‘아굴연피’(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난다 피해자 모임)가 있다는데 아십니까.

“내가 그 멤버지. 이 정권에서 기소됐다가 무죄판결 받은 사람들. 농담삼아 다같이 한번 모이자 그랬어요. 앞으로 한명숙 전 총리도 우리 모임 멤버가 되겠지.”




▲“제동씨나 나나곡절 겪으며 사는 게
결국 축복인 거 아닌가” - 정연주
▲“공연 매진사례 눈물나도록 고마워…
‘탄압 마케팅 성공’ 이래요” - 김제동


트위터에는 질문이 계속 올라왔다. 시청자가 참여해 주주가 되는 방송을 만들면 초대 사장직을 수락할 생각이 있는지, SBS의 올림픽 단독중계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젊은이의 투표참여율을 높이는 방법 등 구체적인 것까지.

“어쨌든 요즘은 정교한 이론을 갖고 투쟁할 때는 아니지요. 그저 신명나게 젊은이들의 버전과 방식대로 해줬으면 해요. 나라사랑하는 50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거지. 애인 손잡고 투표장 가기, 투표하고 오는 애인 뽀뽀해주기 이런 식으로.”

- 요즘 저도 ‘기득권’이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을 많이 누리고 살면서 다른 사람의 편에서 이야기할 자격이 되는지, 그저 허공에 대고 입바른 소리만 해대면서 내 양심을 자랑하려고 사는 것은 아닌지….

“그거 심하게 표현하자면 ‘강남좌파’지. 하하.”

- 지금 저보고 좌파라고 하셨습니까? 화들짝 놀랍니다.

“얼마를 가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부, 명예, 영향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요즘 답답한 점이 많지만 어떻게 보면 오히려 지금이 역사의 축복이 될 수도 있어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음 선거 때는 내 삶과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겠죠.”

- 사장님처럼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사셨던 분들이 존경스럽지만 내가 ‘감옥 아니면 타협’을 선택해야 했다면 뭘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전 그저 웃기는 게 지상 가치이고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살고 싶은데 말이죠.

“제동씨가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편이지. 내 나이가 예순다섯인데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다 소중하고 버릴 것이 없어요. 제동씨도 지금이 하늘의 축복일 수 있어요.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사람들을 만나오다 지금은 직접 사람들을 대면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토크쇼를 개척하고 있잖아. 공연마다 매진된다며? 축복이잖아.”

- 예. 정말 한분 한분 다 눈물날 정도로 고맙죠. 어떤 분들은 ‘탄압마케팅’이 성공했다고 농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빌 코스비, 에디 머피, 조지 컬린, 로빈 윌리엄스 이런 미국 코미디언들 대단하잖아요. 관객들 수천명씩 앞에 놓고 ‘들었다, 놨다’ 하는 탁월한 토크쇼 진행자들이지. 제동씨가 국내에서 그런 모델로 처음 하는 거잖아.”

토크콘서트는 2년 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이다. 조지 컬린의 책을 보면서 많이 참고했는데 그는 정말 탁월한 코미디언이다. 그는 기독교 신자들을 앞에 두고도 개그를 던진다. “당신은 전혀 모르는 존재가 24시간 너를 쳐다본다고 생각해봐라. 끔찍하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그러면 관객들은 “아멘”하면서 박장대소하고 웃는다.

“제동씨 만나서 재미있는 이야기만 하려 했는데 너무 무거워졌네. 사장 그만두고 블로그를 하려고 작정했는데, 내 아이디가 ‘완전한 자유인’이거든. 그런데 이거 블로그를 하려다보니 자주 글을 올려야 하더라고. 그러니까 그건 또 내 자유를 침해받는 일이고.”

- 긴급 제안인데요. 사장님 필명을 ‘완자’로 바꾸는 게 어떨까요? 훨씬 귀엽고 친근한 느낌도 들고. 제 별명은 얼마 전에 재석이 형이 지어줬는데 ‘꼬요’예요. 서래마을 꼬마요정.

“제동씨도 서래마을 살아? 나도 방배동 사는데. 그동네 사람들끼리 두어번 만난 적 있는데 제동씨도 한번 초대해야겠네.”

벌써부터 ‘완자’와 ‘꼬요’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완자’에서 느껴지는 인간미 때문에 그 저녁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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