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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티를 입은 문화 -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5. 스칼렛은 배꼽티를 좋아했다

턱시도의 어원은 '늑대'

현대 남성들은 스포츠 재킷을 입고 재킷과는 색이나 소재가 다른 바지를 입는데 이런 복장은 결코 양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현대적인 정의로 양복이란 웃옷과 바지, 그리고 때로는 베스트가 갖추어진 옷을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본래 양복이라고 부르던 옷의 정의는 아니다. 또한 양복은 비즈니스용 복장도 아니었다. 신사용 양복의 전통은 18세기 프랑스에서 소재, 모양, 색이 다른 웃옷, 베스트, 바지를 착용한 것에서 시작한다. 아주 넉넉하게 재단하여 벗기에 가깝고 형식을 따지지 않는 컨트리웨어로 만든 옷으로 이른바 '라운지 수트'라고 불렀다. 그러나 1860년대에 들어서자 전체를 똑같은 천으로 만든 양복이 유행하게 된다. 컨트리 라운지 수트는 승마용으로 입었다. 재봉사는 흔히 재킷 뒤에 슬릿(자락을 튼 곳)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는데 이것이 현대 양복의 '백 슬릿'의 시작이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태어난 특징으로 또 하나가 있다. 라펠 홀(옷깃 구멍)은 실제로는 단추구멍으로, 추운 날 라운지 수트의 옷깃을 세워 단추에 고정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장식으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남성들은 라운지 수트가 매우 착용감이 좋다는 것을 알고 외출복으로도 입기 시작했다. 재봉사는 재단 방법을 개선했고, 1890년대에는 레저용이었던 라운지 웨어가 훌륭한 비즈니스 수트가 되었다. 그리고 19세기 말엽인 이 무렵, 멋쟁이들의 정장인 연미복에 파격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요즘엔 결혼식이나 파티, 야회복용으로 일반화해 있는 턱시도의 출현이 그것이다. 턱시도가 지금부터 100년쯤 전에 턱시도 파크라는 한 마을에서 데뷔하던 날 밤, 이 옷은 정장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옷이라고 비난받아야 할 차림이었다.

1800년대 영국 멋쟁이들에게서 태어난 정장으로 당시의 상식이 되고 있던 블랙 타이와 연미복으로 보자면, 연미가 없는 이 상의는 분명히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 상의는 사회적인 명성과 지위를 갖고 있던 집안 사람이 디자인하고 입었기 때문에 시민권을 얻었다. 턱시도 이야기는 1886년 여름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약 40마일 떨어진 작은 마을인 뉴욕 주의 턱시도 파크에서 시작된다. 프랑스계 명문 출신으로 뉴욕인이며 롤리라드 타바코의 후계자였던 피에르 롤리라드 4세는 정기적인 가을 무도회에서 입는 연미복보다 좀더 간소한 옷을 궁리하고 있었다. 롤리라드는 재봉사에게 의뢰하여 당시 영국에서 여우 사냥 의상으로 인기가 높던 새빨간 승마복을 모방하여 뒤에 붙는 제비 꼬리 모양의 연미가 없는 상의를 몇 벌 만들게 해보았다. 롤리라드가 이것을 생각해낸 것은 패션 감각이 뛰어난 에드워드 7세가 영국의 황태자로서 인도를 방문했을 때 너무 더워서 상의의 연미를 잘랐다는 얘기에 자극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무도회 날 밤 피에르 롤리라드는 갑자기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고 갈 생각이 없어졌다. 그래서 롤리라드 대신 그의 아들과 아들의 친구 몇 명이 검은 연미가 없는 그 디너 재킷을 입고, 영국의 승마복에서 힌트를 얻은 새빨간 베스트를 입고 참가했다. 정장에 대해 매우 엄한 격식을 따지던 1880년대에 새빨간 베스트 차림은 그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것으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토지를 롤리라드 일족이 소유하고 있던 마을에서 일어난 일인 데다가 더욱이 그것을 디자인한 사람이 롤리라드였고 그 아들이 입었다는 점 때문에, 시선을 끄는 이 의상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롤리라드 집안이 갖고 있는 권위 때문에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이 이 약식 의상을 흉내내게 되었고 결국에는 표준적인 야회복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메리카 포멀 웨어 협회는 롤리라드 집안이 모반이 거액의 부를 벌어들이는 산업을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1985년에 턱시도와 그 부속품의 판매 및 대여료는 모두 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턱시도 대여의 80퍼센트는 결혼식용이었지만 다음으로 많은 것은 고등학교의 댄스 파티용이었다. 결혼식과 댄스 파티용 턱시도로는 폭이 넓은 사슈벨트의 '카마밴드'가 표준적인 부속품이 되었다. 이것은 원래 인도 정장의 일부였다. 힌두어로 '카마르밴드(kamarband)'라는 이 말은 '허리의 밴드'라는 뜻으로 신중함을 나타냈는데 그 전에는 배 밑쪽에 매고 있었다. 그러다가 허리 위치까지 올라갔는데 이것을 영국 사람들이 흉내내면서 호칭도 영국식으로 '카마밴드'라고 바꾸었던 것이다. 턱시도는 물론 그것이 태어난 마을의 이름에서 따왔다. 오늘날 '턱시도'라는 말은 형식적인 느낌과 매혹적인 이미지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말은 현재 턱시도 파크라고 불리는 지역에 한때 살던 아르곤키안 인디언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개척 시대에 기원을 두고 있다.

아르곤키안 족의 추장 이름이 '늑대'를 뜻하는 '턱시트'(P'tauk-Seet; 'P'는 발음하지 않는다)였다. 이 추장에게 경의를 나타내는 의미에서 인디언들이 이 지역을 턱시트라고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제국주의자들은 인디언의 말을 귀로 들은 그대로 글자로 옮겼으므로 1765년에 실시한 토지 조사 기록을 보면 'P' tauk-Seet'를 Tucksito'로 쓰고 있다. 피에르 롤리라드의 조부가 이 부근의 토지를 손에 넣기 시작한 1800년 무렵에 그 이름은 이미 턱시도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턱시도'는 이것을 입는 남성이 모두 늑대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별도로 치더라도 인디언 말의 '늑대'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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