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32397 추천 수 3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평강아!
건강하게 잘 있니? 삼십 년이 넘게 '엄마'라고 불러만 보았지, 누군가 내게 엄마라고 부를 거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손발이 오그라드는구나.
엄마…. 그래, 내가 너의 엄마란다. 나는 뱃속에 있는 너와 함께 지낸지 한참이 지난 뒤에도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가 컸단다. 내가 과연 누군가의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참 어려운 일 같았거든. 내게 엄마는 아니 나의 엄마는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투덜댈 수 있는 상대, 너무 아플 때 신음과 함께 저절로 흘러나오는 이름, 세상 그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아니 보이고 싶지 않은 약함을 꺼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게 바로 엄마란다.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은 이렇게 말하더구나. 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가 하루만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 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에 억울했던 딱 한 가지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고 말이야.

평강아! 세상의 엄마는 그런 존재란다. 그런데 내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해서 갑자기 나의 엄마처럼 자식을 향해 끝없는 사랑을 줄 존재로 변할 자신이 없었던 거야. 그래서 “엄마! 나 여기 있어요.”하고 태동을 걸어올 때까지도 나는 걱정이 앞설 때가 많았지 뭐니.
그런데 평강아, 나는 요즘 참으로 신기한 일을 경험하고 있단다. 네가 일주일, 한 달, 석 달, 아홉 달을 채우며 자라는 사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시점부터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단다. '너를 사랑해야지'하고 다짐을 거듭해서 생긴 마음이 아니라 저절로 생기더라는 말이 가장 잘 맞겠구나. 네가 나의 아가라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너를 향해 가슴 깊은 곳에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샘솟더란 말이지. 그래서 내 안에서 커져버린 그 마음을 발견한 순간, 세상의 엄마들은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고 공부를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하나같이 자식을 사랑하는 존재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착하고 순한 나의 아가, 아홉 달 동안 엄마 뱃속에 있느라 많이 답답했지? 엄마가 일한다는 핑계로 그 흔한 태교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했는데, 너는 입덧도 없이 엄마를 편안하게 지켜주었구나. 우리 아가,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
엄마는 네가 태어나, 널 위해 준비한 배냇저고리를 입고 방긋방긋 웃는 얼굴을 가끔 상상한단다. 아마 엄마도 곧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착각 속에 빠져 팔불출 소리를 듣고 말겠지? 그래도 괜찮아. 엄마들은 모두 그 착각 속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으니까. 내게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의 의미를 가르쳐 준 평강에게 고마워하면서….

널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엄마가.

《행복한동행》김승희 기자
?

자유글판

『아무거나 쓰세요. 손님도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음악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風文 2023.12.30 10898
공지 사는야그 가기 전 風文 2023.11.03 13367
공지 음악 Elvis Presley - Return To Sender (Remix) 風文 2023.01.01 1181
공지 동영상 지오디(GOD) - 어머님께 風文 2020.07.23 2823
1903 "이태석 신부 데려간 하느님 더는 원망 안 해요" 바람의종 2011.06.01 37201
1902 음악 戀人よ 五輪眞弓 코이비도요 - 이쯔와 마유미 風文 2023.05.16 1072
1901 사는야그 힙합 반야심경 new 風文 2024.05.17 1
1900 음악 히든싱어 박미경 편 - 4R '이브의 경고' 風文 2024.01.21 482
1899 좋은글 희망을 억지로 떠다 맡겨서는 안 된다. 風文 2023.01.10 983
1898 좋은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바람의종 2012.07.18 32782
1897 휴대전화 받을때도 요금부과 검토 바람의종 2008.01.21 41513
1896 좋은글 후회 만들기 바람의종 2009.08.07 38605
1895 후생가외 바람의종 2008.04.06 5359
1894 회원가입 및 로그인이 않되시는 분 바람의종 2007.12.23 22050
1893 황당 미스테리 믿거나 말거나.. -.-;; 風磬 2006.10.01 7573
1892 황금의 사과 바람의종 2007.10.23 5494
1891 황금시대 바람의종 2007.10.22 4918
1890 화룡점정 바람의종 2008.04.05 5869
1889 화랑의 오계 바람의종 2008.07.26 6308
1888 홍일점 바람의종 2008.04.04 5482
1887 좋은글 홍보물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바람의종 2010.04.17 31248
1886 음악 홀로 아리랑 - 서유석 風文 2021.11.03 1199
1885 사는야그 홀로 살든 둘이 살든 2 風文 2016.12.04 1326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01 Next
/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