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27 07:20

삼 서근 찾았군

조회 수 4071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삼 서근 찾았군

  이씨 조선 선조 때의 일이다. 난리다 나리라는 등 소문이 뒤숭숭하던 판국이라 임금은 지인 지김이 있는 어떤 명사에게 사람 하나 천거 하라고 부탁하였단다. 그랬더니 얼마만에 들어와 복명하기를 "어명대로 하나 구하긴 했습니다만은 워낙 쇠약해 있으니 삼 서근만 하사해 주시면 소복도 되려니와 특히 역량을 발휘하여 봉사할 것입니다"

  그래 어련하랴 하고 삼을 내보내 주었는데 그 뒤 데리고 들어온 것을 보니 자 세치 관복이 끌린다고 하는 작은 체수에 얼굴은 흐르고 도무지 볼품이 없다. 임금은 어이가 없어 내뱉듯이 말했다.

  "삼 서근 버렸군!"

  다른 이 아닌 오리 이원익이다. 훗날 임진왜란을 당하여 임금 선조는 팔자에 없는 피난 길에 오르게 됐는데 아무리 초조한 몽진길이라도 수라가 번번히 늦어 시장해 배길길이 없다. 그래 담당자를 불러 나무라니까 "다름아니라 이원익이 와서 먼저 한 가지씩 줏어 먹고는 뙤약볕에 한참씩 드러누웠다가 들여보내기 때문에 늘 이렇게 늦습니다" 하는 대답이라 그를 불러 탄했더니 "이 분란 중에 어떤 일이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래 신이 먼저 한 가지씩 먹어 본 것이고 만약에 독이 들었더라고 볕에 누웠으면 빨리 퍼질 것이라, 그래서 신의 소견껏 하였을 뿐이옵니다"

  임금은 그제사 고개를 끄덕이며

  "삼 서근 찾았군!"

  그는 뒤에 수 팔십을 넘기고 원로대신으로 광은연중 고문 구실을 하여 세상이 바로잡히는 것을 보고야 세상을 떠났다. 삼 서근이 문제가 아니다.

 

?

자유글판

『아무거나 쓰세요. 손님도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음악 상록수 - 2020 風文 2024.04.20
공지 음악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風文 2023.12.30
공지 사는야그 가기 전 風文 2023.11.03
876 습지자도 불가무라 바람의종 2008.06.09
875 술 잔 깨뜨린 건 파맹의 뜻 바람의종 2008.06.08
874 쇄골표풍 바람의종 2008.06.07
873 송도의 삼절 바람의종 2008.06.05
872 송도 말년의 불가살이 바람의종 2008.06.04
871 손돌이 추위 바람의종 2008.06.03
870 소대성이 항상 잠만 자나? 바람의종 2008.06.02
869 서해어룡동 맹산 초목지 바람의종 2008.05.31
868 서생은 부족 여모라 바람의종 2008.05.29
» 삼 서근 찾았군 바람의종 2008.05.27
866 살아서는 임금의 형이요, 죽어서는 부처의 형 바람의종 2008.05.25
865 사부집 자식이 망하면 세 번 변해 바람의종 2008.05.24
864 사명당의 사처방 바람의종 2008.05.23
863 비오는 날의 나막신 바람의종 2008.05.22
862 불수산 지으러 갔다 금강산 구경 바람의종 2008.05.13
861 불강불욕 바람의종 2008.05.12
860 봉이 김선달 바람의종 2008.05.11
859 보호색 군복 바람의종 2008.05.10
858 박태보가 살았을라구 바람의종 2008.05.0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 101 Next
/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