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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언제나 급제를 하노?

  예법에 고관 대작에 있던 사람이 반대당의 탄핵을 받든지하여 삭탈관직을 당하더라도 과거에 급제한 것만은 말하자면 학위라 대외적으로 급제로 호칭하는 법이었다. 임란 때의 공신이요 또 유머리스트로서 많은 일화를 남긴 백사 이항복은 선조의 뒤를 이어 광해군 때 중신의 위치에 있었으나 날로 심해 가는 조정 처사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도 옛 동료들은 팔을 걷어 붙이고 상소를 올렸다가는 차례로 관직을 삭탈당하는 판국인데 그런 때 그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나는 머지 않아 그대들의 뒤를 따라 도로 급제로 돌아갈 것이다"

  벼슬하려는 선비의 등용문인 급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것이라 산전수전 다 겪은 재상으로서 이런 심각한 한 마디를 던졌던 것이다. 그 뒤 그는 상소를 올려 벼슬을 사하고 다시 반대당에 몰려 함경도 북청에 귀양갔다가 거기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철령 높은 재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 원루를 비 삼아 띄워다가 임 계신 구중심처에 뿌려준들 어떻리"하는 그의 단가는 도성 내에 모르는 이가 없게 유행하였고 광해군도 연회 석상에서 이 노래를 듣고는 기분이 울적하여 잔치를 파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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