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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출근을 하기 위해 정장의 옷을 입고 나오니 아들이 환한 얼굴로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 참 멋있다!"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다. 이 말을 들은 아버지가 말했다. "이 말을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까요. 기분이 좋아진 것은 순간이고 불안한 것이 사실 제 본심입니다." 글쎄 듣는 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춘기 중학시절, 고등학교 때 불편 없이 학원비를 대주는 아버지, 대학시절 취직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버지, 결혼할 때 여자친구에게 당당히 아버지를 소개하면서 '우리 아버지 참 멋있지'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보는 나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런 사회적 능력이 되지 않으면 자상하게 아들과 대화하면서 아들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함도 한정 없이 점수가 박하게 나온다.

사실 아버지는 아들이 대학생이나 마흔쯤 되었을 때 "아버지 멋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같은 현실의 남성으로서의 동질감 속에서 멋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은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지도도 있고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당당하며 부족함 없이 가족과 여가를 보내고 아들에게 날씨 변화에 따라 문자를 보내면서 한 달에 한 번쯤은 예술의전당에 가는 아버지.

그러나 그것은 바라보는 나도 상상력 속에서 기가 죽는다. 어쩌면 그 아버지는 아들이 자랄수록 멋있는 아버지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가족의 간식시간에 끼워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점점 초라해져서 외톨이가 되어 갈지도 모른다. 그런데 희망은 있다. 어느 날 아들은 아버지에게 미안해하면서 눈물 흘리고 아버지의 진땀나는 시절들을 이해하고 아버지를 그리워할 것이다. 그런데 그 어느 날은 이미 아버지가 이 지상에 계시지 않을 때가 많다. 누구나 그렇다. 나도 그렇다. 아버지의 실수만을 지적하고 아버지의 외로움은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를 내 자존심으로 나의 불편을 먼저 생각했다. 아버지의 기막힌 심정적 외로움에 위로는커녕 냉랭한 침묵과 등을 돌려 상처를 드렸다. 지금 울어도 아무 소용없다.

아버지는 그렇다. 아버지는 마모되고 닳는다. 그것까지를 멋있게 바라볼 수 있어야 사랑이다.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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