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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5적: 정부 관리 언론 기업 학자
[논단] 한글과 우리말을 더럽히고 죽이는 이는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뿐
 

이대로
오늘날 한국말이 죽을 지경이다. 미국말에 치어 죽을 지경이고, 남의 나라 말투에 찌들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우리말과 한글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남의 나라 사람이 아니고 한국의 지배층, 지식인들이다. 학자와 공무원과 기업인과 언론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우리 말글로 출세하고 돈벌어 먹는 이들이다. 일반 국민이나 많이 배우지 못한 농민이나 어린 학생이나 나이든 할머니가 아니다.
 
제나라 말글로 된 회사이름, 멀쩡한 이름을 영문으로 바꾼 얼빠진 기업들이 있다. 얼간이 기업들을 자꾸 선전해주는 거 같아서 이름을 들먹이기도 싫지만 어쩔 수 없다. 국가기관이었던 ‘체신부 전화국’, 국민의 세금으로 큰 공기업 ‘한국통신’이 민영화한다면서 ‘KT’로 이름을 바꾸었다. 국가기관인 전매청이 담배인삼공사가 되더니 KT&G 로 바꿨다. 일제 때에 우리 아버지와 삼촌이 징병과 징용으로 끌려가 목숨과 피땀을 바친 값으로 받은 한일회담 청구권 자금으로 세운 ‘포항제철’이 ‘POSCO’로 바꿨다.
 
돈에 눈이 멀어 제나라의 말글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진짜 민간기업인 SK 나 LG 는 돈만 아는 무리들이라 그렇다고 치더라도 어떻게 국가기관이나 국민기업이라 할 수 있는 저들이 앞장서서 미제 창씨개명을 서슴없이 한단 말인가. 이 나라에서 제일 큰 공기업들이 그러니 그게 잘하는 것인 줄 알고 민영화하지도 않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도시개발공사는 이름을 ‘SH’ 로 바꾸었다. 그리고 서울시는 ‘Hi Seoul’ 이란 영문 구호를 만들어 선전하고 있다. 이게 또 좋은 거로 알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영문 구호를 지어 가지고 그걸 알리려고 많은 세금을 날리고 있다.
 
민간기업이나 공기업만 그러는 게 아니다. 정부기관의 직제 명칭도 영문으로 바꾸고 있다. 중앙 정부가 ‘테스크 포스트팀’이라고 하니 지방 정부가 ‘미디어팀’이란 직책 명칭을 쓰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나라 이름과 모든 정부 기관 직제 이름을 미국식으로 바꾸게 될 지 모른다. 기업이나 상품 명칭이 처음엔 한 둘이 영문이었지만 이제 너무 많이 늘었다. 10년 전만 해도 영문 이름이 적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아서 이런 말을 하기도 겁이 난다. 내가 이런 글을 쓰면 자기 회사 이름과 상품, 가게 이름이 영문인 사람들이 내게 온갖 욕설과 비난을 하기도 한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너는 국수주의자, 배타주의자다. 너는 우물안 개구리다. 너만 애국자요 우리말을 사랑하느냐. 너는 바보, 무식꾼이다. ”등 갖가지로 짓밟고 헐뜯는다. 이제 한국에서 한국말과 한글을 사랑하고 쓰자고 하는 사람이 미친 사람, 사기꾼 소리를 듣는 건 보통 일이 되었다. 영어를 잘하게 하겠다고 어린애 혀 수술을 하고, 미국 시민권 얻겠다고 미국에 가서 애를 낳는 게 보통이니 할 말이 없게 되었다. 교육부가 제 할 일을 다 못해서인지 영어 망국병이 들어서인지 모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영어마을을 만들고 수능시험 방송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정부와 공무원의 우리말 쓰기는 엉망이다. 정부와 공무원들이 내세우는 알림글(선전 구호) 몇 개를 살펴보자. 서울시 하수도사업소에서 단 “차집관거 준설공사를 합니다.”란 펼침막이 있다. ‘차집관거’가 일본 한자말이라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막힌 하수관을 뚫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구청에서 “9월은 재산세 납부의 달입니다.”라고 거리에 써 달았다. 이 말도 “ 9월은 재산세 내는 달입니다.”라고 하는 게 좋다. 외국말투인 토씨 ‘의’를 쓰지 않는 게 우리말답다. 시내버스에 “물의 소중함을 생활화합시다.”는 선전문이 있다. 이 말도 일본말투 ‘ - 화’를 쓰지 말고 “물 한 방울도 아껴 씁시다.” 하는 게 우리말답다.
 
이제 한문이 배우고 쓰기 어렵고 불편하다는 걸 많이 깨달아서 한자를 덜 쓰는 데, 일본 한자말과 외국말투는 많이 쓰고 있다. 한글만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말다운 말글살이를 해야 한다. 학생들 교육을 맡은 정부부처 이름을 일본말투 ‘ - 적’을 넣어 ‘교육인적자원부’라고 지었다. 이러니 우리말이 일본말에 얼마나 찌들었는지 알 수 있다. 공문서나 정부기관에서 쓰는 일본 한자말과 일본말투는 이 밖에도 한 둘이 아니다. 언론이나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국어학자와 국어 선생이 그런 말을 가르치고 써서 그렇다는 말도 있다.
 
외국인을 상대할 때 쓸 영문 명칭을 따로 갖는 건 모르지만 제나라 국민을 상대로 하는 이름까지 영문으로 창씨개명 하는 건 잘하는 게 아니다. 신라가 당나라의 힘을 빌려서 삼국을 통일하고 관청의 직제와 사람  명칭과 땅이름을 중국식으로 바꾼 게 우리말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와 학문, 철학과 자주의식을 꽃피지 못하게 한 큰 계기였고 강대국의 문화와 말글을 숭배하는 풍조를 심고 키워서 10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이제 온누리에서 으뜸가는 우리 글자인 한글을 가지고 쓰기 시작해서 우리말글로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학문과 우리 철학과 우리 문화가 꽃피려 하는 판이다. 수천 년 동안 말과 글이 다른 불편한 한문 글살이를 할 때엔 백성가운데 2%만 학문과  문화를 누리던 어두운 시대였지만 이제 우리 한글이 모두 밝게 살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국민 누구나 글을 쓰고 시를 짓고 학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그 게 싫은지 남의 말글, 미국말의 노예가 되려고 애쓰는 이들이 있다. 수천 년 남의 말글과 문화에 길들었기 때문에 제 말글로 살면 안 되는 거로 아는 거 같다.
 
오늘날 우리말글살이를 어지럽게 하는 건 얼빠진 지식인들이 쓴 책이고 신문이고 방송 말이다. 또 정부가 내건 알림글이고, 기업이 광고문이고, 학자들이 쓴 글이다. 많이 배웠다는 이들은 외국 말글을 섞어 쓰거나 외국 말투가 아니면 글을 못쓰고 말을 못하는 거 같다. 깨끗한 우리말을 더럽히고 흔들리게 하는 게 이들 배웠다는 사람들, 잘났다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와 함께 우리말 살리는 일을 하던 이오덕 선생님은 학교를 많이 다니고 글을 많이 읽은 사람은 거의 자신도 모르고 일본말이나 미국말투에 길들었다면서 학교를 다니지 않은 농민이 하는 말이 가장 우리말답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말인지 일본말인지 구별이 안 될 때는 “시골에 사는 농사꾼이라면 그런 말을 하겠는가 안 하겠는가 생각해 보라. 그래서 농사꾼 입에서 나올 거 같은 말이라면 우리말이 분명하니 마음놓고 쓸 것이고, 농사꾼의 입에서 나오지 않을 말이라면 일본글에서 온 말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오덕 선생은 ‘우리 글 바로쓰기3(한길사)’ 책에서 “풍요로운 조국에로의 길은 이길뿐”이란 상품 광고문이 버젓하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는 꼴을 보면서 “ ‘에로의’가 도대체 어느 나라말인가? 이런 글로 우리말을 어지럽히는 자들을 ‘우리말 학살 죄’로 고발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글을 신문기자, 교수, 소설가, 시인, 평론가들이 앞다투어 쓰고 있으니 나라 일이 제대로 풀리겠는가?“라고 한탄하면서  당신이 어렸을 때에 들은 ”미구(천년 묵은 여우가 변해서 된 사람이 된 짐승)가 집안을 망하게 했다.“는 옛이야기를 하면서, 중국 글자와 중국 글자말을 숭배하는 자들이 백성을 못살게 하고 나라 망칠 ‘미구’라고 했다. 또 이 ‘미구’가 100년 전에는 일본말로 둔갑을 하고, 지금은 미국말로 둔갑을 해서 서울 거리를 활보하고 우리말과 나라를 망치고 있다면서 이 미구를 몰아내야 우리 말과 겨레가 산다고 외치다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스라엘 민족은 수 천 년 동안 떠돌아 살았어도 제 겨레말을 잃어버리지 않아 다시 나라를 세울 수 있었지만 만주족은 청나라를 세우고 중국을 지배했어도 제 겨레말을 잃어서 백년 만에 그 민족도 사라졌다. 일제가 강제로 창씨개명 하려 한 것은 우리 겨레를 없애려고 한 것이었다. 통일신라가 강대국 당나라의 말글로 창씨개명한 1300년 전 잘못을 오늘 우리는 되풀이하지 말자. 영문으로 회사 이름과 상품 이름을 짓다보면 조상들이 중국 한문만 쓰는 말글살이를 했듯이 미국말글살이 세상이 된다. 그렇게 되면 엄청난 불편과 피해가 온다.
 
세계 최고 글자를 가졌으니 우리말도 세계 최고 말로 만들어 찬란한 우리 말꽃(문화)을 피워서 어깨를 펴고 살다가 후손에게 물려주자. 내 것은 우습게 여기고 남의 것만 우러러보는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강대국과 강대국 말에 눌려 사는 종살이를 면할 수 없다. 조금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될 수 있으면 우리말과 우리 글자로 글을 쓰고 정부와 국민이 함께 힘써서 우리 세대가 우리 겨레말 독립을 해내자. 이 일은 헛된 꿈이 아니고 우리가 마음먹기 따라서 쉽게 이룰 수 있는 꿈이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중국 절강성 월수외대 한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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