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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1 21:54

겨울과 이불

조회 수 12699 추천 수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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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이불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여니 골목과 지붕들이 모두 흰색이다.
소리 없이 내려 어둡던 시멘트 길을 눈부시게도 덮어놨다. 목화솜 같다.
어릴 적 엄마 손잡고 솜틀집에 가서 솜을 맡기고
구멍가게로 졸래졸래 따라가 하드 하나 물고 다시 솜틀집으로 돌아오면
우중충하던 우리 집 솜이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되어 나오던 기억이 난다.
부풀대로 부풀어 두세 배는 더 커진 솜을
고사리 손으로 엄마랑 맞들며 집으로 오던 기억이 난다.
‘솜들의 미용실이 솜틀집인가 보다.’ 했었다.

[풀 먹여 말린 하얀 홑청 안으로
솜틀집에서 틀어온 솜을 넣고 잔잔히 펴주면
밤늦도록 이불속에서 구르며 나오기 싫어했던 어떤 겨울밤의 푹신한 엄마냄새.
구름위에서 자는 듯 꿈도 하늘 꿈.
눈뜬 아침엔 꿈속 그 구름이 나를 덮고 있고
석유곤로위로 피어나는 햅쌀 익는 냄새.
숟가락 위 하얀 쌀밥위로 엄마 손이 왔다가 가면 석유 냄새나는 김 한 장.
밥만 뜨면 자동으로 올라오는 간장 한 방울 적신 김 한 장.
학교 끝나도록 그 구름이불 생각만하다가 집으로 뛴다.
손발검사 받고나면 이불 속에 놀이방 하나 차려지고
꼼지락거림 없이 잠잠해지면 엄마는 이불을 살짝 들춰 본다.
장난감 끌어안고 자고 있네.
세상에 나오기 전 
둥둥 떠다니며 살던 그 모습 그대로.]

가끔 이불가게를 볼 때면 솜틀집 생각이 난다.
이젠 솜틀집도 찾기 힘들고 무색무취의 극세사들 뿐이다.
언제나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말.
겨울과 이불은 참 좋은 짝지다.



오늘문득 : 2012.02.0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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