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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1 06:10

역마(驛馬)

조회 수 12722 추천 수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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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驛馬)

동리 엉아의 역마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역마를 씁쓸히 몇 자 적고 싶다.

옛 때, 역(驛)에 가면 타고 가던 지친 말(馬)을 쌩쌩한 말로 바꾸어 탈 수 있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마패가 필요했다(마패가 없으면 말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이지만). 보통 암행어사라고하면 떠오르는 게 마패인데 암행어사만 들고 다니지는 않았다. 역관이나 움직임이 잦은 공무원들은 마패가 있었고 높으신 양반이 꽃구경하러 갈 때도 마패를 썼다고 2011년의 공무원들을 보며 나는확신한다.

마패엔 말이 그려져 있는데 몇 마리가 그려져 있느냐에 따라 빌릴 수 있는 말의 마리 수가 결정된다. 사실 세 마리가 그려져 있다고 해도 꼭 세 마리만 빌릴 수 있진 않고 더 얻어 탈 수 있었다. 휴대전화도 없었고 지금처럼 교통카드도 없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해결하던 시절이다. 그러니 역마의 사정에 따라 달랐다.

서울에 말죽거리는 역마의 현존하는 이름이다. 죽이라도 먹여야 뛸 것 아닌가.
앞서 말 한대로 실시간 정보나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역에 사는 말은 무지 바빴다. 말 말고는 더 빠른 공문서배송수단은 없었다. 따라서 중심을 버리고 북으로 도망 간 선조가 전라남도에 있는 이순신에게 편지를 띄웠고 고로 그 편지 한통 보내기위해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역마에 들러서 달려 온 지친 말을 쌩쌩한 놈으로 바꿔 타야했고, 게다가 역마는 전쟁 중이라 제대로 그 기능을 하지 못해 이순신이 교지를 받는 시간은 평시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선조나 이순신에게 스마트폰이라도 하나씩 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면 역에 사는 말들은 은퇴해야하지 않겠나 싶다.

나는 역마의 살(殺)이 있다.
어느 정도 머물면 떠나려고 하는 마(魔)의 살(殺)이 있다.
말이 뛰지 않으면 그 말은 병신이다. 나의 이 殺은 많은 사람들을 울게 했다.
한 곳에 머물고자 하는데 살을 죽이기 힘들다.
모호하면 아마도 살이 이기지 않겠나 싶다. 막을 순 없는 듯하다.

홍철 엉아가 보고 싶다.
성이 왜 배氏냐고 배 째는 엉아라고 놀려서 엉아한테 미안타.
이런 역마의 살이 올 때쯤이면 도움을 구하러 차를 돌려 배氏엉아 보러 양평으로 직진했었는데 양평에 가봐야 엉아도 없고 차도 폐차 한지 10년이 되어간다. 도움을 구하러 간다는 건 역마를 피하고 싶다는 게다. 스스로 잘 살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는 오늘 배 짼다. 누워 지내려 한다.
새벽 네 시에 왜 일어났는지 나는 안다. 筆의 아우성을 묵살했기 때문이다.

오래 TV와 담을 쌓고 지냈는데 어머니 때문에 TV를 샀다. 하지만 어머니는 집을 나서 떠나버렸고 TV를 싫어했던 나는 그래도 내 돈주고 산 TV라 가끔 본다. 그러다가 입소문을 듣고 ‘나는 가수다’라는 방송분을 봤다. 그들은 대중을 위해 혼을, 몸을 다해 죽어나가도 좋도록 예술을 한다.
쓰벌! 나는 뭔가. 나는 뭐하고 지내나. 누구에게 감동이라도 주는 글 한 자락 써봤나?
주변 정리도 못하는 놈이 뭘 하겠나.

다~ 때가 있다. 그 때가 있다. 그 시절이 있고.
단, 게으름으로 그 때를 기다리면 그 때는 오지 않는다.

홍철이형과 밤을 새운 마지막 밤을 기억한다. 하얀 말들이었다.

“형! 나는 왜 개새끼야?”
“너의 상상이야. 음... 영환아! 요새 힘들지?”

‘힘들지?’한 마디가 날 재웠다. 그는 도인이었다.
왜 빨리 가셨는가. 제자들이 한둘인가.
보기도 힘든 국문학자료와 우리역사자료를 마시고 가셨는가.
늘 그렇게 크게 계실 줄만 알았지. 나는 몰랐다. 그 분이 그리 외로웠는지.

오늘따라 그리운 사람들이 많다.



오늘문득 : 2011.08.21. 06:09 風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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