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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故 원광스님이여!)


                          詩 / 조남순



  목숨은 바람의 가솔(家率)이었던가
  그대 익살섞인 옆눈으로
  미소짓던 얼굴
  갑자기 어디 갔는가


  여름 저녁 창밖에 대나무
  유난히 바람을 불러들이고
  우리가 담소를 즐기는 동안
  그대는 차를 따루었지
  비우고 채우고
  시간은 흐르지 않고
  차향기가 바람처럼 흐르고 있었지
  틀림없는 차라며
  몇 해인지 해묵은 모과주도 잔을 채웠지
  그 밤 수없이 잔을 비우는 동안
  새벽이 그 잔에 가득히 고이고
  우리는 맑은 바람을 마시며 돌아왔어
  그대 우리와 같이 걸을 때
  마알간 고무신은 한 올의 소리도 없이
  우리와 함께 가는 건 언제나
  수평선 같이 트이고 곧은
  목소리였지
  이 시대에 끓어오르는 언어
  한 삽 퍼 담아
  그 중 먼저 익어 떠오르는
  맑은 액체같은 낭랑한 소리
  미명에 먼저 깨어나는
  새옷의 바람


  한 해가 다 저무는 추운 겨울 그대는
  갑자기 우리 곁을 멀리 떠나
  슬픔조차 잃고
  그대 마지막 몸 사루는
  다비장에서
  하염없이 연기만 바라보고
  우리의 식지 않은 가슴이 허망해서
  그대 살 가볍게 피어오르는 바람이여
  바람이여 외치며 산을 내려오고
  돌아오는 우리 발걸음은
  휘적휘적 오갈데 잃은 바람이 되었어
  우리 앞에 신비한 의미로 눈 뜨던
  날 어둔 하늘에 별빛과
  지상에 깜빡이는 불빛도
  다만 바람으로 막막한 바람으로
  옷자락에 없는 듯 스쳐갔어


  뜨락 한 가운데 우뚝 솟아
  잔가지에 바람 일렁이며
  잠들지 않는 모과나무처럼
  눈뜨기 힘든 흙 바람 속
  잦은 기침에 시달리던 그대
  옥죄어 풀 수 없던 숨막히는 일상에서
  오랜만에 굳은 껍질 뚫고 튀어 오르구나
  자유를 숨쉬는 꽃잎으로
  무한 열린 하늘을 끌어 안아
  오늘 상큼한 바람으로 흐르구나
  새살의 바람








 서편제 O.S.T. - 소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