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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30 12:50

네 시간 - 윤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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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간 - 윤영환

 

한가지 계명만 아는 동그란 건반에

피를 담은 호스가 감겨있다

사정없이 찔러대는 두 개의 굵은 바늘이 만드는

동맥과 정맥의 하모니

짜릿한 피의 흐름은 엄지발가락을 돌아

다시 심장으로 올라오고

가끔 하늘을 향해 뻗치는 솜털들과

육신의 경련을 아랑곳하지 않는

저 기계의 냉정함에 몸을 내맡긴다

살아야 하니까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하니까

힘겨운 네 시간에 이틀을 살고
이미 벌집이 된 팔을 들고 새벽바람 맞으며
모레도 기계 옆에 누워 네 시간을 온전히 바치겠지

살아야 하니까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하니까

이어폰에서 흐르는 맑은 피아도 소리에 눈을 감으면

또르르 눈물이 흐르고 지난날을 후회로 몰아넣는다

자신을 스스로 구속한 무딤에 무너진 나약한 육신

무심히 돌아가는 무정한 저 기계와

유기체로 보내는 네 시간은 억울하다

 

강제로 들어오는 저 피는 내가 보낸 피

하지만 돌아올 땐

광견병에 걸린 유기견에게 피를 받는 느낌이다

스스로 내어준 위대한 나의 자유는

저 호스를 따라 사정없이 흘러간다

 

스르르 지쳐 잠이 들 때

저 호스 어느 보이지 않는 곳에

누군가 구멍을 내준다면 고요히 참 잘 잘 텐데

그날이 반드시 온다는 약속을 누군가라도 해준다면

찰나를 행복으로 비겁하게 장식하며 마저 살리라

 

2023. 01.03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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